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껍절한 사랑이야기 2장(4)

NEOKIDS 작성일 07.01.09 0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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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일 있는겨?”
며칠 후 주문이 발생했다는 문자를 받고 들른 평화상점. 문을 열자마자, 영감이 내 몰골을 훑어보더니 말한다. 그 정도로 요즘 내 안색이 좋지 않던가. 아니, 계속 인상을 쓰고 있는 표정 때문일지도.
어쨌건 그게 다솜이와 다솜이가 해준 맛없는 밥 때문이라는 걸 말할 순 없었다. 평소 영감의 지론은, 이 일에 여자는 독이라는 거였다. 자신조차도 만약 여자 때문이 아니었다면 말년이 편안했을 것이라고 늘 말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대번에 질문을 던지는 영감.

“자네.....여자 생겼누?”

나이 든 사람들의 예리함은 피해갈 수가 없다. 나는 미간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단지.....”
“생겼구먼.”

영감은 단정을 짓는 투로 말했다. 이젠 영감까지 날 괴롭힌다. 부정할 힘도 없어서 그냥 물건들만 훑어보는데, 웬일인지 영감이 잔소리를 않는다. 평소의 지론과 성격대로였다면 벌써 잔소리가 한 바가지는 튀어나왔어야 하는데. 대신 영감은 이런 말을 꺼냈다.

“어쩌면, 자넨 이런 일에 안 어울릴지도 모르겠구먼. 일은 잘 하는디 말여.”

그래도 나는 잠자코 있었다. 이 세계에서 이름을 날릴 생각도 없었고, 입에 풀칠이나 하면 된다는 식으로 있었으니까. 그것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사실 이 쪽 업계에서는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인간들이 몇 있다. 하지만 이름이 알려진다고 해서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 이상, 그건 반쯤은 자살행위에 불과하고, 본인들은 그 명성 자체를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즐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영감도 젊었을 때는 그런 축에 속했었다고 말해주었던 적이 있다.

“이 일이란 거, 한 번 빠지면 빼도박도 못혀. 그건 잘 생각하고 혀.”
“네.”
“상대는 어떤 아가씨인가?”
이거야 원. 평소에는 내 사생활에 그닥 신경을 쓰지 않던 영감이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지다니.
“사귀는 것도 아니고 그 애가 그냥 따라다니는 것 뿐입니다. 중학생을 어떻게.....”
“뭐여? 원조교젠가 그거 허는겨?”
“아 참 나.....그게 아니라 그 애가 들러붙는 거에요.”
“생긴 것과 달리 도둑놈일세.”

영감이 킬킬댄다. 이젠 무슨 소리를 들어도 괜찮다. 원조교제에 도둑놈이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더 이상 그 아래의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 이번 일은요?”
“일단 그 쪽에서 작성한 서류는 대강 봤는디....이거여. 읽어보고.”

영감이 건네준 타겟팅 페이퍼에 오른 인물. 이번엔 뭔가 조금 느낌이 이상하다. 한 번 훑어 내려가는데 경력들이 심상찮다. 무슨 놈의 전과가 이렇게 많은가. 점점 불길해지는 느낌에 나는 물었다.

“영감. 이 놈 이거....”
“맞어. 조폭 똘마니여.”
“영감님 평소에 말하던 게 조폭은 건들지 마라 아니었어요?”
“그 말 헐 줄 알읏따. 하지만 이번 조폭은 좀 다른 놈인겨.”

나는 다시 타겟팅 페이퍼를 들여다보았다. 의뢰인이 적어놓은 이유의 부분에 가서야 나는 이해가 되었다. 그를 죽이기 위해 주민등록증사본을 첨부한 의뢰인들이 한결같이 스무살 초입들의 여자였던 것이다. 그것도 일자리들이 하나같이 유흥업소인. 보수도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모아서 내는 것 같았다.

“여자 때문에 망하셨다더니, 이게 뭡니까? 어르신 평소의 이야기랑 죄다 틀리잖아요.”
“예외란 것도 있는 벱이여. 어쩔 수가 읍었어. 그 전에 알던 마담부터 간청을 허는디 할 수가 있나.”

영감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인다. 이 영감이 이럴 때도 있었군. 나는 영감이 눈치 채지 못하게 미소를 지었다. 의뢰인들의 의뢰동기는 하나같이 같았다. 자신의 인생이 이 사람 때문에 망가졌다는.

“그 놈이 인신매매 식으로 여럿 납치해서 가지고 놀았나배. 그래도 그게 몇몇 업소에서 줄 대면서 돈 좀 꽤 만진 모양이여. 뒤에서 조폭도 봐주고 있는 모양이고. 그런데 성격까지 개차반인지라, 실성한 애들도 여럿 되나 보더구만. 덤으로 약까지 다루는 놈인겨.”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약까지 다룬다면 꽤 클지도 모르는데. 추적이 들어올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자네한테 말하는 것 아닌가. 아직까지는 얼굴도 안 알려져 있고, 일처리도 깔끔허고.”
“보수는요?”
“아무래도 평소보다 적지. 하지만 대출혈이다 까짓거. 이번 보수는 자네가 다 가져. 탄만 내가 좀 챙겨줌세.”

위험은 크고 보수는 그럭저럭이라. 하지만 해볼 만은 했다. 어차피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면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했다. 자신도 붙었고, 그 타겟도 아주 인간말종이고.

“알겠습니다. 해보죠. 소음기 수명이 다 되었는데 그거나 넉넉히 챙겨주세요. 어쩌면 경호가 붙어있을 지도 모르니까 탄도 좀 많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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