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잘 이해가 안되는데. 아버지가 용사면 아들도 용사가 되고 싶어지는 게 정상 아닌가?"
"아버지는 임무수행 중에 돌아가셨습니다. 용사의 동료들은 용사가 해내지 못한 임무를 용사없이 수행해야만 했죠. 결국 임무는 실패했고 모두 죽었습니다."
남자는 내 얘기를 듣더니, 짐짓 엄숙해졌다. 잠시 침묵하더니 진지한 어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얘기는 나도 알고있다. 그 임무란 마계의 입구를 봉인하는 일이었지. 그 마계의 입구에서 세어나오는 마력으로 마도왕국이 부활할 수 있었던 거니까. 그 일은 오로지 용사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왕국도 섣불리 손을 못대고 있다가 지금의 상황이 도래한거지.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구도 너희 아버질 비난하지 않았어. 용사도 사람이니까 실패를 할 수 도 있는 거니까."
마계의 입구의 봉인. 오로지 신에게서 선택받은 인간인 용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것은 신의 힘을 빌려쓰는 성기사도, 신의 힘과는 정반대이지만, 강한 힘을 발휘하는 마법사도, 또.... 용사의 동료라 불리는 그들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도 용사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아버지가 실패한 임무를 제가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또한 갖고 있었죠. 하지만 그 일이 있은 후, 사람들은 용사의 동료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떠밀었습니다. 힘을 잃은 용사의 동료들은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죠. 그중엔 저희 어머니도 계십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당시 용사의 동료들은 어떻게든 마계의 문을 봉인하기 위해 자처해서 나선거라고 들었다."
남자는 기겁하더니 서둘러 내 말을 고쳤다. 하지만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제대로된 진실을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건... 왕이 꾸며낸 얘기입니다. 용사의 동료들은 각 나라의 실력자였습니다. 그들을 없애기 위해 계획한 일이었죠."
".........."
"저희 아버지 또한 왕의 음모에 처단된 희생자입니다. 아버진 왕의 사촌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용사라는 신탁이 내려지자, 왕의 자리를 뺏길거라 생각한 왕은 마계의 입구로 가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아버지를 암살한 것입니다."
".........."
"자, 전 모든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당신도 왕처럼 저를 죽이실 건가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분명 내가 용사가 된다면 지금의 왕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죽을 운명임에 틀림이 없었다. 어차피 이 나라에서 도망쳐 살기도 지쳤다. 이런 인생... 내 쪽에서 먼저 포기해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