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창전 - 3. 아미파의 마지막 제자 (4)

NEOKIDS 작성일 08.05.07 01: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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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한창 달리고 있는 차의 좌석이었다. 사미는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보았다. 시운은 그런 사미의 손을 잡고 말했다.

“괜찮아. 지금 할아버지 집으로 가고 있어.”

사미는 시운에게 잡힌 손을 빼냈다. 아직 불안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사미는 시운과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런 사미의 모습을 보면서 시운은 안쓰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다가올 걱정도 떨칠 수 없었다. 사미가 당해서 한국 땅을 찾을 정도였다면 중대한 일이었다. 9파 1방의 세력권에 뭔가 중대한 위협이 발생한 듯했다. 그것이 사파 정도라면 그들만으로도 처리가 가능한 일일터이나, 그 사파들도 나름의 정진을 하면서 숨어 지내고 있는 판국이었으므로 위협은 되지 않았다.

이 세력권의 변화는 자칫하면 9파1방 중 소림과 개방, 그리고 아미파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이 푸름가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다. 그 영향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위협적으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었다. 위협으로 다가온다고 해도, 그 위협을 물리칠 수 있을 만큼 지금의 푸름 가문에서 키워낸 싸울아비의 수는 많지 않았다.

질적으로 능가는 하겠지만, 사미를 이 지경으로 만든 놈들의 수가 이 쪽 싸울아비보다 많다면, 만약 지금, 오늘이라도 닥쳐온다면. 그런 걱정이 시운의 머릿속을 꽉 붙들고 있었다.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차는 이윽고 지리산 끝자락의 깊숙한 곳에 도착했다. 아무도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곳으로 차는 나아갔다. 겉모습만 환술일 뿐 실제로는 엄연한 길이었다. 길의 앞에는 동굴이 있었고, 그 동굴 너머로 탁트인 평지가 있었으며, 그 평지는 산줄기에 둘러싸여 천연의 요새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평지의 가운데쯤에 위치한, 경복궁만큼이나 넓직한 한옥. 이 곳이 바로 푸름가문의 본가였다. 수많은 역사적 풍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위치를 지키고 있는.


차가 이윽고 한옥의 큰 대문 앞에서 멈춰섰고, 그 대문의 계단에서 몇몇 남녀 싸울아비를 거느린 시운의 할아버지, 창해가 모습을 보였다. 창해는 황급히 계단에서 내려와 사미를 부축한 시운을 도왔다.

“이런.....상태가 아주 심하구나. 빨리 옮겨라. 우리네 약초가 잘 들어야 할텐데......”

창해는 급히 시운이 짚은 혈에 조금 더 기운을 불어 넣고는 싸울아비들을 시켜 사미를 안으로 들여보내게 했다. 잠시 시운과 창해만이 그 뒤에 남아있었다.


“아미파는 알아보셨어요?”

“사천성도, 본파 쪽도 모두 절멸했다는구나. 어느 놈들인지 손속이 아주 잔인하더랜다. 시체가 제대로 형체를 갖춘 것이 없다 하니......”

“그럼.....거기 수행차 가 있었던 우리 싸울아비들도......”

“다 죽은게지. 살아있다 하더라도 본가에 연락하거나 하기엔 시간이 필요할 테고. 그보다도, 네 주위에서는 이상한 낌새는 없더냐?”

“느끼진 못했어요. 할아버지는요?”

“나도 아직은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뭔가 조만간 문제가 생길 것 같구나. 사미가 여기 와있다는 걸 녀석들이 알고 있다면......아니, 필시 알고 있을게지. 저 강호에서 한 문파를 절멸시킬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필시 그만한 정보력도 있을 터. 위협은 조만간 닥쳐올게다. 시운아. 너도 항시 긴장하거라. 일단은 학교문제부터 정리해 놓는게 좋겠다.”

창해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혀를 찼다. 

“쯔쯔쯔.....이제 저 아이가 아미파의 마지막 후계자인 셈이지. 저 아이마저 죽으면 5대 문파 중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게야.”

“.......”

시운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이 쪽 가문과 교류와 친분을 쌓아오던 9파 1방 중 하나였다. 소림, 개방, 아미 이 세 문파는 유독 친분이 두터웠고, 그 중에서도 아미파는 시운 자신도 어렸을 적에 수행을 갔었고 방학 때도 종종 방문했었던 곳이었다.

아미승들은 하나같이 친절했고 그 얼굴들을 아직도 다 기억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담백하고 맛있었던 아미의 음식, 완고하고 무서운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에게 무술을 가르칠 땐 자상하게 대해주었던 아미파의 수장 할머니, 엄한 규율과 교리, 그리고 무술훈련 아래서도 웃고 떠들면서 농담을 즐길 줄 알았던 아미승들, 자신만 보면 얼굴이 빨개져서 도망가곤 했던 동승, 이 모든 것이 이젠 그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시운에게서 잠시 현실감을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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