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랴... 마족과 싸우랴... 제대로 쉬어 보지도 못 한 난 시에르의 집에 들어가자 마자 곧바로 쓰러져 잠에 빠져 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내가 일어 났을 때에는 벌써 저녁이 다 된 후 였다. "응... 시에르는 어디로 갔지?" 분명 난 잠이 덜 깬 상태였지만, 시에르가 없다는 건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곧이어 시에르는 집에 들어 왔지만, 온통 상처 투성이었다. "시에르! 왜 이런거야? 누구에게 당했어?" "아까 낮에... 키이라의 사자 2명과 만났어. 그래서 싸우다 보니..." "너 바보냐! 2:1로 어떻게 감당 하겠다는 건데! 날 깨웠어야지." "미... 미안해. 하지만, 네가 곤히 잠들어 있어서 깨우질 못 했어..." 그 말을 들은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시에르를 침대로 옮겼다. "괜찮아? 많이 다친 것 같은데..." "괜찮아. 우리 마족들은 재생능력이 매우 뛰어나거든. 그래서 3시간 정도 자면 괜찮아져" '시에르... 미안하다. 널 지켜 주지 못해서...' 시에르가 괜찮다고는 했지만, 난 시에르 곁에 계속 머물러서 시에르를 지켜주며, 간호를 해 주었다. "윽... 헉..." "음... 어? 시에르. 일어 났어?" "윽..." "시에르. 왜 그래? 이런... 식은 땀만 흘리잖아. 시에르. 정신 차려 봐." 난 식은 땀만 흘리고, 괴로워 하는 시에르를 보고 어떻게 할까 마음이 좀 처럼 놓이질 않았다. 혹시라도 시에르가 죽기라도 할까봐 두려웠다. "시에르... 제발 정신 차려 봐." "윽...미... 미안해 후치히로. 괜히 내가 짐만 됐구나." "그런 말 하지 마. 어떻게 하면 정신을 차릴 수 있겠어? 응?" "그럼... 부탁 하나... 할 게... 내가 지금 쓸 수 있는 힘으로 너를 마족 세계로 보내 줄게..." "하지만, 마족 세계는 전멸 됐다고 네가 말했잖아." "그래. 분명 우리 마족 세계에서는 전멸 됐지. 우리 종족도... 모두... 죽었지..." "하지만... 어떻게?" "우연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잘... 모르겠지만, 마족 세계의 땅 만큼은 소멸 되지 않았어. 마족 세계에 가면 마족들을 구하지 못 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한 의사를 볼 수 있을 거야. 그 의사에게 만년초를 구해달라고... 해..." "알았어. 꼭 구해 올테니, 절대로 죽지 마." "응... 포탈!" 난 순식간에 마족 세계란 곳에 도착했다. 마치 귀신들이 살 법한 공포스러운 땅이었다. "이 곳이 마족 세계인가? 정말 끔찍 하군..." "흑... 흑..." 난 때 마침 흐느끼며 울고 있던 한 남자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우리 인간의 의사 복장과 비슷해서 난 그 사람이 시에르가 말하던 마족 세계의 의사라고 생각했다. "실례합니다." "흑... 누... 누군가? 자네는 마족이 아닌 것 같은데..." "네... 전 인간이예요. 이름은 후치히로라고 합니다." "인간 따위가 여긴 뭐하러 온 거지? 난 우리 마족들을 살려 내지 못 했어... 그러니, 난 의사가 될 자격이 없는 거야." [퍽!!] "으악!!" 난 계속 죄책감에 시달린 말을 들은 탓인지 분노가 끓어 올라서 그 의사에게 한 방 먹여 줬다. "인간 따위가... 내 마음도 몰라주는 하등한 생물체가 나를 때려!!" "그래! 때렸다! 당신 언제까지 죄책감에 시달릴 건데! 죄책감에 시달릴 시간이 있으면 다른 종족들을 살려 보려고 노력하라고! 그 것이 의사인 당신의 일이 잖아!" "난 같은 종족인 우리 마족들도 살려주지 못 했는데, 다른 종족들을 살리려고 노력 해봤자 헛 수고야." "당신 정말 의사 맞아? 하나라도 아무리 하등한 생물체라도 살려 내야 하잖아. 당신, 환자들이 다 완치 된 그 모습... 완치 되서 행복한 그 모습들을 보면 뿌듯하지 않아? 그런 마족들을 생각 해 봐. 그 마족들이 지금의 당신 모습을 보면 좋아할까? 부탁이야. 마족을 살려 내지 못 해서 고통스러우면 다른 생물체들에게 네 의술을 쏟아 부우면 되잖아. 이렇게 죄책감만 하면 뭐가 달라지냐고..." 난 예전에 의사가 부모님을 살려 내지 못 한 기억 때문에 슬펐다. 그래서 나는 그 의사에게 많은 충고를 해 주고 싶었다. "좋았어. 당신 말이 옳아. 그래, 누구를 살려 내려고 하느냐?" "마족의 공주 시에르." "뭐!! 시에르 공주님께서 살아 계시다고? 이렇게 기쁜 소식이 있나..." "시에르가 만년초를 구해다 달라는데..." "그래. 만년초... 내가 잘 간직 하고 있지. 부디 시에르 공주님께 안부 전해 주게." "고마워. 그런데 인간 세계는 어떻게 간담..." "내가 포탈로 이동시켜 주지." "정말 정말 고마워." "아니, 백번 천번 고마워 할 사람은 바로 나야.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난 아직도 다른 생명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그 자세를 깨닫지 못 하고 죄책감에 시달렸을 거야." "깨달았으니, 정말 다행이다." "저기, 인간..." "응?" "아마 넌 시에르 공주님과 함께 같이 동행하며 살지?" "응... 그런데, 왜?" "공주님이 위험에 처했을 땐, 꼭 지켜 주거라." "응... 그런데, 난 어제 지켜주지 못 했어. 내가 잠만 안 잤으면 되는 거였는데..." "그렇다면, 시에르 공주님과 계약을 해라." "계약??" "그래. 그 것이 시에르 공주님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응... 알았어." "부디 몸 조심해라. 인간... 포탈!!" 순식간에 시에르 집에 도착했고, 시에르는 땀을 흘리며, 자고 있었다. "시에르..." "어? 드디어 왔네..." "자, 먹어. 만년초야." "크야! 개운 하다!" "벌써? 먹은 지 1초 밖에 안 된 것 같은데..." "만년초는 치유력이 굉장히 강해. 그래서 먹자마자 바로 다 회복되거든... 아무튼 고마워..." "저기... 있잖아..." "왜?" "우리 계약 하지 않을래?" "뭐!! 계...계약이라고!" 계약 하자는 말에 시에르는 너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안 좋을 일이 온다 해도 난 시에르만큼은 지켜 주고 싶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인간과 마족 Episode-7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