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껍절한 사랑이야기 3장(3)

NEOKIDS 작성일 07.01.23 06: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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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평화상점 안에서 나와 영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청송파를 상대로? 미친겨?”
“영감님. 그 사람이 청송파인 줄 알면서도 일을 맡긴 것 아니었어요?”
“그놈이 청송파인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겄어? 알았으면 뜯어말려도 백번을 뜯어말렸어. 어이구 이런.....역시 거시기 안 달린 인간들 말은 들어주면 안 되는 건데.....”

영감이 안절부절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평화상점 자체도 없애고 잠적해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 영감은 내게 해줘야 할 일이 있다.

“일단 우지나 잉그램 중에 구해주세요. 그리고 놈들 근거지에 대한 정보도요. 돈은 드릴 테니까.”
“대체 뭣 땜시 그러는겨! 돈도 안 되고 위험헌디 이 말도 안 되는 짓을 왜 헐라고!”
“할 일이어서 그래요.”
“말을 해줘봐! 같이 무덤 속에 들어가더라도 이유는 알고 가야 할 거 아녀!”

나는 할 수 없이 모든 것을 말했다. 다솜이와, 다솜이의 아버지와, 나의 상태를.

“허허......허허허......자네 진짜로 단단히 미쳤구먼?”
“그렇게 됐어요. 그러니까.....”
“뭐가 그러니까여!!!!!!! 못해줘!!!”

영감이 성질을 부린다.
“자네,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먹어. 아버지가 짭새여! 거기다 조직까지 쫒아오고 있어! 그것도 조그만 똘마니 조직이 아니라 우리나라 3대 전통조직 중 하나라는 거대한 놈들이여. 손을 안대는 데가 읍는 놈들이라고! 그런데 그 놈들 상대로 혼자서 전쟁을 한단 말이여? 그것도 짭새 딸 때문에 말여? 좋아한다는 거, 사랑한다는 거, 그거는 이성을 내다 던져버리는 거란 말여! 그래 그 눈이 홱 돌아간 짓거리 때문에 내 안전까지 위협받아야 하는감?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절대로 못 혀!”
“지금 먼저 선수를 치지 않으면 평생 쫒기면서 살게 될 거에요. 영감님도 이제까지 그렇게 살아오고 있었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목숨부지 했지! 안 그랬으면 골로 갔어도 몇 번을 갔어야! 하여간 안 돼! 우지가 아니라 대포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야!”

영감은 옹고집이었다. 이래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다.
“오늘은 일단 가고, 나중에 또 연락드릴께요. 일단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은 다 모아 드릴게요. 다 긁어모으면 한 2억 쯤 되니까 그걸로 구해줄 수 있는 최대한 구해주세요.”
“돈 가져오지 말어! 어차피 안 구해 줄팅게.”
나는 평화상점의 미닫이 문을 열면서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영감님. 절 마지막으로 보신다고 하셔도 할 말은 없어요. 영감님이 말려도 해야만 하구요. 정 제가 그렇게 처참하게 죽는 꼴을 보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영감님도 그랬던 적이 있으시잖아요. 이름을 날렸던 한 때, 여자를 위해서 모든 것을 했던. 그 때의 영감님이나, 저나 똑같아요. 그건 결국, 자신이 원해서 기꺼이 했던 일이기도 하잖아요.”

나는 미닫이문을 요란한 소리가 나도록 닫았다.

집까지 돌아오는 길을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았다. 다행히 오늘은 조직의 놈들이 오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들이닥치는 건 조만간일 것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다솜이는 마침 없었다.

외투를 벗은 뒤 서재에 들어가서 베레타를 꺼내고 소음기를 체크하고 탄들을 꺼내어 탄창 5개에 박아 넣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항시 전쟁준비상태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들을 꺼내어 체크해 보았다. 탄은 아직 한 박스 정도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다. 정보. 정보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먼저 가서 치고 올 텐데,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그렇게 탄을 채워가면서, 정말 내가 이 짓을 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번엔 정말로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 그렇게까지 생각하자 손이 떨려왔다. 두려움은 작업의 최대 적이다. 손을 굳게 하고 머리를 굳게 하고 나중에는 심장까지 굳게 만들 것이다. 탄창을 다 채우고는 잠시 떨리는 손을 마주잡았다가 숫돌을 찾으려고 일어섰다.

그리고 뒤돌아서는 순간, 다시 가슴이 무거워졌다. 다솜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서재문은 열려있었고, 내가 정신을 파는 사이 다솜이가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내 속에 있던 두려움이 만들어낸 실수.

“아저씨.....그거 다.....뭐야?”
다솜이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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