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러기 아빠

낙동강대구 작성일 18.07.28 02: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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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같은 직장에 다니던 상무님,

대기업 부장이던 2005년부터 아내와 두아이를 캐나다로 보내고, 

혼자서 기러기 아빠로 살았다는데,

예전에 내가 다니던 회사 상무로 왔습니다.

 

틈만나면 캐나다에 있는 아들과 딸이 공부잘한다고 자랑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매년 여름이면 2주일씩 자기가 캐나다에 갔다오고,

겨울이면 가족들이 이주간 서울에 왔다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와 회사사람들은 가족이 수년씩 떨어져서 돈이나 보내며 산다면

무슨 가족의 의미가 있느냐고 수근거리곤 했지요. 

 

상무님은 어차피 집에 가도 할 일이 없어서인지,

회사일을 정말 엄청나게 많이 했지요.

없는일도 만들어가면서.

 

물론 상무님이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은, 직원들에게 일을 많이 만들어 줬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부서사람들 전부 밤 늦게까지 일하게 만들었구요,

주말에도 나와서 일해야 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무님은 사장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그리고 야근 없는 날엔 부서원들 전부데리고 회식하길 좋아했어요.

1차 끝나면 여직원들 보내고, 다시 2차, 3차까지 가고 난 뒤에야 집에 보내줬네요.

술마시면서 자식공부자랑, 아내자랑 엄청 났구요,

혼자 살다보니 여자친구도 있다며 은근히 자랑도 했어요.

 

그러다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벤처회사 전무로 스카웃 돼서 갔는데,

거기서도 역시 엄청 일 많이했고,

그 회사가 상장하면서 30억 상당의 스톡옵션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얼마전 예전회사 사람들과 한잔하면서 예전 그 상무님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상무님 가족이 있는 곳에 친척이 살고있는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분은 스톡옵션으로 받은 돈의 상당액을 캐나다 가족에게 보내서 부근에 큰 부동산을 샀답니다.

그리고 나머지 돈으로 사업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해서 얼마전 사업체를 깨끗이 정리했데요.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제 돈을 보내줄 수 없고 아이들도 대학 졸업했으니, 한국와서 함께 살자고 했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답니다.(상무는 영어를 못해서 캐나다에서 살 생각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아내는 상무가 한국에서 젊은 여자랑 바람핀것을 이유로 이혼하자고 했데요.

더구나 충격적인건 아이들마저도 엄마편이란 거죠.

엄마는 캐나다에서 자기들을 위해 희생하는 동안 아빠는 젊은 여자랑 바람피웠다며 엄마편을 들었답니다.

캐나다에 사놓은 부동산은 전부 아내이름으로 되어 있구요.

(아이들은 독립해서 다른 도시로 떠났고, 아내는 이미 남자친구 생겼다는 비극적인 소식도 있네요.)

 

지금 그 상무는 한국에 재산이라고는 전세집밖에 없다네요.

 

이 얘기를 나누면서 사람들이 상무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했느냐구요?

별루요~~.

나도 그렇지만 다들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분위기였답니다.

 

아무리 돈을 보내줬었다고 해도, 일년에 몇번 보지도 않는 아빠에 대해 무슨 가족으로서의 감정이 남아 있겠으며,

거기다 지금은 돈도 못버니 용도폐기되는거 아니겠냐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거기다가, 우리랑 일할 때 그렇게 우리 가정을 파괴시키더니 드디어 벌받았다고 좋아했지요.

 

가족은 무슨일이 있어도 함께 살아야 한다는걸 느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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