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창전 - 2. 그리고, 지금 (2)

NEOKIDS 작성일 08.04.28 01: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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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시각의 중국 내륙 깊은 곳, 깊은 산중. 사람이 출입할 수 없을 것 같은 깎아지른 절벽의 중턱 즈음의 동굴.

그 안에는 백발이 성성하고 누더기 도포를 입은 노인이 장발의 청년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도포를 입은 노인은 이미 심한 내상을 입은 상태로 겨우 정좌하고 있었다.

“나갔던 일은......어찌 되었느냐......”

“이미 늦었습니다. 아미파가 전멸했습니다. 누구들인지도 알 수 없는 손속이었습니다. 다만, 놈들이 칼의 달인이라는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급소를 두 세군데를 베거나 찔러 철저하게 살수를 펼쳤습니다만, 아마 제가 만든 검상을 보고 눈치챘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쿨럭.......”

“사부님!”

노인이 한 됫박은 됨직한 검은 피를 쏟는 것을 보며 청년이 달려들어 부축했다. 하지만 노인의 팔에 들어간 힘이 그 청년을 물리쳤다.

“늦지 않아야 한다......너는 지금 한국으로 가거라. 가서 남쪽의 푸름가문부터 찾거라. 그 다음에는 북쪽의 바름가문을 찾아야 한다. 일단은 표식을 줄 터인즉슨, 그.....표식을 가문의 수장에게 보여주면 우리 9파 1방이 도움을 청한다는.....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노인은 두 개의 돌조각을 주었다. 그냥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돌조각을.

“하지만 사부님의 몸이......”

“내 몸을 걱정할 일이 아니다! 한시가 급한 일......커헉!!!!!!”

“사부님!”

다시 피가 노인의 입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노인에게 * 독수가 심장 가까이까지 치민 영향을 노인의 공력이 겨우 막고는 있었지만, 고작 앉아서 말을 하는 것과 이렇게 피를 토하는 것 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딱 하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기는 했다. 

“어서......가서 전하거라.......봉인이 풀어지려 하고 있다......고......알려야.......”

“사부님을 두고 떠날 수는 없습니다!”

“네놈의 심성은 잘 안다만........이 사부를 가벼이 보지는 말거라. 주화입마도 네놈보다는 여러 차례 들어보았고, 운기조식으로 여러 번 독기도 풀어 보았느니라........이래뵈도 화산파의 수장이었느니라. 내.....쿨럭.....걱정은 하지 말고.......어서......가거라!”

장발의 청년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동굴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시선은 자신의 사부에게서 떼지 못한 채. 수초를 머뭇거리다 그는 절벽 밑으로 몸을 날렸다.

제자가 그렇게 사라질 때까지 노인은 그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않다가 긴장을 풀었다.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한 가지 일, 바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 그 독수는 그가 운기조식으로 풀어낼만한 성질이 아니었지만, 제자의 발걸음을 재촉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앞으로......한 시진인가......이렇게 가게 되는군. 적환아......부탁한다......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이 필요하다.......네가 그들을 모으고 앞.....으로의......흉조를..........막아야만 한다........”

노인은 힘든 몸을 일으켜 좌정을 하고는 동굴입구로 떠오르고 있는 햇살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보는 아침햇살이 되었다. 어느새 평온함이 노인의 온 얼굴을 감쌌다.



같은 새벽의 시각, 인천의 한 병원 로비에 인천항만 쪽이 관할인 경찰 한 명이 투덜대며 들어오고 있었다. 새벽에 들어온 한 배에서 밀입국자 한 명이 발견되어 체포되었는데, 체포되었다기 보다는 아예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생각보다 부상이 심하다고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단지 진급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배워뒀던 중국어가 자신을 이렇게나 괴롭힐 줄은 정말 생각도 해보지 못한 그였지만, 당직이 못하는 이상은 그가 해야 할 일이었다.

“젠장. 어디서 **년이 와가지고.....”

그는 궁시렁대면서 응급실의 문을 열고는 한 번 휘 둘러보았다. 의사 한 명이 그런 그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오신다는 연락은 받았습니다. 일단 응급처치를 할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모든 체크는 정상입니다. 다만......”

“다만 뭡니까?”

퉁명스런 경찰의 말에 잠깐 눈살을 찌푸렸던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 환자, 아주 이상해요.”

“뭐요?”

“말 그대롭니다. 처음엔 전극을 붙이려고 옷을 벗기는데 옷이 안벗겨 집디다. 옷을 자르려던 가위도 부러지더라고요. 힘도 안줬는데. 그래서 그냥 링겔이라도 꽂을까 했는데, 바늘도 안 들어가고요.”

“그럼 죽은 거 아뇨? 시체가 굳었대든가.”

“맥박과 호흡은 살펴보니까 있어요. 그냥 의식을 잃은 상태인 것 같습니다.”

“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환자는 어디 있습니까?”

“저쪽입니다.”

의사가 안내를 해서 간 침대에는 머리를 박박 깎은 왠 여고생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애가 하나 누워있었고 그 옆에서 간호사 한 명이 간호를 하고 있었다. 비구니인가 하고 속으로 의아해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정말 비구니 같은 차림새였다. 다만 한국에서 보던 비구니들의 복장과는 좀 차이가 있었다.

거기다 손에 쥔 몽둥이, 그건 재질이 그냥 봐도 쇳덩이였다. 군데군데 피로 녹이 슬어 있었고, 그걸 쥔 손 가장자리는 더 많은 피와 살점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그냥 생각해보건대, 아마도 누군가를 죽이고 나서도 그 봉을 놓지 않은 채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

“일단은 깨워서 이야길 해봐야 하나.....”

경찰은 이 일을 빨리 처리하고 싶었다. 옷이 찢어지지 않건 뭐하건 그런 이상한 것들은 지들끼리나 해결하라고 하고, 뭔가 들을 말이 있다면 빨리 청취하고서 여길 떠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앞섰던 까닭에 그의 손이 누워있는 아이의 뺨을 툭툭 쳤다.

“이봐, 일어나.”

중국어로 마구 지껄이면서 직원은 아이를 거칠게 다뤘다. 하지만 그런 성의 없는 태도는 곧 댓가를 치러야 했다. 갑자기 소녀의 눈이 확 떠지면서 소녀의 손이 경찰의 손을 잡아챈 것이다.

“아아아아악!”

직원이 비명을 지르며 의식을 잃었다. 순간적으로 손의 뼈와 근육이 소녀의 손아귀 힘으로 으스러져버린 까닭이다. 소녀가 직원의 손을 놓고서는 침대에서 천천히 윗몸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의사와 간호사는 당황했다. 직원이 게거품을 문 채로 쓰러져 버리자 의사와 간호사는 뒷걸음질을 쳤다. 소녀는 천천히 침상에서 일어나서 주위를 돌아보았다.

상황을 다 살펴본 소녀가 자신의 손에 꼭 쥐어져 있는 봉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그 봉을 꼭 쥔 손을 펴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다른 한 손으로 손가락을 하나씩 펴고 나서야 겨우 봉을 다른 쪽으로 옮겨 쥘 수 있었다. 소녀는 잘 안 움직이는 손가락을 세차게 흔들면서 아픈 표정을 지었다.

그 다음 공격은 의사에게 향했다. 충격파가 의사의 몸을 허공으로 날리자 의사의 몸이 날아가서 응급실의 커튼을 휘감고는 벽에 부딪혔다. 또다시 무리한 힘을 쓴 탓인지 호흡을 거칠게 내뱉고 동공이 풀린 상태였지만 소녀의 자세만큼은 신기할 정도로 흐트러짐이 없었다.

간호사까지 혈을 짚어 기절시킨 후, 소녀는 비틀거리면서 응급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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