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바다를 찾아 달리다

잇힝라라 작성일 06.04.27 23: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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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나온건 새벽 1시쯤이었다.
이미 시험에 시달리며 지칠대로 지친상태....아직은 차가운 기색이 역력한 공기를 크게 한번 들이마셨다. 한낮에 따스하게 내리쬐던 햇볕은 봄날의 벚꽃마냥 금새 사라져버리고 차가운 공기만 내 폐속으로 들어왔다 나간다. 코속이 시린느낌으로 머릿속이 찡하다.

묶어둔 자전거를 가지러 보관대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산지 얼마 되지않은 청바지가 바닥에 끌려 시익시익 소리를 낸다. '기장을 좀 줄여야겠네'라고 생각하며 차갑게 식은 안장위에 올라탔다.

'얼레?'

실수로 자물쇠를 채워두지 않았다는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다행히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듯했다. 평소같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상황이었지만 왠지 침착했다. 아니 이미 가슴이 내려앉아 있어서 바닥까지 내려가서....오히려 안정적인 느낌이랄까...나는 목에 걸고있던 헤드폰을 쓰고 엠피를 켰다. 엠피는 친구가 그냥 가지라고 준 싸구려....헤드폰은 열심히 모아서 간신히 산 꽤 고가의 물건이었다.왠지 배와 배꼽이 바뀐듯한 느낌에 새삼 쓴웃음이 났다.

삐익-

엠피가 작동되고 나는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평소보다 차갑고 센 바람에 봄이 오긴 온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헤드폰에서 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래를 바꿀까.....하다가 그냥 귀찮은 느낌에 계속 달렸다.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데 약 20분......반정도는 인도로 가야하고 반정도는 차도로 가야하는 길이다. 아침에는 항상 지각할듯 말듯 오기때문에 주변을 신경쓸 겨를따윈 없지만 이렇게 달리면서 둘러보면 산책로로선 더할나위 없는 길이다. 왼쪽으로는 'MAISON'이라던가 'TOMBO'라던가 하는서양식으로 지어진 까페들이 줄지어 있고 오른쪽에는 밭이 있어서 기묘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새벽에는 이미 네온사인은 꺼져있고 밭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무도 보이지않아서 공허한 거리 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얼마쯤 왔을까......이미 까페거리는 지나서 작은 초등학교를 지날때였다.
노래를 듣다보니 뭔가 티잉하고 충격을 받은 느낌이었다.

헤드폰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제프벡의 'Cause we'v ended as lovers'였다.
차가운바람, 오렌지빛 가로수, 그리고 가로등 빛에 물들어 버린 밤하늘.......그리고 노래.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마치 홀린듯한 느낌이었다.이미 집으로 가는길은 내리막길 뿐이었고 자전거는 굳이 페달을 구르지 않아도 밤거리를 달리고있었다. 나는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한손으로 모자를 벗었다. 그동안 제법 길러온 머리가 뒤로 정신없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기분좋게 바람을 느끼고 있다가 갑자기 강렬한 생각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바닷...........바람!??'

어째선지 모르게 달리고 있는 나의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바닷바람으로 느껴졌다. 바닷바람 특유의 짠내라던가 푸석한 소금기가 느겨져서는 아니었다. 그저 봄바람일 뿐인데 왠지 내 몸...아니 내 가슴은 왠지 슬픈느낌이 드는 바닷바람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제프벡의 서글픈 기타리프가 계속 귀속에서 맴돌고 나는 갑작스런 상념에 빠진상태에서 어느새 집근처로 왔다. 큰 아파트 단지이지만 새벽인지라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집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조금 망설여졌다. 뭐랄까......조금 더 달리고 싶다고 해야할까... 어쩐지 뭔가 아쉬운 기분이었다. 평소같았으면 추우니깐 빨리 들어가서 씻고 자야지 라고 생각하며 바로 집안으로 들어갔겠지만 왠지 바람이 나를 놓지않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공연히 핸들을 돌리자 삐-이걱 하며 우는듯한 소리가 났다. 그때 강한 바람이 다시한번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바다..........바다라고...'

나는 핸들을 돌려 집 뒤쪽으로 주욱 이어진 길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서히 페달을 밟았다.

'알고 있어. 바다따위는 없다는걸.'

'하지만 왠지 달리지 않으면 안될것 같아.'

점점 자전거는 속도를 내며 달렸고 머리는 정신없이 흩날렸다. 헤드폰에서는 엘레가든의 Make a Wish 가 흐르고 있었고 나는 눈이 시린걸 참으며 정면을 응시했다.자전거는 차르륵 소리를 내며 달렸고 어느새 처음보는 공원같은곳에 도착했다.

"이런게 있었던가?전혀 몰랐는데..."

공원이라기엔 작은편이었지만 운동기구라던가 족구장같은 시설이 완비되어있었다.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곳에 이런곳이 있었지만 난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좀더 앞으로 나아가 공원 끝자락쯤에 도착했을때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거기에 있던것은 조그만 연못이었다. 마치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때 쓰는 조그만 간이풀장정도의 크기.....물은 탁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들어가면 무릎쯤 올듯 싶었다.

'이게 내안의 바다의 크기.....일까나?'

나는 '킥'하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못했다. 왠지 우스웠다. 내가 상상하던 바다는 없었다. 당연히 그것은 알고있었다. 이곳은 도시고 바다를 보려면 적어도 5시간은 차를타고 가야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연못앞에서 주체할수없이 웃고있었다. 그리고 왠지 흐르는 눈물도 참을수가 없었다. 왠지 바다가 역시 있었다.....라는 느낌이었을까나? 나는 숨이 막힐정도로 웃다가 근처 벤치에 앉았다. 거친숨을 몰아쉬다가 벤치에서 벌렁 누워버렸다.

눈물로 살짝 흐려진 눈에는 오렌지빛이 아닌 살짝 바닷빛이 도는 하늘이 지독하게 아름답게 펼쳐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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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습작으로 써본 시를 살짝 소설화 시켜봤습니다.
약간은 제 경험담이 섞여있는데요.....
제가 써놓고도 '무슨말이 하고싶은거야??' 라는 느낌이 드네요 ㅋ;;
시에서 소설화 시킨거라서 내용보다는 이미지가 더 많이 남았거든요.
앞으로 자주와서 글 남기겠습니다......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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