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이 사랑하는 법..[14]

그어떤날 작성일 07.01.18 02: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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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신이 없어요..>


입술을 떼고 나서 왠지 부끄러워 집으로 도망치듯이 들어왔다.

내가 현준오빠를 좋아한다는 건 좋은일인지 나쁜일인지 어쨌든 깨닫고 말았지만, 그 키스가 오빠가 힘들고 외로운 마음에

홧김에 한 거 였다면 어차피 깊이 시작하지도 않은 거 나도 오빠를 그냥 순간에 받아준거지 그 이상의 마음은 없다고

부담갖지 말라고 말할 참이었다.

이미 나도 사랑에는 크게 데어서 더이상 연애라던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니까..

사랑따위는 이제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어쩌면 오빠가 실수였다고 말한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하니

곧 울적해졌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한번, 씻기전에 한번, 씻고 돌아와서 한번, 자려고 누워서 한번..

계속해서 전화가 오지는 않았는지 핸드폰을 확인하고 또 확인해봤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좋았던 이 관계마저 없어져 버리는 건 아닐까, 불안한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지만 이미 저질러 버린 행동을 되돌릴 순

없었다. 왠지 내가 이런 기분에 젖어들때면 누군가 하늘에서 날 내려다보며 키득키득 웃고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빨개지면서 분하기도 하다.

이런 이유때문에 나는 내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가 보다.

핑계는 진실을 얇팍하게 가려버리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비난을 산다.






[ling~ ling~]


깊은 수면의 바다에서 외롭게 혼자 헤엄을 치고 있었다.

물 위로 떠오르라고 파도가 날 흔든다.

정신을 놓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지도 모르게 있었는데 전화가 왔다고 날더러 그만 현실로 돌아오랜다.

현실로 돌아오니 핸드폰이 신나게 울리고 있었다.

오빠일거란 생각에 발신자도 확인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연주.."



.....

이건 내 예상에 없었던 일이다.

어젯밤 잠이 들기 전에 오빠가 전화를 한다면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거울앞에서 우스꽝스럽게 연습을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을까? 아님 먼저 어제 일에 대해서 말을 꺼내볼까..



"여보세요?"



연주가 날 다시 전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연주가 무섭지 않다.

난 연주가 누구보다 소중한 내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연주가 이제까지 나에게 보여준 행동은 나에게는 공포영화

이상의 것이었다.

현준오빠와 만나기로한 연극공연장 앞에서 우연하게 만났던 그 순간,

연주가 어떻게 친구 애인을 뺏을 수 있냐고 내 뺨을 세차게 내리치던 그 순간,

이젠 꿈에서 그 순간이 나타나도 나는 더이상 움츠러들지 않는다.


"듣고 있어, 말해. 왠일이야?"


"좀 만나자. "



내가 널 왜? 라고 말하려했다. 그치만 아니다 싶었다. 늘 그랬던 것 처럼 이유를 듣고 싶었다.

변명이라도 좋으니까 무슨 말이라도 들어봤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었다.


"나 오늘 아르바이트 있는데.."


"알아. 2시까지 가야하는거. 11시까지 학교앞 까페서 보자."


전화를 끊고선 시계를 보니 9시였다. 그 사이 전화가 왔었는지 통화목록을 확인해 봤지만 부재중 통화는

단 한통화도 없었다.

오빤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아직 자고 있는 중일까? 혹시 자는 중일지도 모르는데 전화해서 깨워서 다짜고짜

이젠 우리는 어떻게 되는거냐고 말할 수는 없겠지..

씻고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과 다르다. 핏기없이 돌아다니던 내 얼굴에는 화사하게 색이 입혀졌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아서 생기있게 만들었다.

잘지내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래, 니말대로 내가 못지낼 건 뭐야. 난 잘못한게 없는데..

그리고 난 예전의 내가 아니다. 내가 지난 사랑에 못이겨 찢겨진 남루한 옷을 입고 외로움과 상처의 거리에서

방황했다면 지금의 난 그 거리에서 빛을 만났다. 난 더이상 초라하지 않으니까, 당당해지고 싶었다.

아파트 입구를 걸어나오면서 오빠가 살고 있는 동네쪽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연인사이가 되지 않아도 좋으니까 오빠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듯이 나도 오빠의 아픔이 아물때까지만이라도

도와주고 싶었다.

핸드폰을 꼭 쥐고 오빠가 빨리 전화를 해주기만을 기다리면서..






"어서오세요~"


까페 안, 종업원의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며 난 자리를 골라 앉았다.

오렌지쥬스를 주문하고 시계를 보니 아직 약속시간까지 10분이란 시간이 있었다.

어떤 말을 먼저 꺼낼까, 아니, 이번엔 어떤말로 또 나를 황당하게 만들까?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저 건너편 테이블에 내가 앉아있다. 코끝이 빨개져서 훌쩍거리며 울고있다.

그 앞에선 연주가 무표정으로 그 애처럼 붉은 하와이안 펀치가 들어있는 잔을 손끝으로 툭툭 치면서

나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

환상에 사로잡힐 때 눈을 깜빡일 수가 없다.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뭐라구? 저때 내가 무슨 말을 듣고 있었던거지?

환상속으로 빨려들어가 귀를 귀울인다. 아무리 애써도 들리지 않았다.

연주의 입모양을 자세히 봤다.


'성민오빠가 첨부터...'



"일찍왔네.."


진짜 연주가 내 앞에 앉았다.

난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연주만 바라보고 있었다.

연주는 좀 머쓱 했는지 종업원이 가져다준 물을 조금 마시고는 이야기를 꺼냈다.


"너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서.."


"뭐가?"


"사실 니가 잘못한 것 없다는 거 알았는데 어쩔 수가 없었어. 니말대로 헤어지려고 했는데 포기 못하겠더라구.

그냥 넘어가면 혹시나 너 말고도 다른 사람한테 그럴까봐 확실히 내가 무서운 애라는 거 보여주려구 그랬던거야."


"하..너 지금 장난하니?"


"그래서 미안하다잖아. 니가 날 위해서 한번만 양보해줘"


"내가 니 맘대로 해도 되는 장난감이니? 내가 왜 너한테 양보해줘? 난 널 위해서 내 사랑을 포기했는데,

넌 니 사랑때문에 날 짓밟아? 너 진짜 구제불능이구나?"


너무 분해서 나도모르게 주문해서 올라온 오렌지쥬스를 연주 얼굴에 뿌려버렸다.


"너 착각하지마, 언젠간 친구 버린걸 후회하는 날이 올꺼니까. 계속 그렇게 친구 물먹이면서 살아봐."


그렇게 말하곤 몸을 돌려서 가게를 나가려 했다.


"어쩔 수 없잖아!!! 성민오빠가 처음부터 널 좋아했다는데!"


"뭐?"


"성민오빠는 첨부터 활발한 널 좋아했대! 무슨일인지는 몰랐지만 니가 시무룩 하게 다니면서부터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내가 눈에 들어왔대. 너 대신 너랑 비슷한 날 선택한거라고!!"


"이유가 어쨌든 간에, 이미 일은 이렇게 됐어. 돌이킬 수 없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니가 나한테 그렇게 까지만

안했어도 널 용서하려고 했었어. 아니? 그런 이유에서 나한테 그렇게 대했다는게 아니었단 것만 알았어도 용서했

을꺼야. 그치만 지금은 안돼. 아니, 안할꺼야."



몸을 돌려 나오는 등뒤로 연주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엔 연주가 좀 덜 현명했었던 것 같다.

성민오빠가 첨부터 날 좋아했었기 때문에 그랬다는 건 아무래도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 오빠는 이미 연주의 사람이다.



집으로 돌아가자니 시간이 애매했고, 그럴 기분도 안되서 일찍 가게로 나가기로 했다.

가서 혼자 일하고 있을 언니도 좀 거들어주고, 일찍 나온 보답으로 사장님이 끓여주시는 맛있는 차도 한잔 마시고..

그렇게 해서 이 기분을 떨쳐 내보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당했던 일만큼 갚아주면 맘이 시원할 거라 생각했다. 연주가 내 뺨을 한대 때리면, 난 두대 세대를 때려서라도

앙갚음 해주고 편안해지고 싶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시원해질 줄 알았던 마음이 더 복잡해지고 내가 뒤돌아서 나온 그 자리에서 내가 부었던 오렌지

쥬스가 그애의 앞머리에 방울이 되어 떨어질걸 생각하니 알 수없는 신경질같은게 나는 것 같았다.

이럴 때 현준오빠 한테 아무렇지 않게 전화해서 속상해죽겠어, 라고 말하고 싶은데 하루도 아니고 12시간이 지나지도 않은

이 시점에 오빠가 옆에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 참을 수가 없었다.

가게에 힘없이 들어서니 같이 일하는 언니가 왠일이냐는 표정대신 왜 이제왔냐는 표정으로 날 봤다.


"왜요?"


"누가 널 찾아왔어."


"나를?"


테라스에 있다는 그 손님을 보러 발을 옮겼더니 어제 봤던 오빠의 옛 연인이 있었다.

날 보더니 그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제처럼은 당당하지 않은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얘기 좀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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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많이 늦어졌죠?

정말 죄송합니다. 요즘 개인적인 일로 글은 커녕 컴퓨터 근처에도 못왔네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서 모레부터는 좀 더 바빠질 것 같아요.

그래도 틈틈히 적어서 올릴테니까 봐도 못본척은 하지 말아주세요~ㅜ_ㅜ

오늘도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 좋은일이 가득하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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