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괴한 망상의 둥지 0008 바이탈싸인(2)

NEOKIDS 작성일 06.08.29 05: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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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진을 끝내자마자 원장의 호출을 받았다. 숲이 보이는 전망과 널찍함을 갖춘 원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원장은 내게 물었다.
“김호중 환자는 어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원장의 손에 쥐어진 골프채. 수놓아진 6이라는 숫자의 실밥이 삐져나와 있었다. 그걸로 골프샷 연습을 하면서 원장은 말을 잇지 않고 인상만 썼다. 기분이 또 좋지 않아지는 모양인 것 같아 화제를 좀 돌려보기로 했다.
“세포연구 쪽은 어떻습니까?”
“아니, 그게 문제가 좀 생겨서 말이야.”
“예?”
원장은 나의 의아함에 조금 머뭇거리다 말한다.
“처음엔 그걸 연구소에서 보내든가 해보려고 했는데, 세포를 보내지 못할 문제가 생겨서 지금 일단 그냥 우리 연구실에 두고 있어.”
“무슨 문제가 있길래.....”
“뭐 자네까지 알 것은 없고.....계속 김호중 환자의 상태나 봐주고, 혹시 그 사람이랑 대화해봐서 뭔가 좀 알아봐. 그러니까, 자신이 그렇게 되어버린 이유를 무의식중에 말한다던가......뭐 그런거 말야. 상태가 뭐가 좀 진전이 있어야지. 2주일이 지나도록 이 지경이면 안된다는 말이야. 좀 애써주게.”
원장은 그런 식으로 애둘러 대화를 끝냈다. 나는 원장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직감을 받으면서도, 그냥 그 느낌을 흘려버렸다.
김호중 환자와의 그 사담은 원장에게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걸 이야기해서 뭔가 나아진다는 확신도, 또 그의 확신이 맞다는 별다른 근거도 없었다. 나 역시 그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던 그 자리에서 그냥 ‘아,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일단은 편히 쉬세요.’ 하고 나와 버렸으니까. 다시 김호중 환자와의 대화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혼자서 생각했다.

‘내가 도대체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거지?’

김호중 환자에 대한 체크에서 벗어난 간만의 휴무. 하지만 제대로 쉬기엔 애초에 글러있었다. 지금 차를 몰아 향하고 있는 곳은 안양 근처의 어딘가 였다. 김호중 환자가 살고 있던 곳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와 말을 편하게 나눈 지도 거의 3주가 다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제의 대화가 발단이 되었다.

회진을 끝내자마자 원장의 호출을 받았다. 숲이 보이는 전망과 널찍함을 갖춘 원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원장은 내게 물었다.
“김호중 환자는 어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원장의 손에 쥐어진 골프채. 수놓아진 6이라는 숫자의 실밥이 삐져나와 있었다. 그걸로 골프샷 연습을 하면서 원장은 말을 잇지 않고 인상만 썼다. 기분이 또 좋지 않아지는 모양인 것 같아 화제를 좀 돌려보기로 했다.
“세포연구 쪽은 어떻습니까?”
“아니, 그게 문제가 좀 생겨서 말이야.”
“예?”
원장은 나의 의아함에 조금 머뭇거리다 말한다.
“처음엔 그걸 연구소에서 보내든가 해보려고 했는데, 세포를 보내지 못할 문제가 생겨서 지금 일단 그냥 우리 연구실에 두고 있어.”
“무슨 문제가 있길래.....”
“뭐 자네까지 알 것은 없고.....계속 김호중 환자의 상태나 봐주고, 혹시 그 사람이랑 대화해봐서 뭔가 좀 알아봐. 그러니까, 자신이 그렇게 되어버린 이유를 무의식중에 말한다던가......뭐 그런거 말야. 상태가 뭐가 좀 진전이 있어야지. 2주일이 지나도록 이 지경이면 안된다는 말이야. 좀 애써주게.”
원장은 그런 식으로 애둘러 대화를 끝냈다. 나는 원장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직감을 받으면서도, 그냥 그 느낌을 흘려버렸다.
김호중 환자와의 그 사담은 원장에게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걸 이야기해서 뭔가 나아진다는 확신도, 또 그의 확신이 맞다는 별다른 근거도 없었다. 나 역시 그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던 그 자리에서 그냥 ‘아,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일단은 편히 쉬세요.’ 하고 나와 버렸으니까. 다시 김호중 환자와의 대화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혼자서 생각했다.

‘내가 도대체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거지?’

김호중 환자에 대한 체크에서 벗어난 간만의 휴무. 하지만 제대로 쉬기엔 애초에 글러있었다. 지금 차를 몰아 향하고 있는 곳은 안양 근처의 어딘가 였다. 김호중 환자가 살고 있던 곳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와 말을 편하게 나눈 지도 거의 3주가 다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제의 대화가 발단이 되었다.

“저, 선생님.”
“네?”
“저, 제가 살던 곳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그건 갑자기 왜....”
그가 왜 갑자기 그 곳으로 가고 싶어졌는지 나는 좀 당혹스러웠다.
“왠지, 제가 살아있는 이유가 거기 어딘가 있을 것 같아서요.”
“전에도 한 번 이야기했지만, 너무 생각을 많이 한 것 아닙니까? 만약 거기 그런 이유가 될 만한 것이 없다면....”
"그러니까 꼭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아니라면 그 뿐 아닙니까?"
"죄송하지만, 김호중 환자는 검사가 다 끝나기 전까지는 이동을 할 수 없어요. 안정을 위해서도 그렇고요.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주세요."
"죽은 사람에게 무슨 안정이 필요합니까."
점점 공격적이 되어가는 말투.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진정시킬 대안을 말했다.
"그럼 제가 갔다와보죠. 이상한 건 다 가지고 오면 되는거겠죠?"
".......정말 갔다 오실 겁니까?"
"내일이 휴무니까 갔다 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나간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잘못하면 나한테까지 폐를 끼치는 문제니까요. 그나저나....정말 단서가 거기 있다고 생각합니까?"
“거기 꼭 있을 겁니다. 왠지 그것도, 어딘가에 숨겨져서. 그러니까 제발, 꼭 좀 찾아주십시오.”

담당주치의인데 그 사람의 아는 사람이 장례 때문에 그러니 물건을 좀 챙겨달라는 말을 부탁받아서 왔다는 말을 듣고는 한편으로는 수긍하지만 그래도 의심을 풀지 못하는 집주인의 눈초리를 등 뒤로 한 채 나는 그의 방 자물쇠를 열었다. 내가 생각해봐도 말이 안 되는 이유이기는 했지만, 뭐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내가 그 사람이랑 좀 친해졌고, 유언으로 부탁했었다는 부연설명으로.

먼지가 조금 앉아있기는 했지만 그의 집 상태는 그런대로 깨끗했다. 빨랫감 하나며 옷이며 살림가지들, 책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그 방. 무엇 하나 허투루 보이지 않는 그런 방의 모양새를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헛고생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의혹이 몰려오는 것을 좀 막기 위해서였다.

“죽은 사람 소원 들어주는 격이군. 그래, 뭐 그런 거겠지.”

혼잣말과 함께 나는 다시 그의 방에서 무언가를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챙기기 위해 뒤적였다. 그것들을 가져다주면 김호중 환자가 알아서 찾을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 몰래.

책상 서랍이나 컴퓨터 안의 파일들, 옷가지들, 옷장 위, 빨랫감들, 책상 밑, 책상 뒤, 장롱 밑. 있는 대로 다 뒤져봤지만 아직까지는 특별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았다. 서랍장의 몇 가지 물건들을 챙겨 넣어봤다. 조그맣게 만든 사진첩이라든가, 쓰지 않는 지갑 같은 것들. 뭔가 종이가 잔뜩 들어있기는 했는데 읽어보지는 않았다. 아무리 죽은 시체라지만 프라이버시는 지켜줘야지.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책장이었다. 5단짜리이고 폭이 좁은 것이었는데, 빽빽이 채워진 책들 때문에 만만치는 않을 것 같았다. 한 번 손을 대서 들려지는지 가늠을 하다가, 책장을 옮기는 것은 그만두었다. 그리고 책들을 하나씩 뽑아서 보기 시작했다. 책에 대한 취향도 가지가지였다. 사회과학서적, 무협지, 만화, 인물해부학, 게임잡지, 영화연출론, 시나리오 가이드, 영화잡지, 음악잡지 등등......가끔씩 그 안의 내용들을 읽다가 키득대면서 웃기도 하고 심각해지기도 하면서 본연의 의무를 망각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 권씩 넘겨보다가 문득 어느 책장의 한 구석에 눈이 갔다. 그건 스프링철로 만든, 해가 바뀌면 대기업 같은 회사에서 나눠주는 다이어리였다. 색깔이 진한 색 계열을 쓰는데 이건 좀 뭔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손으로 들고 봤더니 역시, 사람이 손으로 만든 다이어리였다. 나는 그것을 펼쳐들었다. 뭔가 좀 내용이나 일기 같은 단서가 여기 있을 것 같다는 희망과 함께.

하지만 이내 후닥닥 넘겨버렸다. 전체가 다 백지였다. 종이들도 다들 달랐다. 만든 사람이 정성을 들인 것 같았다. 디자인이 간격을 두고 조금씩 틀렸다. 시간낭비에 희망도 배신당하다니.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마지막 장까지 넘겼을 때 뭔가가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주워들었다. 조그맣고 명함같이 두꺼운 한 장의 메모지.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000-1004-1004, 한정희


국번까지 천사라니 원. 어지간히도 이상한 번호였다. 게다가 앞의 이 괴상한 번호는 뭘까. 핸드폰 번호 같기는 한데 000이라는 번호를 쓰는 회사는 없지 않은가. 혹시 무슨 계좌번호 같은 것이 아닐까 싶어 일단 다이어리와 함께 챙겨 넣어 두었다. 그렇게 몇 가지의 물건을 챙긴 뒤, 집주인에게 인사를 하고서 남은 물건은 가져갈 친분 있는 사람이 조만간 찾아올 테니 두시라고 이야기하고는 집을 나섰다. 물론 그것도 거짓말이었다. 혹시 남아있는 물건 중에 못 찾게 되면 그 때는 다른 사람을 보내서 아예 그 안의 물건을 통째로 가져와 버리겠다는 황당한 대책까지 마련해야 했으니까.

다시 차를 몰고 나오면서, 이게 무슨 사서고생인가,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그냥 무시해버렸다면 지금쯤 꿈같은 휴무를 즐기고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 청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나도 조금은 그가 ‘깨어있는’ 것에 대한 궁금증 같은 것이 고개를 들고 있었으니까.

출근하자마자 보자고 했다는 원장의 전갈을 접하고 나는 원장실을 찾았다. 김호중 환자의 물건들은 다른 곳에 보관해두고 걸음을 옮겨 원장실로 향했다. 원장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전과 같이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도대체가 이건 점점 골칫덩어리가 되어가고 있군. 김호중 환자, 병실 옮겨놨으니까 그렇게 알고, 좀 수고스럽겠지만 자네가 그냥 다른 환자들 딴 사람들에게 맡기고 완전 전담해줘야겠어.”
“병실을 옮긴다구요? 어디로 말입니까?”
“정신병동 중에서도 격리병동으로 옮길 거야. 그 곳에서 은밀하게 처리하자구.”
“제가 맡은 수술 스케쥴은.....”
“그것도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죽이든가 살리든가 좀 결단을 내려주라고! 아, 그리고 가면서 조직 검사한 박충기 박사한테도 내가 보잔다고 전달 좀 해줘. 내가 다르게 전화연락을 하기는 싫고, 그게 더 소문 퍼지지 않을 테니까.”
“소문이....퍼지다뇨?”
“환자 중에 언론인이 하나 있어. 어떻게 김호중이가 밖으로 나간 다음에 우연찮게 이야기를 나눴나 봐. 누가 잘 수습하긴 했지만 냄새를 맡은 것 같아. 아무래도 비밀을 철저하게 유지하는 게 낫겠어.”
그제서야 나는 원장의 인상이 왜 구겨져 있는지, 또 이런 조치가 왜 취해진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원장실을 일단 나와서는 김호중 환자의 상태를 처음 내게 알려준 후배 박충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충기 씨. 원장이 좀 보자네.”
-......
핸드폰 너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충기 씨는 또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어?”
-이 선배. 원장 만나기 전에 잠깐 뵙죠.
“뭐? 왜 그러는데?”
-그냥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죠. 지금 공사한다고 안 쓰는 6층 검사실 하나 있죠? 거기서 볼께요.

페인트를 막 발랐는지 독한 냄새가 가시질 않았다. 나는 그 안에서 박충기를 만났다. 그의 표정이 너무 어두웠다. 그는 조심스레 문을 닫더니 말을 꺼냈다.
“이 선배만 알고 계세요. 조직 검사 중에 이상한 물질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전 그것도 같이 조사를 해봤죠. 전에 유일제약에서 들어왔던 시약 아시죠?”
“그래.....그런데 그게.....”
갑자기 머릿속에서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다.
“잠깐.....아니 그럼......”
“예, 선배가 생각하시는 그겁니다.”

김호중 환자가 걸렸던 병은 확률 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걸리지 않는 일종의 희귀병과도 같았다. 하지만 일단 점차적으로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신약개발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원장이 유일제약 쪽과 모종의 거래관계가 있었다는 건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고, 그렇게 유일제약에서 개발되었다고 들어온 시약은 그 시약을 쓰겠다고 동의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다시 거친 결과 제약회사 쪽의 이야기와는 달리 첫 실험부터 심장에 부담이 더 커지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아서 사실상 거의 쓰지 않기로 결정이 난 사항이었다. 이건 원장조차 동의했던 결정이었다.

“그 시약의 변형을 다시 시험하겠다고 김호중 환자한테 썼던가 봐요. 그게 검출됐어요. 변형이라고는 하지만 문제가 많은 화학성분은 거의 바꾸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이걸 쉽게 알아볼 수 있었고요. 이건 말 그대로 독약을 놓은 거나 마찬가지죠. 김호중 환자 사인 제가 말씀드린 거 기억하시죠.”
“심장마비지......”
“그래서 환자 본인의 허가나 그런 것을 얻었는지 조사해봤죠.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 시약을 그냥 아무런 절차 없이 링겔에 풀어놓은 거죠. 증거를 찾으려고 해봤지만 모든게 너무 늦었어요. 다 파기되거나 세척되었더군요.”
“........”

앞뒤사정을 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보호자나 연고자가 없는 환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시약 실험을 하는 경우들을 소문으로만 들어왔었지만, 생각하기도 끔찍하거니와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고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실제 경우를 이렇게 눈앞에 놓고 보니 기가 막혔다.

“원장이 절 부르는 것도 그것 때문일 겁니다. 자료를 찾고 다니는 것이 측근 귀에 들어갔나 봐요. 아마도 해고겠지요.”
“........제길.......”
박충기는 조금 허무해진 눈으로 몸을 내게서 돌렸다. 그의 처자식 얼굴이 눈에 선하다. 의사라고는 하지만 박봉에 제대로 시간도 못 챙기면서 지금의 위치까지 노력을 다했던 박충기였다. 그의 광대뼈가 튀어나온 볼이 유독 그의 얼굴을 안쓰럽게 보이게 했다.
“나가면 길은 있어?”
“있겠습니까? 요즘 의사들 너무 많아서 난리라는데.”
박충기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가 오랫동안 끊었던 담배였다는 게 떠올랐다.

“후우......내가 어떻게라도 해볼까? 원장이랑 좀 담판을 지어서라도.....”
“아니요, 제가 볼 땐 선배도 조심해야 됩니다.”
“무슨 소리야?”
“선배는 원장파도 반원장파도 아니에요. 파벌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파벌 속의 사람들에겐 눈엣가시죠. 아마도 선배가 주치의 명단에 올라간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거의 양쪽 등에 낀 새우 모양이죠. 원장 계획도 좀 주워들었는데, 앞으로 3일, 그 안에 김호중 환자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기가 직접 처리할 거랍니다. 그럼 뻔하죠. 사망 판정 내리고는 으슥한 곳에서 목을 긋던가 관짝에 넣어가서 화장을 하던가, 그딴 식으로 처리해 버리겠죠. 나라도 그럴 겁니다. 또 실제로 원장 입에서 대화 중에 나온 이야기가 그렇다고도 하더군요. 분위기 살벌했다데요. 그럼 선배라고 가만 놔둘 것 같아요? 어떻게든 불이익을 주겠죠.”

수없이 이어지는 충격적인 이야기들에 나는 인생을 헛산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나는 무얼 하고 있었던 건가.
“단지,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박충기의 이야기에 나는 뭔가 잡을만한 실마리라도 있는가 싶어 다급히 물어보았다.
“뭐가? 뭔데?”
“김호중 환자가 다시 코마상태로 돌아가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소용이 없고......그럴 가능성도 희박하니.......”

그 이야기에 나는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그가 코마상태에 돌아가면 된다.......그렇게 만들면 된다......하지만 그건 그의 깨어있음을 내가 강제로 잠재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럼 원장과 같은 방법을 써야 하는 것 아닐까. 어떤 침해도 받지 않는 세포를 다시 죽여 코마상태로 만들려면......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진 내 귓가에 박충기의 말이 울려왔다.

“어떻게든 김호중 환자가 햇빛 볼 시간은 3일뿐이라는 거죠.”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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