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오브 더 태권V-1권(1)

NEOKIDS 작성일 07.02.05 04: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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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권 태권브이의 부활




“아버지랑 어머니는 아직도 안 오신 거야? 한별?”


민이의 질문에 홈 컨트롤 AI인 한별은 대답했다. 
 

“네. 아직 도착하시지 않았습니다. 비행기는 도착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중간에 연구소로 가신 모양입니다.”

 

“너무하시네.”
 

민이는 손에 들고 있던 졸업장을 내려놓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과학상까지 받았지만, 꼭 온다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오로지 철이 삼촌만이 민이의 졸업식을 지켜보았다. 사업가로 성공한 철이 삼촌은 민이를 특히 아껴주어서 민이도 좋아했지만 진심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다 끝난 셈이다.

 

“한별, 텔레비전. 애니 채널로.”

 

“알겠습니다.”

 

화면에 들어오는 영상을 보면서 민이는 안락의자에 몸을 묻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철이 삼촌이 뭔가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할 때 따라갈 걸 하고 후회가 되었다. 민이는 햄버거를 우적우적 씹으면서 외로움을 달래야 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혼자 지내는 것도 참 오래 해 온 일이었다. 하지만 전처럼 그렇게 외롭지는 않았다. 요근래에 민이를 외롭지 않게 만드는 존재는 둘이 있었다. 하나는 한별이고, 하나는 민이만이 알고 있는 장소에서 언제나 민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 민이는 햄버거를 다먹고 휴지로 입을 닦으면서 일어났다.

 

“오늘도 그 애한테나 가봐야 겠어. 한별, 집 잘 봐.”

“오늘도 가십니까?”

“그래. 가서 자랑 좀 해야지. 한별에게도 소개시켜줄 수 있으면 좋은데.”

“메모리나 정보를 가져오시면 액세스해서....”

“아니야. 어차피 그렇게 할 수도 없는 걸. 연구소의 HAL은 독립시스템인데다 보안등급도 높아. 그리고 아버지나 어머니가 그 쪽에 있다면 보고 와도 좋겠지. 그럼 다녀올게.”

민이는 다시 코트를 걸치고 내려놓았던 상장들을 들고서 집을 나섰다.

훈이와 영이는 나름대로 세미나에서 얻었던 결과들을 토대로 보고서를 만드는데 분주했다. 이번에 보고된 패트레이버 시스템과 기동전사 시스템은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었다. 훈이는 자판을 두드리다가 잠시 손을 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영이의 재촉이 그런 훈에게 날아왔다.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해요.”

“네,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그래요?”

훈은 그 말에 다시 기억하기도 싫은 그 일을 떠올렸다. 김훈이 김박사의 아들이란 것을 이용해서 아직도 마징가Z와 연관시키며 자신의 논문을 비하하던 박상균 장관의 그 말들.

 

“유미 교수의 서신까지 확인된 이상, 이젠 옛날이야기가 되었는데도 굳이 그 이야기를 떠올리는 건 우리를 견제하기 위한 술책일 뿐이란 거, 이젠 나사를 비롯해서 다른 과학자들도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다 알잖아요. 오히려 일본을 비롯해서 다른 나라 과학자들이 우리를 위로해주는 꼴이 이상하기는 했지만....이미 우린 아버님이 쓰던 연구소까지 되찾았잖아요. 이젠 잊을 때도 된 거에요.”

“어차피 그들에겐 옛날 이야기가 아닌 거지요....그리고 나도 거기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여보.....”

“하지만, 걱정 말아요.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그런 게 아니니까....”

훈이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푸른 하늘을 함께 날아다녔던 존재, 그것에 관해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반드시 다시 만들고 말겠어. 태권브이를....”

 

민이를 태운 호버카가 연구소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민이는 뛰어내려서 연구소의 입구를 통과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ID카드를 보안출입구에 갔다댔다. 그 곳의 통제 컴퓨터 HAL이 민이를 반가운 목소리로 맞아주었다.

“김 민님. 안녕하세요.”

“HAL."

민이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그냥 민이라고 부르랬잖아!”

HAL이 잠시 붉은 빛을 깜박이다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요근래 메모리 교체작업이 있었어요. 서브메모리에는 저장해놨었는데, 일정기간 재검색을 보류했었습니다. 서브메모리에 그렇게 하라고 저장되어 있군요.”

“괜찮아. 그럼 할 수 없지.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렇게 부르는 거다?”

 

“네. 민.”

민이는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고는 긴 머리를 휘날리면서 달려갔다. 그 광경을 보면서 HAL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것이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인가. 종잡을 수 없는 연산덩어리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착오가 있다는 계산은 들지 않는걸. 김박사가 말했던 후계자란.....어쩌면 민이를 말하고 있다는 추측도 가능한 것일까.....그보다 민이의 비밀도 오래갈 수는 없다. 연구원이 내 메모리를 검색해볼 테니까.....이제까진 잘 숨겨왔는데, 아무래도 그 애도 슬슬 나올 때가 된 걸까. 모든 게 연산불능 투성이 같군.’

민이가 도착한 곳은 작은 배기구처럼 생긴 흡입구가 있는 막다른 골목 같은 곳이었다. 민이는 상장들을 품 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누가 오지 않나 살펴보면서 그 흡입구의 판을 뜯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서 다시 그 판을 잘 맞추어 놓았다. 그리고는 안쪽으로 조금 기어들어갔다. 그 곳에는 민이 정도의 사람만 탈 수 있는 승강기가 하나 있었다.

 

1년 전쯤만 해도 그런대로 여유 있게 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무릎을 접고 몸을 구겨 넣어야 겨우 탈 수 있을 지경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것쯤은 상관없었다. 벌써 알고 있던 지도 1년이 되어가는 그 애를 볼 수 있다면. 언제나 어른들 틈에서 혼자였던 민이의 이야기를 재밌게 들어주고 배우기도 하는 친구는 그 애밖에 없었으니까. 여차하면 깡통한테 이야기해서 승강기 좀 키워놓으라고 할 수도 있을 테고.

승강기는 바닥에 닿았다. 사람이 온 것을 감지하고 불들이 켜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치 주전자처럼 생겨서 날개달린 작은 로봇이 갑자기 눈앞으로 날아왔다.


“민이! 왜 이렇게 요즘 뜸했던 거야!”

“응~깡통! 잘 지냈어?”

민이가 깡통이라 부른 그 작은 주전자 로봇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투정을 부리는 듯 했다. 그걸 민이는 웃으면서 제지했다.

 

“좀 봐주라~요즘 학교 졸업하고 뭐하고 하느라고 정신없었단 말이야. 그 애는 잘 있었어?”

“별일 없이 지내고 있지. 이번에는 장착된 시스템을 개선시켜 효율을 측정해 보고 있어서 그 애도 나름대로 즐거운 하루하루야. 아마 민이를 잊었을 지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가보자.”

“그래. 얼른 와~”

불이 켜진 긴 복도의 끝, 그 앞에 달린 육중한 문에 어느새 민이 정도의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쪽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쪽문이 열리고, 민이의 눈에는 그 문으로 거대한 로봇의 다리가 하나 보였다. 그건 사람의 다리와 근육의 모양등이 비슷하긴 했지만 좀 더 육중하고 거대한 몸집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게 만들어진 아름다운 모양이었다.

 

그것은 바로, 민이가 이야기하던 그 애의 다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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