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신입생들은 가만히 넓은 방으로 들어오는 입구 옆에 서 있기만 한 채 어찌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자자... 재학생들아... 너희들이 먼저 앉아야 애들이 앉지!!’
난 그 말을 듣고 과짱형을 순간 원망했다... 신입생들을 먼저 앉혀야 내가 쟤 옆에 가서 앉을 것이 아닌가!!! 아무리 궁리를 해도 방법이 없다... 그냥 첫날은 포기하기로 하고 아무데나 앉아 버렸다...
‘자 신입생 여러분은 맘에 드는 자리로 가서 껴 앉으세요... 근데 너무 한 곳에만 몰아서 가진 마시구요....’
신입생들이 재학생들 사이사이에 들어와 앉기 시작했다...
‘(아... 젠장.... 역시나 다른데 앉네...)’
그렇다... 그 아이는 내와 다른 조에 가서 앉은 것이다... 오늘 처음 본 아이인데, 내가 이렇게까지 끌리다니... 내참...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과짱형의 외침과 동시에 한잔씩들 걸치고 천천히 대화를 시작으로 말을 트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안 뜨자 벌써부터 게임을 시작하는 조도 있었다... 그녀가 있는 조도 게임을 하고 있었다... 우리 조는.... 뭔가 침울했다.... 신입생이라고 해도 재수를 해서 나와 같은 혹은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만 있는데다가 선배들까지 있어서 그런지 뭘 하려고 해도 분위기 자체가 뜨질 않았다.... 침묵을 지킨 채 어느 덧 30분이 흘러갔다...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난 화장실 가는 척을 하면서 일어나 은근슬쩍 그 아이가 있는 조에 가서 앉았다...
‘안녕하세요?? ^^’ ‘(귀엽다....) 네.. 안녕하세요... ^^ 일단 한잔씩들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주위 신입생들과 같은 학번 아이들에게 술을 따라준 뒤 한잔씩 마셨다... 이 조는 나와 동기인 아이들과 나보다 한살 어린 신입생들만 있어 상대하기 편했다...
‘이 조는 뭐... 게임만 하나??’ ‘어... 분위기 띄우는게 좋자너...’ ‘음... 그렇지... 내가 또 게임 황젠데...’ ‘오~ 그래? 그럼 한번 해볼까?? ㅋㅋ’
게임을 하면서 웃게 되고, 그 웃음으로 인해 낯선 아이들과 빨리 친해져가고 있었다.... 물론 그녀와도...
그 어떠한 인간이라도 화장실을 안가고 술을 계속 마시는 건 아마 불가능 할꺼다... 갑작스런 생리현상의 자극이 느껴져서 화장실에 뛰어갔다... 화장실 안에는 지금까지 같은 조에서 같이 놀던 신입생 녀석이 있었다...
‘어디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냐?? ㅋㅋ’ ‘아... 네.... 너무 많이 마셔가지구요... 막 정신이 없어요...’ ‘우리가 뭐... 죽이려고 술 주는 것도 아니니까 니가 알아서 적당히 마셔...’ ‘네... 그래야죠... ’
난 얼른 지퍼를 내리고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소변도 보지 않으면서 왜 계속 내 뒤에 계속 서있냐....?
‘형....?’ ‘응? 왜?’ ‘저 혹시... 형 옆에 앉아있는 민아라는 애... 관심 있으셔요??’ ‘(엥?) 뭐?’ ‘아뇨... 뭐랄까...ㅋㅋㅋ 형이 막 관심이 있으신 것처럼 행동하시길래... 옆에서 보니까 맞는거 같던데?? ㅋㅋㅋ’ ‘그렇게 보이냐??’ ‘네.... 게임할 때도 흑기사도 몇 번 신청하셨고... 술 먹을 때도 옆에서 하나하나 챙기시더라구요?? 그래서... ㅋㅋㅋ’ ‘아 그르냐?? 아씨... 첫날부터 걸리냐.... 야... 쫌... 도와줄 수 있냐??’ ‘아우... 그럼요!! 제가 또 고등학생 때부터 연결해주는덴 도사였잖아요~ ㅋㅋ’ ‘야.. 그럼 좀... 부탁하자~~ ㅋㅋㅋ’ ‘그럼요... 저만 믿으시라니깐요....ㅋㅋㅋ 형.... 대신에요...’ ‘엉... 얘기해~’ ‘형 반대편에 앉아 있던 수정이라는 애가 있었잖아요...’ ‘어....... 아~~~~!!! OK OK 알았으~ ㅋㅋ’ ‘쫌 밀어주셔요~ ㅋㅋ’
이렇게 두 사람의 밀담은 남자화장실에서 조용히 이루어졌다... 다시 방으로!!! 갔는데.... 순간 기겁했다... 그 아이가 있는 조에 갑자기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 뻔히 보이는 남자들의 대쉬... 물론 그녀에게 대쉬하는 녀석들도 보였다... 도저히 낄 자리가 보이질 않았다.... 다시 끼긴 껴야하는데.... 어떻게 끼냐... 사람이 너무 많네.... 그리고 왜 저렇게 들이대..?? 가서 저지해야될꺼 같은데... 곧 천사의 구호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방으로 들어가는 문 밖에서 계속 서있었다... 어떻게 낄지 계속 궁리를 하면서... 그 때였다...
‘어? 선배~~ 왜 안 오시구 거기 서 계세요??’ ‘어? 아... 잠깐...ㅋ 갈께...'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녀가 날 불러준 것이다... 그리곤 자기 옆자리를 내주었다... 난 지금 내 인생의 그 어떤 날보다 행복하다...
술자리는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이제 살아남은 사람은 나와 그녀, 나와 결의를 다진 진수, 수정이, 선배 3명, 동기 4명, 신입생 5명....
‘이제 자야지?? 안자면... 재학생들은 상관없는데... 신입생들은 내일 행사 때문에 죽을 거야...’ ‘아.. 정말요?? 그럼 잘까....’ ‘그래... 쫌 자... 우린 조금 정리하고 잘테니까...’ ‘예? 아... 그럼 도와드리고 잘께요!!’ ‘아녀아녀... 뭐... 신입생 O.T.가 괜히 신입생 O.T.인가... 후배들 챙기라고 있는거지... 들어가서 자...’
난 얼른 그녀를 자는 방으로 보냈다.... 정리는 무슨.... 어차피 내일 아침에 일어난 사람들이 할텐데.... 쏟은 술이랑 안주만 닦아 놓으면 되지 뭐... 단지... 이 한 마디가.... 내 짧은 머리엔 뭔가 나를 있어보이게끔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졸려 죽겠다...... 도저히 못 일어나겠다.... 결국 오후 12시까지 잤다... 같은 과 동기들이 깨워줘서 겨우 일어났다.... 점심은 먹어야하기에.... 동기 중에 차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어서 그 녀석 차를 같이 타고 밖으로 나갔는데 우연히 감자탕 집을 발견했다... 차 안에 있는 아이들 전부 감자탕을 먹는데 동의를 하여 감자탕을 먹기로 하였다... 맛있었다...... 술을 엄청 먹은 뒤 먹는 감자탕 맛은... 정말 환상이었다... 밥을 후딱 챙겨먹고 다시 수련원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동기들과 선배들이 방을 치우고 있었다... 특이하게 올해 신입생 O.T.만 1박 2일 일정으로 짧게 잡혀서 바로 치워주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하고 있는 동기들과 선배들을 도와준 뒤, 쫌 씻고....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그녀의 폰번호.... 못 땄다.... 놀기만 놀고.... 막상 중요한 걸 잊은 것이다... 그냥 자연스레 내 폰을 건네면서 폰번호를 딸까..?? 소심한 걱정을 하고 있는 사이에 학교 행사를 모두 구경한 신입생들이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래... 지금 안따면 언제 또 따냐... 가보자! 라고 생각하고 발길을 옮기는 순간....
‘야! 재학생들 지금 빨리 모여봐!!’
내가 과짱형을 미워하게 되는 그 두 번째다...
‘이제 학교로 돌아갈껀데.... 지금 버스가 부족하다고 그래서 신입생들 먼저 보내고 우리는 남아서 청소를 해야 되거든? 지금 당장 좀 해줘.... 신입생들은 내가 인솔하고 바로 돌아와서 도울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