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시범용]용사가 되는 법 vol 2.

충령대군 작성일 06.10.09 16: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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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후로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나의 일상은 여느때와 같았다.
매일 산에 올라가 나뭇가지 주어오고, 약초 캐고.....
그동안 그 소녀는.... 보이지 않았다.


덜컥!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빈집이 아닙니다. 함부로 들어오시면.....!!!"


허락없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선 자는 험악한 인상의 남자였다.
그리고.... 그 뒤에 그 소녀가 있었다.


"여어~ 진짜 용사님이네. 하지만 이렇게 어려서야...."


남자의 팔뚝에 문신처럼 새겨져있는 '동료의 증거'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다시... 찾아왔군요. 이 분은 저를 끌고 가기 위한 조력자입니까?"


"........"


난 그 남자를 무시하고 소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소녀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이 없었다.


"나참. 꼬마라도 남자 아니냐. 남자는 남자끼리 대화를 나누는 법이지!"


"아악! 이것 놔아!!!"


남자가 내 옷의 뒷덜미를 낚아챈 채 어깨위로 들쳐맸다.


"베리투스님. 아이라도 용사님이세요. 그렇게 함부로 하시면...."


"걱정마. 잠깐 할 얘기가 있서서 그런거니까. 셰린."


남자가 나를 내려놓은 곳은 집 앞의 공터였다.
도저히 힘으로 안될 것 같기에 나는 일찌감치 풀려나기를
포기하고 있었다.


"어라? 꽤 얌전하잖아. 아깐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더니만."


"할 말이 있다면 어서 하시죠. 전 오늘도 할 일이 많습니다."


남자가 조롱을 하든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의 의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흐음, 그 할일이란 게 약초를 캔다든가, 물고기를 잡는다든가.... 뭐, 그런건 아니겠지?"


"남이사! 물고기를 잡든, 약초를 캐든... 그게 뭐 어떻다는 거죠?"


"별로 어떻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평생 그러고 살거는 아니지 않냐 이거지."


"전 평생 이러고 살 겁니다. 절대 당신들이 원하는 용사가 되지는 않을거에요."


"흠, 그렇게 말해도... 이미 넌 용사야. 그 용사의 문장이 그걸 증명해주고 있다구."


"........"


"셰린에게 들었지만, 너희 아버지도 용사라고... 그런데 어째서 너는 용사를 거부하는 거지?"


"그건..."


"그건?"


드디어 이 때가 찾아온건가. 나만이 알고 있는 진실을 털어놓을 때가......


"아버지가 용사였기 때문이죠."


"....음, 잘 이해가 안되는데. 아버지가 용사면 아들도 용사가 되고 싶어지는 게 정상 아닌가?"


"아버지는 임무수행 중에 돌아가셨습니다. 용사의 동료들은 용사가 해내지 못한 임무를 용사없이 수행해야만 했죠. 결국 임무는 실패했고 모두 죽었습니다."


남자는 내 얘기를 듣더니, 짐짓 엄숙해졌다.
잠시 침묵하더니 진지한 어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얘기는 나도 알고있다. 그 임무란 마계의 입구를 봉인하는 일이었지. 그 마계의 입구에서 세어나오는 마력으로 마도왕국이 부활할 수 있었던 거니까. 그 일은 오로지 용사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왕국도 섣불리 손을 못대고 있다가 지금의 상황이 도래한거지.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구도 너희 아버질 비난하지 않았어. 용사도 사람이니까 실패를 할 수 도 있는 거니까."


마계의 입구의 봉인.
오로지 신에게서 선택받은 인간인 용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것은 신의 힘을 빌려쓰는 성기사도,
신의 힘과는 정반대이지만, 강한 힘을 발휘하는 마법사도,
또.... 용사의 동료라 불리는 그들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도 용사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아버지가 실패한 임무를 제가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또한 갖고 있었죠. 하지만 그 일이 있은 후, 사람들은 용사의 동료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떠밀었습니다. 힘을 잃은 용사의 동료들은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죠. 그중엔 저희 어머니도 계십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당시 용사의 동료들은 어떻게든 마계의 문을 봉인하기 위해 자처해서 나선거라고 들었다."


남자는 기겁하더니 서둘러 내 말을 고쳤다.
하지만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제대로된 진실을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건... 왕이 꾸며낸 얘기입니다. 용사의 동료들은 각 나라의 실력자였습니다. 그들을 없애기 위해 계획한 일이었죠."


".........."


"저희 아버지 또한 왕의 음모에 처단된 희생자입니다. 아버진 왕의 사촌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용사라는 신탁이 내려지자, 왕의 자리를 뺏길거라 생각한 왕은 마계의 입구로 가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아버지를 암살한 것입니다."


".........."


"자, 전 모든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당신도 왕처럼 저를 죽이실 건가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분명 내가 용사가 된다면 지금의 왕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죽을 운명임에 틀림이 없었다.
어차피 이 나라에서 도망쳐 살기도 지쳤다.
이런 인생... 내 쪽에서 먼저 포기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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