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여인 # 4. 옥상 위에 핀 장미꽃 (2)

나영선 작성일 06.11.14 11:34:37
댓글 0조회 624추천 0
116347167568540.jpg

[before writing]

하.... 이번에는 정말 끝내려고 했는데..;;
이번 화 정말 길게 되네요.. 휴.. 힘들긴 하네요.
다음편에 꼭 끝내도록 할께요ㅜㅜ

그래두 재밌게 보시는 분들있어서 힘이나네요.~^^;;;

---------------------------------------------------------------







어쩌면… 우리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비너스의 여인 ]

제 1 부 - she is from the venus

====================================


# 4. 옥상 위에 핀 장미꽃 (中)





세상 참 좁습니다.

여기서 얘를 또 만나다니요.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에 한 번 더 놀랐습니다.

바로 맞은편에 그녀가 일하는 편의점이 있었으니까요.

조그만 공원을 뒤로한 채 홀로 우두커니 서있는 가로등에서 희미한 불빛이 세어 나옵니다.

그녀의 뽀얀 얼굴이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창백하게 비칩니다.

저를 향한 그녀의 환한 미소도 그대로 굳어버렸습니다.

“세상에…! 영민아. 무슨 일 있었니? 얼굴이 왜 이래? 어쩌다가 이런 거야?”

근심어린 시선으로 그녀는 제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아앗….”

그녀는 제 이마에 난 상처에 조심스럽게 손끝을 대었습니다.

“누가… 이런 거야?”

사실 그건 제가 그랬습니다.

죄책감에 북받쳐 미친 듯이 자학한 흔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입을 굳게 다물고 그녀의 시선을 피했습니다.

왠지 그녀의 따뜻한 관심이 거북하기만 했습니다.

제가 침묵을 지키고 있자 그녀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제게 말했습니다.

“휴우…. 내가 정말 못 살아. 추운데 왜 여기 앉아있어. 나 저기서 일하는 거 알면서.”

그녀는 제게 마치 말썽꾸러기 아들을 꾸짖는 것 같은 말투로 투덜거렸습니다.

그녀를 다시 보기까지 꾀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현아의 입가에서 오랜 친숙함이 묻어나옵니다.

결국 그녀의 따뜻한 입김에 얼어붙은 제 몸이 한 봄에 눈 녹듯 녹아버렸습니다.

저는 그녀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자, 가시죠. 노숙자 아저씨.”

그녀는 어느새 제 앞에서 조그만 손을 내밀고 서있습니다.

물론 저는 걸을 수도 없었습니다.

제가 곤란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심각하게 물었습니다.

“너…. 정말 많이 다친 거야?”

보면 모르냐, 이 등신아!

라고 예전처럼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럴 힘도 없어서 그냥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으응…. 숨쉬기가 좀 불편해.”


입안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더니

“콜록!”

헛기침과 함께 붉은 선혈이 조금 묻어나옵니다.

“영, 영민아… 너… 피가…”

그녀는 그대로 얼어버렸습니다.

그녀는 굳어 버린 얼굴로 제 안색을 살핍니다.

“영민아, 너 왜 그래…….”

숨이 막히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옵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견딜만했었는데

이제 이마에 식은땀까지 납니다.

누나를… 그녀를 다시 봤을 땐

정말 하나도 안 아팠었는데.

어떻게 버텼던 건지

이젠 정말 죽어버릴 지경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시린 겨울바람이 살가죽을 깎아내는 듯이 거세게 불어옵니다.


“현아야. 나… 너무 아파서 좀 눕고 싶은데… 어디 쉴 곳 없을까.”

그녀에게 간절하게 부탁했습니다.

항상 난 그녀에게 빚만 지는 것 같아요.

어느새 그녀의 큰 눈망울 가득 맑은 샘물이 고였습니다.

“그, 그래…. 이러지말고 우리병원에 가. 내, 내가 부축해 줄게.”

그녀가 힘겹게 저를 부축하려는데 아무래도 벅찬지 자꾸만 넘어집니다.

어느새 그녀의 얼굴이 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녀는 울먹이며 제게 속삭였습니다.

“영민아, 조금만 참아…. 조금만….”

하지만 전 그 애가 탄 목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작은 어깨에 기댄 체 그대로 정신을 놓아버렸으니까요.

“영민아! 서영민, 정신 차려!”

.
.
.
.
.




이번에는 첫눈처럼 온통 새하얀 병실이 보입니다.

확실히 현수 집처럼 쾌쾌한 냄새도 없습니다.

“이제 좀 정신이 드니?”

옆에서 현아가 땀이 송골송골 맺힌 제 이마를 닦으며 말했습니다.

“으응…. 덕분에 많이 괜찮아졌어.”

제 옅은 미소에 그녀는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현아는 눈가에 근심을 가득품고 제게 나직이 물었습니다.

“영민아,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그냥 어디서 처 맞은 거지. 으이구… 이 등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주위를 살피니 병실 문에 기댄 체 팔짱을 끼고 저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는 현수가 보입니다.

“넌 좀 가만히 있어. 아파서 누워있는 애한테 등신이 뭐니?”

그녀가 현수를 흘겨보며 말했습니다.

“그럼 등신한테 등신이라 그러지 뭐라고 하냐? 하여간… 바쁜 사람 귀찮게 하는 데 뭐 있다

니까.“

아마도 그녀가 현수를 부른 모양입니다.

확실히 혼자서 이런 멀대같은 놈 부축하기가 벅찼겠지요.

제가 조그만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둘이… 아는 사이였어?”

그러자 그녀가 웃으며 대답합니다.

“어? 응. 그냥… 어쩌다 알게 됬어.”

그러고는 심술궂은 표정으로 현수를 바라봅니다.

그러자 그는 조금 얼굴을 붉히더니 황급하게 얼버무립니다.

“맹추같은 녀석은 너하나로도 충분한데……. 꼭 바쁠 때면 불러내서… 하여간 정말 귀찮은

녀석이라니까.”

“뭐? 저게….”

그녀는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다시 현수를 흘겨봅니다.

어느새 화기애애해진 분위기가 병실을 가득 메웠는데도

제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나…. 좀 쉬고 싶어.”

제가 침울한 목소리로 말하자

“응? 그래….”

그녀는 제 눈치를 살피더니

현수에게 조그맣게 말했습니다.

“현수야. 바쁜데 이제 그만 가 봐. 그리고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

“뭐야, 기껏 와줬더니 이제 그만 내쫓는 거야?”

현수가 장난기 어린 말투로 대꾸하며 병실 문을 열었습니다.

“미안해. 근데 영민이가 좀 쉬고 싶다 잖아.”

“알았다구. 옛 친구 아니랄까봐. 엄청 챙기네. 그럼 잘 쉬어라.”

그는 저를 돌아보고 한마디 인사를 건낸 체 사라졌습니다.

현아는 잠시 그를 배웅 하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제가 누운 침대 옆에 앉았습니다.

아무 얘기도 꺼내지 않은 체 그녀는 그저 미소 지은 얼굴로

눈을 감고 누워있는 제 모습을 한없이 바라보았습니다.

따스한 한 줄기 햇살을 등지고…….

.
.
.
.
.
.

그렇게 밤낮이 지나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녀는 힘든지도 않은 지 하루종일 제 옆을 말없이 지켰습니다.

“이제 괜찮으니까 너도 좀 쉬어.”

피로한 그녀를 보며 이렇게 말리려고 해도

“괜찮긴 뭐가 괜찮아. 정작 푹 쉬어야 할 환자는 너라구. 나는 끄덕없으니까 신경쓰지 마.”

라면서 막무가내로 저를 간호했습니다.

그녀 덕분인지 몸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구요.

근데 한 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전 빈털터리 신세라서 입원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했으니까요.

그렇다고 그녀한테 염치도 없이 또 신세를 질 수도 없고

그래서 웬만큼 견딜만 해지면 그만 퇴원할 작정입니다.

입원비는 외상으로 해서라도 어떻게든 갚도록 해야겠고요.

그런데 그녀가 이런 제 심리를 알아챘다는 듯이

언젠가 뜸금없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병원비 같은 건 걱정하지마세요. 아빠, 아니 원장님한테 잘 말씀드려 놨거든.”

“너희 아빠가 이 병원 원장님이셨니?”

조금 놀랐습니다.

예전에도 얘 아빠가 의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큰 병원의 원장이란 사실은 금시

초문이었거든요.

사실이라면 그녀는 제가 사는 세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부유한 세상 속의 사람이겠죠.

왠지 그녀에게는 잔잔한 여유로움이 배어나오는 것 같았는데 …….

항상 삭막한 삶 속에서 버둥거리는 저 같은 서민에게는 그런 것이 조금 부러울 수도 있었겠

지만 저는 별로 개의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때는 그녀에게 별 관심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냥 그녀의 지나친 호의나 친절이 부담스럽고 귀찮기만 했죠.

그녀가 쑥스럽다는 듯이 시선을 떨구며 말했습니다.

“응……. 그러니까 넌 그냥 아무생각 말고 편히 쉬면 돼.”

“아버지한테 뭐라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자세히 물었습니다.

“그냥…. 친, 친한 친구가 다쳐서… 여기서 좀 쉬게 해줘도 되겠냐고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셨어. 그러니까 넌 여기서 꼼짝없이 적어도 2주 동안은 푹 쉬어야 해, 알았지?”

그녀가 다시 저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습니다.

“고마워. 정말 매번.”

제 말 한마디에 그녀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런 말 말구! 대답이나 하세요. 알았지? 또 막 사라져버리지 말라구요.”

그녀는 하얀 이가 드러나도록 활짝 웃었습니다.

“그래……. 알았어.”

하지만 이 약속은 못 지킬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가롭게 요양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거든요.

아까도 말했듯이

몸이 그런대로 견딜만 해지면 다시… 누나를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실수없이.

… 가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미련한 제 마음은 그래도 바보 같은 저를 계속 재촉합니다.

.
.
.
.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났습니다.

이제 웬만큼 걸어다닐 수도 있고 몸 상태도 많이 나아졌습니다.

현아는 항상 제 옆에서 지내며 하루가 다르게 나아지는 제 모습을 보며 저보다 더 좋아라

합니다.

가끔 불치병 환자 간호 하듯이 저를 지나치게 챙기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하여튼 그

녀가 제게 큰 힘이 되어 준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는 슬슬 누나를 만나려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은근슬쩍 현아에게 물었습니다.

“현아야. 궁금한게 있는데…….”

“응, 뭔데?”

그녀는 제게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음…. 있잖아. 누구한테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건

지.”

그러자 그녀는 살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뭐, 큰 말썽이라도 피웠니?”

“으응…. 정말 해서는 안될 잘못을 했어…. 그래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은데….”

“흠… 네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하여튼 그래서 그 사람한테 용서받고 싶은 거구

나?”

그녀가 물었습니다.

“아니. 꼭 용서받고 싶은 건 아냐. 사실 용서 받을 수 있는 짓인지도 잘 모르겠어. 난 그냥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을 뿐이야. 그러면 마음이 좀 편할 거 같아서….”

“그렇게 심각하게 말하니까… 정말 궁금한데? 글쎄.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난 네 잘못을 사

과하려는 그 진심을 보이려는 노력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무작정 사과하기 보다는 사과하기 전에 일단 그 사람의 기분을 맞춰주거나 그 사람이 좋아하는 말이나 행동을 해주는 게 좋겠지. 뭐, 연인사이라면 꽃이라도 주면서 사과하는 것도

괜찮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까도 말했듯이, 사과하려는 네 진심을 그 사람이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한 마디를 하더라도 성의있고, 진실되게 말야.“

그녀가 말을 마치더니 잠시 저를 흘기며 묻습니다.

“그런데…. 너 혹시 여자친구라도 있는 거야?”

저는 당황해서 얼버무렸습니다.

“아, 아냐. 그런 거.”

“정말?”

그녀가 눈을 작게 뜨고 되묻자 저는 황급히 대꾸했습니다.

“아, 아니래두!”

“아, 그건 그렇고. 너 다 낳으면 나랑 같이 그 편의점에서 알바 할 거지?”

“응?”

“같이 하자~. 응? 너도 마침 알바자리 구하고 있었잖아. 내가 사정사정해서 마련한 자린

데, 할 거지~?”

그녀의 간청에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랬더니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합니다.

“다행이다. 난 또 네가 싫다구 하면 어쩌지하고 걱정했는데.”


.
.
.
.
.

날이 저물고 밤이 되었습니다.

‘현아야 정말 고마웠어.

신세 진 건 꼭 갚을게. 나중에 보자.’


그녀가 잠시 나간 틈을 타서

작은 쪽지에 몇 자 인사를 남기고 저는 병실을 나왔습니다.



그녀가 볼세라 급히 병원 문을 나오는데

누군가 저를 불러세웁니다.

“서영민. 어딜 그렇게 가냐?”

다행히도 현수였습니다.

“더 신세지고 있을 수도 없고 해서….”

말을 얼버무렸습니다.

“그래서… 여태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준 현아한테는 말도 없이 그냥 가겠다?”

그 녀석 말에 왠지 무게가 있습니다.

“으응……. 걔한테 말하면 안 보내줄 것 같아서. 그래도 쪽지는 남겼어.”

“그 여자가 너한테 뭐냐?”

그가 담뱃불을 붙이며 대뜸 물었습니다.

“뭐?”

“그 창년이 너한테 뭔데 그러냐고.”

그녀석이 내뱉은 거친 말 한마디가 제 가슴에 걸렸습니다.

저는 차가운 그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습니다.



“그 여자는 ……

내 생명의 은인이고 또… 내 전부다.”






제 대답에 그녀석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그가 다시 저를 부릅니다.

“영민아. 너 그거 아냐?”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봤습니다.

“너 존*나 밤맛이야.”

그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의 말에 저는 건성으로 받아치고 길을 재촉했습니다.


“사돈 남 말하네.”



[to be continued]

next - #4. 옥상 위에 핀 장미꽃 (下)
------------------------------------------------------

재밌게 봐주셨다면 댓글이라두 써주세요^^~

ps 아 그리구 앞으로는 한꺼번에 많이는 못올릴거 같아요 ㅠ_ㅠ;;
할 일도 있구해서.. 그래도 차근차근 꾸준히 올릴께요^^;;;;
나영선의 최근 게시물

짱공일기장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