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5월의 신부

로이2세 작성일 06.06.27 12: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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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5월의 신부







나는 맥주를 들이켰다.

차갑고 톡 쏘는 맥주가 내 식도를 타고 흘러 내려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내 갈증을 해소시키기 부족하였다.


-크윽..-


오늘따라 유달리 맥주가 쓰다. 비록 술을 많이 마시진 않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마실 때의 술은 달작지근 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마치 쓴 약을 먹는 기분 이였다.


-기분 좋게 마시기로 해놓고서 이게 뭐냐?-


나와 같이 왔던 친구 진남이가 나의 꼴을 보더니 뭐라 한마디했다.


-태현아 정신차려.. 그만 마셔라..네가 그런다고 지난 일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진남이 말이 맞다. 내가 이렇게 술을 마신다고 지나간 일들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고는 괴로워 미칠 것만 같다. 가슴 깊숙이에서 치밀어 오르는 무엇인가로

꽉 막힌 내 가슴을 뚫은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내일은 너희 삼촌하고 수연 누나의 결혼식이잖아?-


-.........-


나는 그의 말에 대답 없이 조용히 있었다. 내 손바닥에 쥐어져 있는 맥주잔만을

만지작거렸다. 또다시 내 속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가슴팍으로 올라와 내 숨통을 막았다.


답답하다..


-제길...-


나는 손에 들려 잇던 맥주잔을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내 행동에 화가 났는지 진남이는 내 술잔을 잡아 체갔다.


-그만 마셔!-


그의 행동에 난 화가 났다.

나는 빼앗긴 술잔을 되찾기 위해 진남이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이미

한계치가 넘도록 섭취한 알코올 때문에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진남이에게서 술잔을 빼앗으려고 덤벼들던 나의 몸은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는 술집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나의 정신은 희미해져 갔다.

술집에 웅성거리는 소리, 내게 뭐라 소리치는 진남이의 모습

그리고 주황색 빛을 내는 천장의 조명..

모든 것이 꿈결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그 날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필름이 끊긴 날이 되었다.


.
.
.





-으.....-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머리가 깨질 듯 한 통증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오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누워있던 곳은 우리 동네 놀이터 벤치 이었다.

어두운 밤이라 그런지 놀이터는 아침과 다르게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윽....-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마치 머리에 커다란 망치를 하나 맞은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숙취인가 보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로 다가섰다.


-마셔...-


괴로워하고 있는 나에게 큼지막한 손 하나가 작은 약병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 커다란 손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백 칠십이 조금 넘는 키에 다부진 체격에 짧은 스포츠머리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진남아......-


-숙취에 좋은 거래.. 이거 먹고 술 좀 깨면 집에 들어가라.-


그의 말에 나는 조그마한 약병을 받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약은 뒷맛이 약간 쓰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맛있었다.


-겨우 천짜리 두개에 뻗냐? -


그의 말에 난 쓴웃음을 지었다.


-어째든 잘 먹었어....-


-그거 먹고 빨리 들어가라. 새벽 2시다.-


벌써 새벽 2시 라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난 듯 했다.


-..........-

-.........-


진남이는 내 술기운에서 깰 때까지 내 옆에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약기운 덕분인지 아니면 차가운 밤공기 때문인지

얼마가지 않아 나는 술기운에서 벗어났다.

아직도 머리가 깨질듯하게 아프긴 하지만 말이다.


-진남아...-

-왜?-

-미안하다.. 이런 모습을 보여서..-


-바보냐? 겨우 그런 걸로 미안하다니...-


진남이는 나를 보고 씩 웃었다.


-힘들면 언제든지 전화해.-


그리곤 나의 어깨를 한번 툭 치며 말했다.


-그럼 난 간다. 너도 술 다 깬거 같은데 어서 들어가라고. 어머니가 걱정하겠다.-


진남이는 나에게 그렇게 한마디를 남기고 놀이터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멀리 걸어가는 진남이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혼자 남은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달도 뜨지 않은 밤하늘은 내 마음같이 어둡기만 했다.

내일이면 수연 누나와 삼촌의 결혼식 이다.


갑자기 날 보고 환하게 웃었던 누나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 해맑은 얼굴로 5월의 신부가 된다고 자랑하던 모습이.....


슬펐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서른 살이 넘은 우리 삼촌이 처음 누나를 데려와 결혼을 하겠다고 할 때

우리 집 식구들은 모두 반대를 했다.


35살과 23살..... 나이차이가 너무나도 심했다.




교대를 졸업한 누나는 어디에 내놔도 남부럽지 않은 신붓감 이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어쩌다 삼촌을 만나 사랑하게 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둘의 결혼을 우리 집과 누나네 집 두 집안 모두가 반대를 했지만

그들의 사랑을 갈라놓지는 못했다.

아니...오히려 집안에서 그렇게 나올수록 삼촌과 누나의 사이는 깊어만 갔다.


결국 우리 집 가장 큰 어른인 아버지께서는 손을 드셨고

몇 달이 지나서 수연누나의 아버지도 삼촌의 정성에 손을 들었다.

그때가 작년 겨울이었다.


그 후 두 집안의 합의로 삼촌과 누나는 5월에 식을 올리기로 하였다.


누나와 삼촌은 그 소식을 듣고 나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하지만 나 그 이야기를 듣고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저 아버지에게 혼이 나는 수연누나가 불쌍해서 같이 말벗이 되어



주었던것 뿐이였다. 하지만 누나는 나를 마치 친동생처럼 대해줬고

윗쪽으로 형제가 없던없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존재가 되어갔다.




난 삼촌과 누나의 편에 서서 아버지를 무너트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것은 꼭 누나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이었다.


그런데 5월에 신부가 된다고 자랑하던 누나의 모습을 보던


내 가슴은 왜 아려 왔는지 모르겠다.




내일은 삼촌과 누나의 결혼식 날이다…….

난 내일 삼촌과 누나의 결혼식을 기쁜 마음으로 진심으로 축하해 줘야겠다.




그들이 영원히 행복 할 수 있도록.....





.
.
.



드디어 결혼식 날이 밝았다. 그날은 유난히도 화창하였다.

전날 술을 마신 터라 일어나기가 힘들었지만 난 식장으로 갈 준비를 하였다.


그날 아버지와 어머니는 단정한 한복을 입으셨다.

붉은색 저고리와 치마를 입으신 어머니는 이렇게 기쁜 날인데도

뭐가 그리 슬픈지 연신 손수건을 눈물을 닦으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다독거리며 애써 밝은 표정을 유지한 체 식장으로

향하는 커다란 버스에 올라탔다.


하지만 나의 얼굴에도 이내 수심이 가득 찼다.


아버지는 그런 나에게 뭐라고 핀잔을 주었지만

사실 식장으로 향하는 내내 우리가족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두워 보였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우리는 식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장소는 ‘한국 민속촌’ 이였다.

나는 식장에 도착해 누나의 식구들도 보았다.

그들은 밝은 표정으로 우리를 반겼다.


하지만 그들의 밝은 얼굴은 다 꾸며진 것에 불구했다.

그들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슬퍼하고 있었다.




식은 한국 전통 식으로 진행되었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어머니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나도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식을 보았다.


이렇게 기쁜 날인데......

모든 것이 다 잘된 일인데....

왜 이렇게 눈물만 흐르는 걸까?


식장은 온통 울음바다가 됐다.

우리 가족과 삼촌의 친구들...

누나의 가족들과 누나의 친구들...

모두가 말없이 눈물만을 닦았다..


하지만 그래도 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윽고 모든 절차가 끝난 후

사회자는 마이크에 대고 식의 끝을 알렸다..


사회자는 우리 삼촌의 가장 절친했던 친구였던 ‘정훈’형 이였다.

형은 남자답지 않게 울먹이며 말했다...




-이로서... 신랑 김현철님과 신부 이수연님의 영혼결혼식이

무사히 마쳐졌습니다...하객여러분은......-



그 말을 끝으로 삼촌의 사진과 누나의 사진은 같은 제사상 위에 올려졌다.

제사상에 올려진 삼촌과 누나는 영전 속에서 환히 웃고 있었다.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했던 그들의 사랑.....



나는 그들의 영정이 놓여있는 제사상에 크게 두 번 절했다.

그러며 마음속으로 빌었다.



-삼촌...그리고 누나... 부디 영혼토록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큰절을 두 번하고 다시 상으로 눈을 돌렸다.

상위에 누나의 영정 속 사진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는 내 마음속에 언제나 아름다운 5월의 신부로 남아있다..



영원히.......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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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글을 올려보는 로이2세 입니다.
짱공유에 이런곳이 있었다니... 여지껏 몰랐답니다.

글쓰기란 참 매력있는 작업인것 같네요...
단지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저같은 경우에는 이정도 분량을 쓰는데 한달이 넘게 걸린다는..ㅡ.ㅡ
아흑...그리고 아직 독서량이 부족한듯 묘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심리 묘사든 사물 묘사든....
어하튼 글 잘쓰는 사람들은 모두 모두 부러워 죽겠어요~~~
그럼 자주 뵈요~~

PS.흠흠...처음 와서 도배질 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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