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다. 나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전진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매년 8월이면 같은 자리에 서있고 그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지구본 위를 쉴새없이 기어다니는 개미처럼 자신은 열심히 전진했지만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한뼘조차 되지않는 거리의 전진.....그것을 반복해 온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보면 지겹게 내리던 비는 그친다. 나는 몸을 움츠린다. 그리고 목 아래까지 텁텁한 감정이 차오른다. 아니 물들어버린다.
우울.憂鬱.gloom.ゆううつ.
나의 8월의 시작은 무더위와 함께 우울로 시작했다. 낡은 TV에선 선명치 않은 화면과 함께 장마가 물러갔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돗대로 남은 럭키스트라이크를 물고 불을 붙였다. 깊숙한 호흡. 약간의 만족감과 함께 창밖을 내다봤다. 이미 한낮이었다.
“간만의 태양이네”
이번 장마는 지독히도 길었다. 예년보다 수해피해도 심했고 그만큼 TV에서도 우는소리, 분노의 소리가 매일 흘러나왔다. 정부의 대책이 부실했다는 둥 야채 값이 떨어졌다는 둥... 그야말로 제3자인 나에게는 별 관심 없는 외국인 배우가 결혼했다는 소식만큼이나 의미 없었다. 문득 생각하기엔 나는 인간으로서의 어떤 감정이 결핍되어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단호한 시선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한 지구 저편에서 전쟁이 나고 있다고 해도 별 느낌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나에게 그런 생각은 사치가 아닐까.
나는 리모콘조차 없는 텔레비전의 전원을 누르고 간단하게 세면을 했다. 진득하게 붙어있는 담배향이 조금은 씻겨나가는 느낌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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