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웃기지마!” 나는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눈앞의 빌어먹을 년에게 더 이상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그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길이다. 사방에 불길. 그는 이 불길 속에서 숨쉬기조차 곤란해 했다. 그리고 지금은 정신까지 잃었다. 갑자기 무서워 졌다. 또 멋대로 죽어버리는 건 싫어. 나는 결국 세상에서 가장 싫은 그년에게.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정말... 살릴 수 있어? 너.. 널 어떻게 믿어!!“ “그럼 죽게 내버려 두던가? 그냥 두면 둘이 알아서 죽어줄 텐데 내가 뭐 하러 헛소리를 해야 하는 거지?“ 싫다. 이런 년에게 도움 받고 싶지 않다. 그냥 죽여 버리고 싶다. 그를 다시 한 번 처다 보았다. 표정이 너무나 괴로워 보였다. 나 혼자 그를 살릴 수 있을까? 그가 나를 살렸던 것처럼. 그렇게, 그를 살릴 수 있을까? 바보다. 답은 간단하다. 나는 결국 살의를 거두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하하하. 00367. 남자하나 때문에 원수같이 여기는 나를 죽이지도 못한다는 거야? 너무 웃기지 않아?“ “시끄러!!” “훗. 뭐 좋아. 그를 살리고 싶으면 부탁 합니다. 라고 정중하게 말해봐” “뭐....뭐!!” 저년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겨우 억누른 증오가 다시금 피어올랐다. 살의가 치솟는다. 눈이 아프다. 하지만 그때 천장이 다시 무너져 내렸다. 그가 쓰러져 있는 쪽으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다급했다. 갑자기 그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가 죽었다고 생각 했을 때의 그날들이. 얼마나 괴로웠는가. 나는 괴물이다. 나도 안다. 인간을 죽이기 위해. 파괴를 위해 태어난 인간. 연구소에서 얼마나 들어 왔는가. 날 버린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다. 그런 내가 아직 인간인 이유. 나를 울게 만드는 사람. 나는 더 이상의 생각을 거부했다. 그리고 곧 그 불안함이 내 입을 강제로 열어 버렸다. “부...부탁 합니다.” . . . . . . . 왜 하필 이곳이야? 예리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Z"의 연구소. 예리의 탈출로 말미암아 폐쇄되어 지금은 폐허가 되어 있지만. 한때는 수많은 인체실험과 말로 못할 비극이 일어났던 그곳에 그녀는 다시 섰다.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짜증이 나는 상황이었다. 가희의 거의 명령이나 다름없는 말들을 모두 들어주며 이곳까지 왔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게 선욱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 사실 하나가 그녀를 이렇게 까지 자제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건물을 바라보았다. 아까까지 선욱을 보고 있었으나. 건물 안은 정말로 너무나 짜증이나서 잠시 나와 버렸다. . . . 가희는 의자에 주저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결국엔 구해 버렸다. 갈등은 있었으나. 결국 마음을 정리하고 돌아가려는 찰나. 하필 천장이 무너져서. 또다시 도움을 받았다. 그게 컸다. 기억을 회복하고도 또다시 나를 구하다니. 도대체 이 인간은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은 그게 그를 구했다. 그를 병원에서 텔레포트 시킨 후. 선미에게 돌아가 병원을 폭파하라고 말했다. 아마도 “Z"에선 00367과 선욱이 죽었는지 알고 있을 거다. 아직까지는. 지금쯤 한참 폭파시킨 병원내부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겠지. 뭐 상관없다. 00367은 다음기회를 노리면 된다. 선욱을 살려놓고. 다시 적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빚을 갚으면 더 이상 마음의 갈등도 없겠지. “그럼 저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녀가 데려온 의사가 가희에게 말을 걸었다. 이자도 “Z" 와 관련된 자다. 하지만 이미 배척당해서 조용히 살고 있는 관계로. 가희는 선욱을 “Z"의 능력자라고 속이고 치료를 하게 했다. “그.. 아무쪼록 제가 도와준 걸 잊지 마시길” 그 의사는 가희에게 금니를 보이며 웃어 보였다. 비굴한 웃음이었다. 상부에 도와준 걸 잘 보고해서 한자리 얻게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다. 웃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가희는 짜증을 삼키며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그 의사에게 대답했다. “목숨에 지장이 없고, 곧 깨어날 거라고 하셨는데. 그게 언제죠?” “글쎄요. 이미 다친 몸에, 또다시 큰 충격을 받은지라... 하지만 며칠안엔 깨어날 겁니다“ “그렇군요. 알겠어요. 상부에 잘 보고 할 테니, 걱정말고 돌아가세요.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다시 찾아 갈테니....“ “아... 물론이죠” 의사는 그렇게 말하곤, 가희에게 목례를 하더니, 한껏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건물에서 나가버렸다. 입막음을 위해 죽일 필요조차도 없는 자였다. 더 이상 “Z”에 줄도 없는 녀석이... 어떻게든 출세해 보겠다고 가희에게 알랑방귀를 뀌지만. 지금 도와준 것 자체가 오히려 파멸로 가는 지름길 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그의 표정이 어떨까 가희는 생각해 보았다. 볼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 하하하 무진장 짧네요... 죄송합니다. 이번껀 제가 글을 그만두지 않았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급히 쓴겁니다...;; 의외로 그만뒀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계셔서..ㅠ_ㅠ 솔직히 제가 직업작가도 아니고... 바쁘거나 좀 안좋은 일같은 사정이 있으면.... 느려질 수 밖에 없네요... 그래도 가급적 2월부턴 다시 3~5일 간격으로 올라올 겁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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