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그녀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녀와 나는 많이 닮았다. 속이 시원하게 비치지 않는 유리처럼 언제나 불투명하다. 겉으로는 굉장히 솔직한 듯 보이지만 정작 속을 알 길은 없다. 그래서 우린 늘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에 참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미 그녀가 알고 있듯이 나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 사소한 장난이라는 명분아래 입만 열면 거짓투성이인 나. 거짓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항상 아예 입을 다물어버리는 그녀. 어쩌면 우린 의외로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녀덕분에 그동안 수많은 거짓말들로 스스로를 포장하며 살아왔던 내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된다. 사실 그녀앞에서만큼은 그 어떤 수식어로도 나를 치장하고 싶지 않다. 멋있는 말로 쿨하게 보이게 한다거나 능숙한 거짓말로 내 자신을 방어하는 일 따윈 이제 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