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저딴 떨거지에게 너무 신경 쓰는 것도 바보 같지. 가희는 그렇게 생각하며 선욱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아직은 깨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떡한다? 슬슬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고민이고 말 것도 없다. 그냥 돌아가면 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빚은 갚았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볼 일은 없을 텐데. 하지만 그녀는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적어도 깨어나는 모습정도는.....
가희가 그렇게 혼자 자기도 알 수 없는 감정에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통수에서 강한 살기가 느껴졌다.
그것을 느낀 가희가 돌아본 그곳엔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어느새 다시 안으로 들어온 예리가, 가희를 죽일듯한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그 눈은? 도와달라고 부탁 할 때는 언제고?”
“시끄러. 너만 보면 죽이고 싶으니까. 이만 사라져”
“하. 기가 막혀서. 도와줬더니 이제 쓸모없다는 거야?”
“응”
예리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사라지지 않으면, 죽일꺼야”
조금도 거짓 없는 사실이었다. 사실 그냥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병원 안에서 선욱이 했던 그 말. 그녀를 죽이지 말라는 그 말을 아직 지키고 있을 뿐. 언제 그녀의 증오가 파안을 뜨게 만들지는 거의 시한폭탄 같은 상태였다.
하지만 가희가 누구인가? 그녀의 성격정도는 이미 수백 번도 더 프로파일링 했고.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을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을 정도다. 당연히 그녀 정도 상대하는 것은 손바닥 안 이었다. 더욱이 과거의 그녀가 아닌. 선욱과 얽히고설킨 지금의 그녀라면 더욱더 그랬다.
“지금 당장 사라지지 않는 다면 죽인다라? 훗”
그녀는 예리의 말에 살짝 코웃음을 치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웃지마!!”
“널 못 죽일 것 같아?”
그 코웃음에 예리는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점점 그 오른쪽 눈이. 급속도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선욱이 그녀를 구하고. 그녀는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 그날. 피눈물을 흘리며 오열한 후. 그녀의 능력은 진화했다. 그녀의 파안을 스스로 얼마든지 제어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상태는 제어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이 열이 받아 버렸다.
“그쯤 하는 게 좋을 텐데?”
“뭐야?!”
가희는 그렇게 살기를 내뿜는 예리를 보더니.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누워있는 선욱을 가리켰다.
“그가 이대로 무사히 깨어 날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이 있으면 날 죽여. 하지만 만약 그에게 이대로 깨어나지 못하거나 합병증이라도 일어난다면... 내가 없는 한 어떤 의사도 여기엔 찾아오지 않을 테니... 아마 그대로 고통스러워하다 죽겠지?“
“뭐...뭐....”
가희의 말에 뻗어 나가던 예리의 살기가 급속하게 꺾여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예리는 의사라는 놈이 왔다가 아무 일 없이 돌아갔기 때문에. 당연히 그가 무사한 줄만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예리는 그런 생각을 무참히 깨버린 가희를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아직... 나은 게 아냐? 아...아직도 위험 한 거야..?“
“그래. 그러니까 여기서 그렇게 소란피우지 말아줄래?”
“뭐...뭐..뭐야....?”
예리는 그만 할 말을 잃어 버렸다. 가희의 뻔뻔함 때문인지. 선욱이 아직 무사하지 않다는 사실인 때문인지. 스스로도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 . . . .
경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이 갔다. 가희 그년의 태도가 아무래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분명, 자신을 쓸모없는 쓰레기 취급을 하며. 결국 “Z"에서 쫓겨나게 만든 장본인 중에 하나였다.
그랬던 주제에 이제 와서 사람을 진찰하라며 찾아오다니. 기가 막혀도 이렇게 기가 막힌 경우가 있을까?
게다가 “Z"에서의 그녀의 위상을 볼 때. 고작 부상자 하나를 어쩌지 못하고. 이런 옛 연구소까지 데려오다니?
물론 다시 “Z"에 복귀시켜 주겠다던 그년의 말이 솔깃해서. 치료를 하고 말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Z"와의 줄이 완전히 끊어진 지금. 확인을 할 방법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가희에게 잘 보여서. 끊어진 끈을 어떻게든 이어보는 것이 최선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끈이 썩을 줄이면 어떻게 하냔 말이지. “Z"라는 곳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끝에. 밀려나 버린 그였지만. 그때 일로 한 가지 배운 점이 있었다.
줄을 설 때는 신중하게 서라는 거였다.
결국 그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위험한 행동이었다. 분명히. 만약에 그년의 지금 하는 짓거리가 아무런 문제도 없는. “Z'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그리고 자신이 확인을 하려한 사실이 가희에게 들어간다면. 말 그대로 마지막 줄이 소멸 되는 것이었다. 아니 그전에 그년의 더러운 성격을 생각해 볼때 목숨까지 위험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다시 핸드폰을 집어넣어 버렸다.
“하지만?”
만약에 그년이 지금 하고 있는 이상한 짓이. “Z"가 모르는 사실이라면? 갈등은 계속 되었다. 핸드폰을 꺼냈다 넣었다 반복하기를 수십 번.
결국 그는 다이얼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확인을 해볼 생각 이었다.
그래. 지나가는 말로 물어 보면. 하지만 대답해 줄 사람이 있을까?
결국 다시 다이얼에서 손가락을 때버렸다.
바보같이 우유부단한 이 성격 때문에. 이런 시골구석까지 밀려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 . . . .
“00367을 제거한 게 확실한 거야?!!”
다니르는 괜히 죄 없는 책상을 치며 호통을 쳤다. 병원 빌딩을 폭발시켜 버렸으니. 확실히 죽었을 거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상대는 00367 그 괴물 같은 년이었다. 죽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그 초조함에 그는 괜히 선미를 다그치는 중이었다.
“그래. 아직도 잔해 속에서 뭐 건진 게 없어?”
“네..... 좀더 조사를 해봐야”
“대체 언제까지 할 생각이야!! 빨리 보고를 올려야 한다고. 그래, 가희는 어디 갔어. 가희를 대려와! 그녀에게 확실한 보고를 들어야겠어.“
“언니는... 그게 그러니까. 병원 안에 한번 들어갔다 오더니. 병원을 폭발시키라고 명령한 후에.. 그게 어디론가 가버려서....“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당장 찾아와!! 제대로들 하는 게 없어... 제대로들!!“
결국 선미는 별다른 대꾸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네”
그리곤 몸을 돌려서 또 다른 일로 트집을 잡기 전에 재빨리 나와 버렸다.
그녀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왜 자신만 이렇게 저 돼지에게 호통을 들어야 하는 건지. 가희언니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기에겐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없어지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서운한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언니는 옜날 부터 그랬다. 자신을 언제나 무시하고.
선미는 그렇게 생각하니 점점 열이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이 받는건 받는거고. 일단은 가희를 또 어디에서 찾아올지. 막막한 기분으로 자기의 책상의자에 앉았다.
"띠리리리리“
그때 마침 선미의 전화기가 울렸다. “Z"의 직통전화기. 당연히 일반인에게 전화가 올리는 만무했다.
‘언니인가? 하지만 왜 핸드폰으로 하지 않고?’
선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전화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 주인공이 2화연속 자빠져 있으니. 뭐가 되질 않는군요. 빨리 부활시켜야지. ㅠ_ㅠ;; 아직은 휴유증(?)이 있어서 글이 짧네요 죄송합니다. 점점 길어질 꺼에요ㅋㅋ
p.s 아 그리고 여러분 글쑤시개-지역별모임-서울게시판 아시나요? 딱히 설 사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구요.. 짱공에서 짱공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친목게시판 이랍니다. 친목을 다지고 싶은 분들은 많이들 찾아 주시길.^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