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껍절한 사랑이야기 2장(9)

NEOKIDS 작성일 07.01.17 01: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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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붕대와 약들을 샀다. 스쳐서 살점이 떨어져 나간 정도이니 소독과 요양만 충분히 해줘도 될 것이었다. 내일은 입금을 확인하고, 현장 근처에 숨겨둔 피묻은 옷이나 기타 증거물이 될만한 것들을 처리하고, 총을 청소하고, 쓰지 못했던 글을 마저 쓰고.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았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해진 머릿속.

집의 조그만 계단에 도착했을 때 그 머릿속은 텅 비는 듯 했다. 다솜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너.....”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아무 할 말이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
“왜 왔어?”
“......”
다솜이는 말이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다. 나는 들어가려고 열쇠로 문을 열었다. 왼팔이 뜨끔거리는 것을 꾹 참으면서.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나는 기절할 뻔 했다. 다솜이가 왼팔을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아저씨!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거칠게 다솜이를 밀어제치고, 잠시 벽에 머리를 박으며 고통을 진정시켜야 했다. 다솜이는 그런 내 행동을 보면서 눈물을 글썽글썽했다. 정말로 이젠 자기가 싫어져서 내가 그런 줄 아는 모양이다. 아픈 중에도 웃음이 나와 버렸다.
“크.......큭큭큭큭~”
눈에서는 눈물이. 몸에서는 통증이. 다솜이는 착각을. 삼위일체로 웃기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다솜이는 해괴한 내 행동에 어리둥절했다.
“아저씨, 왜 그래? 어디 아파?”

다솜이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나를 지탱하는 모든 긴장이 풀어지면서, 나는 몽롱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아까 전에 피를 꽤 흘린 게 이제야 나를 괴롭히고 있는가 보았다. 겨우 문을 열고 들어가서, 나는 현관 앞의 공간에서 쓰러졌다. 다솜이가 소리를 지르는 게 어렴풋이 들렸다. 곧, 눈앞은 어두워졌다.

꿈속이었다. 제대로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꿈에서 아버지가 나왔다. 아버지는 나를 타박하고 있었다.
“사람을 죽인 놈! 여자 하나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놈!”

점점 아버지의 형상이 괴물이 되어 갔다. 그 괴물의 흉수가 내 심장으로 오려는 찰나, 그것을 막아서는 한 사람이 있었다. 다솜이였다. 다솜이는 갑옷과 칼로 중무장을 하고 그 괴물과 맞서 싸웠다. 도와주고는 싶은데, 곧 무력감이 닥쳐왔다. 나 같은 놈이 뭘 도와줄 수 있겠어. 나 같은 인간이 뭘 헤쳐 나갈 수 있겠어. 그저 사람이나 죽이는 거지. 안그래?

그런데 다솜이가 위험해졌다. 괴물은 점점 더 크게 불어나 다솜이를 공격했고, 다솜이가 쥐고 있던 칼이 저만치 날아가버렸다. 다솜이는 쓰러졌고, 그 쓰러진 다솜이의 위로 괴물의 거대한 발이 짓쳐내려온다. 가슴이 무지하게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다솜아!”
일어나보니 내 방의 침대 위였다.
“아저씨! 나 여기 있어!”
다솜이가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헐레벌떡 달려온다.
“얼마나.....내가 이러고 있던 거지?”
“한 세 시간쯤 됐어. 아저씨. 그 팔 어떻게 하다 다친거야?”
안타까운 표정으로 다솜이가 나를 바라본다. 팔의 붕대는 어느새 새 것으로 갈았지만 얼기설기 묶여져 있고, 뭔가 끓는 소리 같은 것이 부엌에서 들려온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입안이 말라서 갈라진 것처럼 느껴지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물 좀....”
“응! 아저씨!”
또 헐레벌떡 부엌 쪽으로 달려가서 뭔가 끓인 것과 물을 가져온다. 냄새를 맡아보니 인스턴트 스프인 모양이다.
“죽은 끓일 줄 모르고....그냥 이거 해봤어. 먹어.”

모락모락 오르는 냄비 속의 김을 바라보면서 내가 다친 것을 어떻게 둘러대야 하나, 하는 고민으로 나는 잠시 입을 열지 않았다. 다솜이가 여전히 날 바라보고 있는 상태였다.
이제 내 일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줘야 하나. 이제는 말할 때도 되었나. 하지만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 네, 그러세요, 하고 넙죽 받아들일 애라고 믿기에는 아직 많은 것이 위험하다.

하지만 다솜이에게만은 말을 하고 싶었다. 왜 그 꼬맹이 같은 다솜이에게서 잊혀진다는 것이 우울했던지, 그 말도 하고 싶었다. 고통과 외로움은 이제 그만 겪고 싶었다. 그리고 말하려면 지금이 좋은 때였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말을 하려는 찰나, 다솜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누가 아저씨 이렇게 만든 거야? 아빠한테 일러서 혼내줄 거야!”
“뭐?”
“우리 아빠 경찰이야. 형사라고. 내가, 아빠한테 말해서 당장 그 놈 잡으라고 할께!”

위험하다. 내 입은 다물어졌다. 그제서야, 왜 아버님의 그 분위기들이 불편하게 느껴졌었는지 깨달았다. 하필이면. 왜 하필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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