저희집은 아직 집 전화 해지 안 하고 잘 쓰고 있어요. 번호가 저 어렸을적부터 30년 넘게 쓰던터라 없앨 수가 없걸랑요. 며칠전 일입니다.
어머니 혼자 집에 계셨는데, 070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대요.
사기꾼1 : KS네 집이죠? 제가 KS 아는 사람인데요. 지금 KS가 머리를 다쳐서 전화드렸어요. KS 바꿔드릴게요.
(KS 는 제 형님 이니셜입니다.)
사기꾼2 : (엉엉 우는 목소리였다고 합니다) 으엄마아~~~ 흐엉엉.
어머니 : (놀래서) 읭~? 우리 아들 우짜까~ 아가 어디니? 엄마가 갈게 어디여? 우리 아들 우짜까~
(처음이라 놀래셔서 여과 없이 믿었다고 하시는데, 가마이 우는 목소리 들어본게 제 형님이 아니였대요)
사기꾼2 : 지금 사채업자들한테 잡혀있어서 엉엉~
어머니 : 아가 울지마 엄마가 갈게~
(형님에게 휴대폰으로 전화, 사기꾼들과는 집전화로 통화 중)
뚜르르르르
형님 : 엄마 왜? 나 밥 먹는데?
어머니 : 잉~ 그려? 잘 있어? 그럼 됐셔~
가족이 집 밖에서 사고 당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다급한 목소리, 다급한 상황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 사기라는 생각보다는 가슴이 먼저 철렁 합니다. 저라도 처음엔 속았을겁니다. 형제, 남매, 부모님 등 가까운 사람이 다쳤다고 하거나 일이 생겼다고하면 의심부터 하고볼 강심장은 잘 없잖습니까..
집에 계신 노부모를 노리고 이런 전화가 오는걸 보니까 100에 한둘은 속겠다 싶더군요. 게다가 제 형님이 밖이 나가서 사신지 (결혼은 아니지만 나름 출가) 한 6년 됐는데, 저 전화는 저희집에 노부모만 계실거란걸 알고 전화를 했다는 생각을 했더니 약간 두려운 마음도 생깁니다.
우리 짱공 형님들도 오늘은 부모님께 안부 전화하도 한 통 넣으시는게 어떠실런지요..? 머.. 이미 짱공 형님들의 부모님들도 몇 번씩 비슷한 전화 받아 보시지 않으셨을까.. 싶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