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꿈을 향하여.

피빛망투 작성일 06.06.27 21: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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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만난 날----

복학하고 나서 처음 강의를 들으려 가는 날이다.

제대 후 엄청나게 긴 휴학기간 동안 백수생활로 인하여 엄청 게을

려졌다. 이렇게 강의 들으려 가기가 귀찮고 힘든지 모르겠다.

강의 시간에 거의 맞추어서 강의실로 들어갔다. 그 때 학과장이

오늘 강의 첫날이라 무슨 술집에 모임이 있으니 다 오라고 주절주

절댄다. 술 마실 자리는 놓치기 아깝다.

허름한 주점안에 마흔명 정도가 빼곡하게 들어와 앉아

있다. 예비역도 아니 어린 놈들이 무지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담배연기가 가득하다. 흐릿한 형광등 불에 무럭무럭 올라오는

담배연기가 무지 답답하게 보인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술이나 마시고 도망가기도 쉬운 자리다.

막걸리를 부은 술잔을 들이키는 순간에 어떤 여학생 둘이 내 옆

과 앞에 앉는다.

멀뚱멀뚱 그 둘을 흘깃 보다가 다시 술잔을 들이킨다.

나에게 앞에 앉은 여학생이 인사를 한다.

나도 얼떨결에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여학생에게도 인사를 해 주었다.

그 녀는 수줍게 나의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옆으로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만난 지 사개월 후 여름방학----

학교 도서관에 갔다.

이학년이라 아직 취업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후배놈이 술한잔

하자고 했다. 물론 약속은 저녁이지만 오랜만에 내가 학생이라

걸 확인도 할겸 도서관에 왔다.

방학한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몰라도 도서관에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구석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커피 생각이 나서 커피 자판기에 갔을 때 그녀가 자판기앞에

잔을 뽑아 들고 있었다 .

내가 인사를 하자 그녀는 수줍게 인사를 꾸벅 숙인다.

어른 대접을 받는 듯 기분이 좋아졌다.

학번이 내가 훨 빠르니깐...

"방학인데 도서관에 왠일이야?"

"그냥 뭐 이것저것 볼 것 있어가지고요."

살며시 웃는 게 무지 귀엽다. 이야기를 많이 해 보지는 않았지만

늘 잘 웃는 편에 속하는 여자였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 자리를 뜰려고 하는 데 도서관 열람실 안

쪽 끝에 그녀가 보였다.

그냥 나갈려다가 이렇게 좋은 시간에 도서관에 혼자 있는 게

마음에 걸린다.

"내하고 같이 어디 나갈래?"

그녀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놀란 눈으로 나를 보다가 안 가겠다고 거부한다.

"그러지 말고 내하고 나가서 시원하게 맥주 한잔 마시려 가자."

학번으로 밀어부칠 듯한 눈빛으로 쏘아보니 그녀는 마지못해

가방을 주섬주섬 챙긴다.

후배놈이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선배 왠 여자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자식. 내 학교 후배야."

그 녀는 불편한 표정이 역력했다.

술 자리에서 나는 그녀를 기분을 풀기 위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흥을 돋아주었다.

군대에서 있었던 나의 실수담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중학교

나의 전체 인생에 모든 실수담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이야기 들으면서 깔깔 웃었다.

웃는 그녀의 눈은 이쁜 반달 모양이였다.

----그녀를 만난 후 사년----

졸업을 하고 힘든 취업을 했다. 조그만한 중소기업에 조그만한

월급을 받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사무실이 아닌 밖으로 돌아다

닌다. 영업직이라 무척 힘들기만한 일이 짜증난다.

그 녀는 무슨 컴퓨터 회사에 취업했다.

자주 만나고 있었다. 만날 때 마다 그녀에게 무슨 재미있는 이

야기를 할까. 나의 하루 24시간 종일 고민하는 주제였다.

재미있는 꿈도 좋은 소재거리이니깐 ...

그녀가 웃을 때마다 나는 향상 기쁘다.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때 행복하다.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를 사실인양 들으면서 웃을 때마다...


-----그 녀와 만난지 6년 후-----

오늘 그녀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었다.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 두편을 오늘 해 줘야지.

그 녀와 만난 곳은 시원한 생맥주를 파는 호프집이였다.

그 녀가 먼저 와 있었다.

얌전하고 소심하던 그녀가 혼자 맥주를 시켜서 혼자 마시고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았을 때 그녀는 말없이 내게 맥주를 권한다.

시원하게 한잔 들이키고 빈 잔을 탁자에 놓자 말자 또 술을 권

한다.

"선배 "

알코올이 잔득 배어있는 목소리이다.

"응 왜? 잘 지냈어."

"아니요."

맥주 두병을 혼자 다 마신 듯 맥주 빈병들이 나뒹군다.

"왜 뭔일이야?"

그 녀는 종업원을 불려 양주 한병을 주문한다.

"너 왜 그래?" 우울한 일 있어?"

양주가 나오자 말자 얼음도 안 채운 잔을 채우고는 말없이

다 마셔버린다.

"야 너 술 그만 마셔."

"선배. 나 XX가 너무 싫다."

XX는 내 후배였다. 전에 처음 만날 때 같이 술 마신 후배였다.

후배와 두어번 만난 이야기는 들었는데 뭔가 기분이 안 좋다.

"왜? 뭐 때문이야."

"XX 너무 바람둥이다. "

그리고는 눈물을 글썽인다.

나의 마음도 우울해 진다. 설마 ....

"내가 좋아한다고 얼마나 매달렸는데 다른 여자하고 만난다.

너무 싫고 밉다."

끝내는 눈물을 떨어트린다.

나의 마음은 갈갈히 찢겨져 나간다.

"그럼 헤어져."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면서 양주 잔을 들이킨다.

배속이 불에 데인 듯 뜨겁다.

아무 말없이 잔을 또 들이킨다.

-----해피 엔딩----

빳빳하게 다려진 양복 정장 깃은 언제나 입을 때마다 서늘한

느낌을 준다.

힘을 줄대로 준 머리를 만지고는 결혼식장에 갔다.

하객들을 일일히 만나고 나서 나는 신부 대기실로 갔다.

그 녀는 웃으면서 수줍게 나를 맞이했다.

"선배 왔어?"

"너 결혼식인데 와야지. 신랑은 어디 갔어?"

"응 잠시 차에 뭐 놓고 와서 가지려 간댔어."

나는 신부실에 나와서 흡연구역에 담배를 폈다.

그리고 결혼식장에 다시 돌아왔을 때 XX가 나에게 와서는

인사를 꾸벅한다.

"자식 좋겠어."

나는 웃으면서 어깨를 친다.

결혼식은 엄청 번잡스럽고 소란하지만 사실 참 지겹다.

하객들의 태반을 초죽음으로 몰고 간 주례말이 끝나고

사진 촬영시간이 되었다.

뭐 알아서 잘 찍어주겠지라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부케를 던질 때 부케를 받던 여자가 넘어지는 바람에

전부 웃음바다가 되었다.

역시 그녀도 웃는다.

반달 모양의 눈웃음을 짓는다.

해외로 신혼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들었다.

내일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가기 때문에 피로연을 하게 되었다

고 들었다.

나는 피로연 자리의 맨 구석자리를 택했다.

늘 그렇듯이.

그리고 말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XX와 그녀는 다정히 노래를 부른다.

술잔을 들이키는데 차 가져왔냐고 누가 묻는다.

나는 차가 없다.

XX는 학교 다닐때 부터 국산 스포츠카를 몰고 다녔다.

나는 술잔을 기울인다.

혼자서 술을 엄청 마셨다고 생각한 나는 먼저 가겠다고 인사를

하고 그냥 몰래 나왔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내 모습이 참 서글프다.

내가 왜 그 녀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못 했을까?

왜...

지나가는 차의 헤드라이트의 빛이 술에 취한 나의 망막에

바늘을 찌르는 것처럼 따갑게 들어온다.

눈물이 갑자기 났다.

어차피 잘 된거야.

그녀는 갸날프잖아.

나에게 오면 조그만한 전세집 아니 월세집이겠지 조그만한 부

엌에 쪼그려서 설겆이하는 것보다 34평짜리 아파트에서 사는

게 더 좋을거야.

XX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이니 돈 잘 벌겠고 직장 걱정없고

빌딩도 조그만거 하나 있는 거 결혼선물로 줬다고 하니 공장이

어렵어도 걱정없을 테고

그녀가 가고 싶어하던 해외여행도 갈테고

그녀가 가고 싶어하던......

지나가는 누군가 나를 본다.

나는 눈에 뭐가 들어간 것처럼 눈을 비빈다.

눈물이 나의 손등위로 묻어나온다.

오늘도 피로연에서 나에게 술잔을 들고 왔으면 이야기 해줄

재미있는 농담을 하지 못한게 아쉽다.

너무 바빠서 그렇겠지.

나는 다시 눈에 뭔가 들어간 것처럼 눈을 비빈다.

처음 개강 기념 모임이 생각이 난다.

담배 연기 가득한 주점...

담배를 물어본다.

담배 연기가 눈에 들어왔는지 자꾸 눈물이 난다.

한참을 걸어왔던 나는 고개를 들자 허름한 연립주택이 보였다.

나의 집...

문을 조심스레 열고는 내 방으로 살며시 들어갔다.

부모님게 술 취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다.

양 손을 뻗을 만한 내 방안에 나는 옷도 벗지 않고 이불을 둘둘

말고는 눕었다.

이불에 나의 머리를 파묻었다.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혼자만 있는 내방안에서....


-----에필로그----

"여보세요. 선배예요."

"응. 반갑어. 여행 잘 다녀왔어"

"네. 잘 다녀왔어요. 선배 그 때 왜 피로연에서 그냥 나갔어요."

"술이 취해갖고 너희들 바쁜거 같아서 그냥 나갔지 뭐.

참 XX이가 전화 안 하고 니가 해?"

"선배 내가 하면 안 돼. "

"응..나는 아줌마 전화는 안 받거든...쩝 아가씨 전화만 받잖

아."

"하하하하하하하... 선배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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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주 오래 전에 쓴 글인데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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