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시범용]용사가 되는법 vol 4.

충령대군 작성일 06.10.10 11: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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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 일이 있은 지, 이틀 후....
나는 짐을 정리해서 왕국으로 떠났다.
짐이라고 해봤자, 도피생활을 하던 중이었던지라
그다지 챙길 것은 없었다.


"그런데, 한가지 잊은게 있었군. 가장 중요한 것인데 말야."


베리투스가 중얼거렸다.


"그게 뭐죠?"


궁금한 표정의 내 얼굴을 보더니,
베리투스는 씨익 웃어보였다.


"그건 말야. 네 이름 말야. 아직 못 들은거 같거든."


"아! 맞아요. 저도 아직 용사님의 성함을 듣지 못했어요."


왠지 이들의 얼굴을 보니,
그다지 가르쳐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그들의 이름을 불러야 했기에, 어쩔수없이 가르쳐줬다.


"륜... "


"호오.... 이름 한번 멋지군!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는 그릇이라...."


"그럼 성은 레스타, 레스타 륜 용사님이 되겠군요!"


마치 대단한 것을 들었다는 듯 둘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내 이름은....
아버지의 이름 첫글자와,
어머니의 이름 뒷글자를 따서 지어졌다.
류트와 샤나. 내가 딸이였으면 지금의 이름은 류나였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큰일이군. 아무리 용사라고 해도 이렇게 어려서야...."


'검 한번 제대로 휘두룰 수 있을런지.' 라는 뒷말을 아끼는 베리투스였다.
내 키는 작았다. 얼굴도 엄청난 동안을 타고났다.
심지어 쿠셰린도 나보다 한뼘 가까이 클 정도였다.


"아직 어리시니, 조만간 크겠죠. 그런데 우리 용사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이건 굴욕이다.


"열....여섯...."


"네. 네?"


"열여섯이라구!!"


"에에!"


"뭐야, 설마! 진짜?"


제발 그 못볼 걸 봤다는 표정들은 집어치우라구!


"셰린이 열 네살인데.... 그럼....용사오빠?"


"허허....이거참, 나랑 동갑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군."


당신도 열여섯이라고? 난 세대차이 느끼는 나이라 생각했는데....


"뭐에요? 베리투스 씨가 열여섯이라구요? 한 서른 넘은줄 알았는데."


"뭐라고, 셰린! 내가 어딜 봐서 서른이 넘게 보이는데?"


"모든 면에서요! 보통 열여섯은 그렇게 수염이 덕지덕지 안붙어있다구욧!!"


"이건 일부러 기른거야! 수염 깎으면 나도 젊어보인다구!"


"믿지 않겠습니다. 흥!"


"으으...."


베리투스의 험악한 인상이 벌게지더니,
마치 성난 황소를 연상시켰다.
둘의 말싸움이 그칠 것 같지 않자,
난 서둘러 말을 끊었다.


"이러다가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노숙해야 겠네요."


"으윽! 그건 안돼!"


"외박은 피부미용에 안 좋아요! 어서 가죠!"


일행은 서둘러 걸음을 재촉해
해가 저물때쯤 산길을 지나 도로로 나올 수 있었다.


"휴우. 이렇게 깊은 산골에 숨어지내니 누구도 너를 찾을 수 없었겠지."


"아리스 여신님의 인도가 아니셨으면 저도 찾아내지 못했을 거에요."


"길을 잃은 건 아니구?"


"아니예욧!!"


베리투스가 약올리자,
쿠셰린은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짐짓 화난 체 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자,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두분은... 꽤나 친한 것 같네요. 마치 오랫동안 같이 지내온 거 같아요."


내 말에 둘은 퍼뜩 놀라 반론했다.


"그건 엄청난 착. 각. 이다! 륜! 이런 꼬맹이가 용사의 동료만 아니었서도 진작에 발로 뻥 차버렸을 거라구."


"저도 마찬가지에요. 용사님. 누가 이런 아저씨하고..."


심한 부정은 긍정이라던데....
괜히 마음이 답답했다.


"알겠어요. 어서 가죠."


더 말하기 싫었던 나는
먼저 앞장서서 가기 시작했다.
둘은 뒤에서 계속 그게 아니라면서 떠들어댔지만,
더 이상은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날이 완전히 저물때 쯤,
마을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오는 길에 몬스터나 마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원래 이근방은 꽤나 위험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냄새는..."


마을의 입구에 도착하자,
심한 썩는 내가 진동을 했다.


"당했군. 이미 당한지 오래야."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집집마다 밝게 켜져있어야할 등불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
가끔 보이는 마굿간에선 이미 해골로 변한 말들 위로 파리만 앵앵거릴 뿐이었다.


"몬스터의 소행은 아니군. 마물의 소행이야."


단정짓는 베리투스의 말에
쿠셰린이 의문을 품었다.


"그건 어째서죠."


"보라구. 몬스터들은 저렇게 즉석에서 일을 처리하지 않아. 그저 죽이거나 자신들의 소굴로 끌고 갈 뿐이지. 티끌만한 이성도 없는 마물만이 모든 것을 없애고 먹어치울 뿐이지."


베리투스는 그렇게 말하며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남은 녀석들이군."


키키키키.
키키키키.


베리투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유리를 손톱으로 긁는 듯한 불쾌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렘린이군. 이거 생각보다 많은데? 셰린, 부탁해!"


"네!"


쿠셰린은 즉각 대답하며 베리투스의 검을 손으로 감쌌다.
그러자, 손에서 영광이 일며 그 빛은 베리투스의 검을 완전히 뒤덮었다.
일을 마치자, 쿠셰린 또한 등에 멘 검과 방패를 꺼내들었다.
나는 그저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셰린, 너는 오른쪽을 맡아. 난 왼쪽을 맡을테니."


"넵! 하앗~!"


기합성과 함께 쿠셰린은 오른쪽의 그렘린들을 향해 뛰쳐나갔다.
그렘린은 총 13마리였다. 오른쪽에 6마리, 왼쪽에 7마리.
그 말인즉슨, 쿠셰린도 베리투스에 못지않게 실력이 있다는 걸 뜻했다.


'하긴.... 처음 만났을때 멧돼지를 한번에 두동간 낸 실력이니.'


나보다 두살이나 어린데도, 여자아이인데도
쿠셰린은 마치 전쟁터에서 싸우는 여전사를 연상시켰다.
...그에 비해 나는 그저 싸움을 피하려고만 한 패배자에 가까웠다.


'이런 나보다는 의지가 되는 베리투스 씨가 더 맘에 들겠지.'


잠시 딴생각을 하던 중,
베리투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피햇!!"


"어...."


그렘린 한마리가 나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다.
내 허리춤에도 오지 않을 작은 덩치였지만
녹색피부에 눈동자가 작은 노란 눈은 바라보고 있으면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췌엑!


그렘린이 나를 향해 침을 뱉었다.
난 반사적으로 침을 피하기 위해 뒷걸음질을 했다.
하지만 침의 사정거리는 훨씬 길었기에
난 볼썽사납게 뒤로 넘어져야 했다.


"으악!"


다행히도 침은 내 가랑이 사이로 떨어졌다.
부식성이 있는 것인지 땅에 떨어진 침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내가 침을 피하자 못마땅했는지
그렘린은 단검을 칫켜들고 다가왔다.


"으으...."


몸이 떨려왔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끼키키키키


내가 두려움에 떨고 있자
그렘린은 한껏 미소를 풍기며
단검을 찔러들어왔다.


푸욱!


듣기에도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눈을 감았기에 보이진 않지만
내 가슴팍에 검이 꽂혀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죄송해요. 용사님. 제가 지켜드린다고 했는데."


쿠셰린의 음성이 들려와 눈을 떠보니,
쿠셰린의 팔목에 그렘린의 단검이 꽂혀있었다.


"그 누구라해도 나의 용사님께 상처를 입힐 수는 없어!"


쿠셰린의 검이 빠르게 횡을 그었다.


끼에엑!


내게 덤벼들던 그렘린은 허리가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주위로 네마리의 그렘린이 버티고 있었다.


"여긴 제가 맡을테니, 어서 피하세요."


"쿠셰린...."


쿠셰린은 몸을 일으켜 세워 검을 곧추 세웠다.
하지만 칼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렘린은 마물 중에서도 최하급에 속한 마물이다. 그들은 소수로는 약하기에 항상 무리를 지어 다닌다. 그렘린의 침엔 부식성의 독이 포함되어 있어서 닿는 것은 무엇이든 녹여버린다. 또한 그들이 갖고 있는 단검엔 치명적인 신경독이 포함되어 있어 닿는 신체부위를 서서히 마비시키고 구토와 경련을 일으키게 한다. 그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때, 머릿속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이건... 아버지...'


"꺄아아악!"


"쿠셰린!!"


퍼뜩 정신이 든 내 눈 앞에 쓰러지는 쿠셰린이 보였다.
좀전의 팔목의 상처로 인해 검을 제대로 쓰지 못한 탓이였다.
심지어 들고 있던 방패도 없었다. 무게가 상당한 방패를 들고 있을 힘도 없었던 것이다.
그렘린들은 약삭빠르게 그점을 이용해 치고빠지는 식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으흑"


또다시 그렘린의 단검이 쿠셰린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신경독으로 몸이 둔해진 그녀는 재빠른 몸놀림을 자랑하는 그렘린의 공격을
도저히 피해낼 수 없었다.


"이, 이런 팔에 힘이...."


이젠 검을 들고 있는 팔도 올라가지 않았다.


"셰린!!"


20보 거리 정도에서 베리투스가 외쳤다.
베리투스는 쿠셰린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그렘린들이 그것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크윽, 제기랄!!!!"


베리투스는 욕설을 내뱉으며 투핸디드소드로 반원을 그리며 휘둘렀다.
그 동작으로 한마리의 그렘린이 목을 잃고 쓰러졌지만
아직 네마리나 남아있었다.
그도 이미 곳곳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투핸디드소드는 덩치가 큰 몬스터를 상대로는 기대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이런 작은 그렘린들 상대로는 기대치만큼의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어이없게도 용사의 동료란 일행들이 최하급의 마물에게 쩔쩔 매는 장면이었다.
마물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존재이기에 싸우는 방법도 모르는게 당연했다.
단지 악마의 종자인지라 그들도 신성력에 약하다는 것을 알뿐이었다.
더군다나 용사의 동료라해도 용사의 힘이 없다면 일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리를 지은 그렘린을 상대하기 위해선 철저히 한마리 한마리씩 없애는 수밖에 없다. 그들은 약한 공격력을 보완하기 위해 항상 연계를 하면서 싸운다. 강한 공격마법이 아니라면 일일이 없에는 방법이 최적의 공격수단이다.]


또다시 음성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쿠셰린이 검을 떨어뜨리는 것이 보였다.


챙강!


쿠셰린의 발밑에 떨어진 검을 한 그렘린이 잽싸게 집어들어 멀리 던졌다.
그 검은 곧장 내 앞에 떨어졌다.
나는 검을 집어들었다. 생전 처음 검을 잡아봤지만 생소한 느낌은 아니었다.
쿠셰린의 상체가 무너져가고 있었다.
의아한 눈빛으로 검을 살펴본 나는 쿠셰린을 향해 걸어갔다.
쿠셰린은 무릎을 끓은 채 이미 생을 포기한 듯 싶었다.


"무리....예요.... 용사님.... 도저히 이들을 당해낼 수....."


키키키키
키키키끽


내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렘린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좀전의 내 약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한마리가 내게 다가왔다.


키키키킥!!


단검을 내게 찔러왔다.


부웅!


키긱?


그렘린의 목은 갑자기 시선이 땅으로 향하게 되자,
의아하게 생각한 듯 싶다.


그렘린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남아있던 몸통에서 분수와도 같은 피가 솟아올랐다.


키키키키!


그 모습을 보던 그렘린 세마리가 사악한 미소를 풍기며
내게 짓쳐들어왔다.


'왼쪽을 베고, 몸을 뒤로 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행동은 더욱 빨랐다.
약간 앞서오던 왼쪽의 그렘린을 베었고 몸을 뒤로 빼자,
중앙의 그렘린이 그곳에 검을 찌르고 있었다.


'침을 피하면서 옆으로 돌아 목을 벤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중앙의 그렘린이 침을 뱉었고
내 검이 빠르게 그 그렘린의 목을 베었다.


'앞을 향해 검을 찔러넣는다.'


푸욱!


몸을 날려 내 머리를 노리던 마지막 그렘린의 몸통에
검을 쑤셔박았다.


끼이.....기기.....


놈이 죽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검을 땅에 내려찍었다.
그렘린은 몸통부터 가랑이로 세로로 쪼개져 즉사했다.


"용...사....님...."


쿠셰린을 바라봤다.
다행히 무사한 듯 싶었다.
베리투스 쪽을 보니,
그도 모두 끝마친 듯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륜... 너... 검을 배운 적이 없었다고 하지 않았어?"


베리투스가 물었다.


"머릿속에서 음성이.... 그저 생각나는 대로... "


점점 시야가 흐려지고, 의식이 멀어졌다.


"이봐, 륜!"


베리투스가 다급히 뛰어오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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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쓰다보니 길게 써버렸네요.
거의 2화 분량인데.......쩝;;
보신 소감 좀 리플달아주세요.....리플은 작가의 활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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