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달렸을까. 으리으리한 빌딩들이 들어찬 홍콩 상업지구의 어느 구석,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을 법한 장소에서 둘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바로 앞엔 아직 노인이 있었다. 그 노인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둘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이래서야 원. 젊은이들이, 그것도 명색이 구파일방의 수제자들이 그렇게 기력이 없어서야 어디다 써먹나 그래?”
길게 뻗은 하얀 눈썹과 짧은 염소 수염이 꿈틀대지도 않은 채 전음으로 전하는 노인의 여유로운 말을 듣고 적환은 놀라서 포권을 하려고 했다. 그런 타이밍을 끊기라도 하듯, 그들의 곁에 길고 검은 리무진 세 대가 와서 섰다. 문이 열리고, 마치 경호업체에서 일하기라도 하는 듯한 차림새들의 사람들이 리무진에서 내려섰다.
“타시죠.”
무뚝뚝한 말투가 그 중 리더 같아 보이는 검정색 정장과 선글래스를 착용한 남자가 정중한 배례와 함께 한마디를 던졌다. 가운데의 리무진 문이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열렸다. 적환과 사미가 어리둥절하고 있는 틈을 타서 노인이 먼저 타기 시작했다. 장살곤도 함께 들고 있었다.
“안 타고 뭐해?”
세 대의 리무진 중 가운데 차량에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으면서도 적환과 사미는 아직 앞뒤가 잘 파악되지 않았다. 차 안에는 노인과 선글래스, 그리고 적환과 사미 넷 뿐이었다. 이미 장살곤은 사미의 손에 건네져 있었지만 그 이후에 어색하고 무거운 공기가 흐르는 것이 불편하기 짝이 없던 적환은 용기를 내서 노인에게 물어보았다.
“노인장께 여쭐 말이 있습니다.”
“모든 게 궁금하다 그거겠지. 좀 참을성이란 걸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
노인이 마치 적환의 마음속을 다 안다는 듯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개방 분은 맞으신 거지요.”
적환의 물음에 노인은 리무진 의자 가운데쯤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노인의 발치 쯤 되는 곳에서 박스 같은 것이 솟아났다.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자 노인은 그 안에서 자신의 팔 길이 쯤 되어 보이는, 대나무가 소재인 봉을 하나 꺼냈다. 적환과 사미는 그것을 보고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했다.
“미천한 제자가 개방의 방주를 뵈옵니다!”
그 물건을 꺼내다 말고 노인은 둘을 잠시 놀란 듯 보고 있다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허허허허~나 원 참. 예의 하나는 너무 깎아 배웠군 그래. 뭐 신물이라고 해봤자 이건 그냥 타구봉일 뿐이라고.”
노인은 포권을 멈추게 하고 선글래스 남자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소개하지, 이 쪽은 챤이야. 총순찰이지. 나는 개방 방주인데.......뭐 아성 정도로 부르게.”
적환과 사미가 다시 챤을 향해서도 포권을 하려하자 절도 넘치는 포즈로 챤은 둘을 제지했다.
“저 역시 미천하여 두 분의 포권을 받을 처지는 못 됩니다.”
적환과 사미는 얼떨떨하여 몸둘바를 모르고 있었다. 개방에서 사람이 나올 거라고는 했지만 그것도 방주가 직접 나와서 이렇게 자신들을 돌봐주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 방주는 발을 건들거리며 여유롭고 한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와중에서도 적환은 궁금증이 들어 말을 꺼냈다.
“개방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일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워낙에 개방 분들은 공수래공수거를 원칙으로 삼는다고 들어서......”
“아, 뭐 이런 거?”
아성은 리무진 내부의 장식을 타구봉으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뭐 우리는 안 가지려고 하는 건데 자꾸 삼합회 놈들이 빌려주잖아. 평소에 타고 다니라면서. 그러니까 이건 빌린 거야. 우리가 관리도 안하고, 기름값도 안내는 거고.”
“삼합회라 말씀하셨습니까?”
“나으리, 괜찮으시겠습니까?”
챤 총순찰의 걱정스런 말투에 아성은 괜찮다는 듯이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말했다.
“뭐 여러 가지 도와주고 도움 받는 관계들이 있으니까 말이지. 정보라는 것과 관련해서 개방은 거의 큰 나라들 첩보부 따위 쯤은 비웃어 줄 수준이고 하니 말이야. 적환 자네의 이야기도 대강 듣고 있었네. 우리 말단과 접촉했었다지?"
"예....“
“박대해서 미안했네만, 우리도 갑자기 일어난 상황들에 좀 더 정확한 정보들이 있어야 되겠다 싶었던 탓도 있었으니 이해해주게.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직접 마중 왔잖아.”
“송구스럽습니다.”
“별 말을.”
노인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이번 사태는 자네들 생각보다 더 심각하네. 다른 파들은 이미 잠적해버려서 정보를 얻어낼 수가 없었어. 조만간 그들의 제자도 속세로 나오리라고 생각하네만, 이미 습격을 받은 아미, 화산, 외에 점창도 당한 듯한 모양이야. 아예 멸절이라고. 나머지 파들의 정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네만, 믿을 것은 이제 무당파 정도밖에 없다고 해야 하나?”
“그럼, 소림은 어찌 된 것이옵니까?”
사미가 그 대화에 끼어들었다.
“소림의 경우를 그래서 지금 알아보러 가는 걸세. 벌써 일주일에 한 번씩 나와 소림을 왕복하는 전서구가 한 달째 오지를 않아.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소림의 방장이 나를 보자고 하는 게 아닌가. 평소에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서 잘 만나지 않는데 느닷없이 만난다고 하는 건 둘 중 하나지. 진짜로 큰일이던가, 아니면......”
“적들의 함정......”
사미의 중얼거림에 아성은 맞장구를 쳤다.
“거의 십중팔구는 그렇다고 봐야겠지만,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지. 어쨌든, 지금 그래서 소림 방장을 만나보러 가는 길이야. 그 길에 겸사겸사 자네들도 데리러 온 거고.”
“아무래도 구파일방들이 당하고 있는 이상은 함정일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함정이라면 말이지.”
아성은 사미 쪽으로 몸을 숙이며 윙크를 했다.
“그런 것쯤이야 망가뜨려버리면 그만이거든!”
그 순간이었다. 굉음이 들리면서 앞의 리무진 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거야 원. 시간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맞춰주는 쥐새끼들이로군. 껄껄껄~”
아성은 타구봉을 힘차게 움켜쥐었고, 사미 역시 장살곤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적환은 가진 것이 없어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챤은 침착하고 빠른 동작으로 등 뒤쪽에서 뭔가를 꺼내들어 적환에게 건넸다. 화산에서 쓰기 편할 법한 검 하나였다, 그리고 자신은 정장 안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들었다. 화려한 용이 그립에 그려진 인피니티 계열의 권총 두 자루. 삼합회 수장들이 직접 하사한 킬러만의 총을.
“그럼, 그 함정을 깨부수러 가 볼까.”
아성과 함께 일행은 리무진 좌석에서 모두 밖으로 뛰쳐나갔다.
낙하산을 대강 접어 숨겨두고 시운 일행은 길을 나섰다. 백두산. 한국의 영지로 불리는 산 언저리지만 지금은 중국 쪽에서 자신들의 땅이라고 천명한 뒤 산을 올라가는 길에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세우는 등 자연을 엉망진창으로 훼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운 일행이 가고 있는 곳은 그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 아니었다.
여기 역시 땅의 기운이 시작되어 흐르고 있는 곳. 진형과 맥을 잘 설치한다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뿐더러, 여기는 그런 기맥의 문제가 기후에까지 영향을 뻗쳐 언제나 평탄치 않은 기후조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보호받는 것으로 따지면 푸름 가문의 본채보다 훨씬 더 좋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문제들 때문에 시운 일행이 기맥을 읽어 기운을 찾고 바름 가문의 본채 방향을 찾는 것은 상당한 시간을 요할 터였다. 창해도 그 점이 상당히 걱정되었다.
일제시대조차도 은둔과 은고를 감당하던 두 가문이었지만 왕래 정도는 정기적으로 해왔었다. 그것이 끝난 것은 해방 이후 국경선이 갈리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단지 이 땅 사람들이 자신들의 욕심과 믿음 때문에 사람들이 선을 그은 그 이후, 두 가문의 정기적 왕래는 끊겼다.
그건 이념이나 무엇 때문도 아닌, 단지 젊은 사람들이 수장에 앉으며 고본의 해석과 문헌들을 염두에 두고 반목을 시작한 탓이었다. 그 주인공이 바름 가문의 일도와 푸름 가문의 창해였다.
‘그 땐 나나 일도나 너무 어렸었지.’
창해는 백두산의 기슭을 걸으면서 뉘우치고 있었다. 예전엔 그 뉘우침이 진심이었는지조차도 알 수 없었지만, 나이가 들고, 한 해가 가면 갈수록 그 뉘우침은 점점 짙고도 뚜렷하게 떠올랐다. 너무나 오랫동안 교류가 없다보면 없는 오해도 생기게 마련. 그것을 해결하는데 자신의 뉘우침이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창해는 알 수 없었다.
창해는 문득 옆에서 같이 산을 오르고 있는 시운과 진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이 상황을 기점으로 시운과 진수의 시대에는 조금 더 다른 지평이 열릴 거라는 희망이, 창해의 뉘우침과 불안함으로 가득 차있는 가슴 속을 따뜻하게 덮어왔기 때문이다.
시운은 지금 잡은 길이 제대로 들어맞았다고 생각했다. 역시 여기도 민간인들만의 출입을 막기 위한 진형일 뿐 그렇게 무림인들이 들어오는 상황까지는 경계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시운의 착각일 뿐이었다. 갑자기 진수가 길을 잘 가고 있던 시운의 뒷덜미를 확 낚아챘다.
“억......갑자기 왜 이래!”
시운이 진수를 보면서 투덜거리자 진수는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위의 굵은 나뭇가지 옆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사혼진의 표식. 그리고 앞에 갑자기 드리운 짙은 연무와 알 수 없는 기운. 거기까지가 바로 민간인을 막는 진형이 끝나는 경계선이었다.
“함정이로구나. 사혼진이라. 이건 민간인도 오면 죽이겠다는 게군.”
사혼진은 보통 길만 헤매게 만든 푸름 가문의 활형둔갑진과는 달리 발을 들여놓음과 동시에 환각의 영향을 주는 안개를 비롯, 수많은 장치들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되어 있는 진이었다.
이런 사혼진은 만약 1만 명 정도의 인원이 동시에 돌입하면 효과는 없었지만, 100명 이하 소수의 인원이 들어왔을 때는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진법이었다. 보통은 푸름과 바름 두 가문이 이 두 진형을 적절히 사용함으로서 과거 고조선 시절 몇십 번의 외침을 막아내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건 옛날 이야기였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더 힘들게 풀릴 수도 있겠구나.....”
창해의 입맛이 써졌다.
사혼진의 언저리 기운만 겨우겨우 읽어가면서 진형을 돌아가고 있는 시운 일행은 지금까지 온 자리에서 잠깐 쉬기로 했다. 앉아서 물을 건네주면서 창해는 시운에게 말했다.
“거기 도착하거든 모든 일은 할애비가 알아서 할테니 너희들은 가만히 있거라. 최악의 경우에는 자신의 몸에 대한 방비까지는 해야 겠지만, 그 이상 더 심한 공격이나 도발도 하지 말고.”
“할아버지. 하지만 이제까지 서로 싸워왔던 가문이잖아요. 아무리 태주도 때문이라고는 해도 그렇게 쉽게 행동할 자신은 없어요.”
“그래서 할애비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이제 앞으로의 시국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저 흑의단 놈들이 얼마나 흑검에 더 다가섰는지 지금은 그 누구도 알 길이 없고. 그러니 우리로서도 우리가 빨리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한다.”
말을 마치고서 창해 역시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창해는 눈앞의 풍경들을 바라보았다. 꽤 올라온 듯해서 그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아직 남한의 그 많은 빌딩숲이나 그런 것들과는 다르게 절경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안그래도 어차피 해야만 할 일이었단다. 그게 태주도라는 빌미가 생겼으니 차라리 다행인 게지.”
그 때 문득 셋은 기척을 느꼈다. 시운이 천천히 창광검의 손잡이에 손을 대려 하는 순간, 창해는 고개를 저어 그것을 제지했다. 진수 역시 창해의 그런 의사를 받아들였지만, 손 하나만큼은 엽창을 언제라도 뽑을 수 있도록 매무새를 하고 있었다.
그 때, 발치에 바름 가문 특유의 문장이 박힌 엽창이 하나 날아왔다. 셋은 그 엽창을 받아들이고도 가만히 있었다. 그래봤자 살기가 실리지 않고 방향도 틀리다는 것을 이미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아마도 떠보려 하는 것이거나 도발 정도로 하는 짓.
붉은 색의 반다나와 택티컬 베스트를 입은 자들 10여 명이 일시에 셋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형을 피해서 가시는 촌객들은 뉘신지.”
북한 억양의 말이 맨 앞의 흉터투성이 얼굴을 한 자의 입에서 울려나왔다.
“바름 가문 사람들이로군. 이야기는 들었겠지? 우리가 온다는 것을.”
“전 댁들이 뉘신지 모르겠습네다.”
눈썹 중앙부터 눈꺼풀을 타고 주욱 그어진 흉터가 우습다는 듯이 실룩거렸다.
“모른다면 할 수 없군. 우리는 푸름 가문 사람들이다.”
“어이구야, 그러셨습네까? 이거 몰라뵈서 죄송합네다. 그런데 뭐 한 50여 명쯤은 데리고 오셨으리라 생각했는데. 왜냐면 우리가 푸름 가문을 만날 때는 이제 전쟁 밖에는 남디 않았다고 문주께서 말씀하셔서리 말이디요.”
자꾸 이죽거리는 표정과 말투. 시운은 이들이 자신들을 반기지 않을뿐더러 여차한 순간에는 할아버지의 말을 거역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꾹 참아보기로 했다. 창해는 그런 시운과는 달리 낯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말을 이었다.
“전쟁을 하러 온 게 아닐세. 길안내 좀 해주게.”
“저승길 안내 말이십네까?”
여전한 이죽거림에 창해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젊은 친구가 말이 좀 많군 그래. 예의없이 대해야 할 상대는 아니라 배웠을텐데.”
“니들 간나새끼들이 진짜 푸름가문이라면 말이디.”
“뭐라?”
흉터의 사나이가 목근육을 돌려 풀면서 말했다.
“요근래 사혼진의 파쇄를 자꾸 노리는 놈들이 있었디. 우리 사혼진이 꽤나 대단하니까네 섣불리 못 건들고 도망가기야 했디만, 우리로서는 잡으러갈만 하면 줄행랑을 놓아서리 아주 애들이 약이 바짝 올랐거든. 그러니까네 내가 보기에 니들은 둘 중의 하나이지 않갔어. 사혼진에서 깔짝대는 간나놈들이든가, 아니면 진짜 푸름 가문이든가. 첫째라면 그냥 죽이면 되고, 둘째라도 어차피 못알아봤다고 하고 다 죽여버림 그만이거든.”
“허허허.”
창해는 실소를 터뜨렸다.
“네가 나를 죽일수나 있다고 생각하나?”
“메루치 같은 노인네 하나 뭐가 대수라고.”
흉터사나이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되고 있었다. 살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은 남은 10여 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거기 보아하니까네 살짝 밑물 냄새가 풍겨오는 년도 하나 있는 듯 한데, 크크크. 오늘은 아랫도리 횡재까지 하게 생겼구마니.”
시운의 눈에 푸른 빛이 감돌았다. 아직 약하긴 했고, 그나마도 억지로 누르고 있었다. 참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졌던 적환 때의 일을 기억하면서, 시운은 정말 솟아오르는 땀과 혈관의 피까지 억누르려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 때 흉터사나이의 마빡에서 뻐억 하고 뼈를 울리는 소리가 났다. 어찌나 컸는지 그 소리가 숲 사이로 메아리쳐 번졌다. 젖혀졌던 흉터사나이의 고개가 천천히 앞으로 돌아왔고, 사나이의 손이 마빡을 만졌다. 피가 한 방울 흘렀다.
“아......시-발........실수했네.”
창해의 뾰루퉁해진 입에서 나오는 나직한 말을 듣고 시운과 진수의 얼이 빠져버렸다.
“너........이 메루치 대가리가!!!!!!!!”
열이 오를대로 오른 흉터 사나이의 일갈과 함께 10여 명이 동시에 공중으로 떠올랐고, 창해는 뒤통수를 긁는 채로 멋쩍게 웃으면서 시운에게 말했다.
“이번 한 번만 그냥 싸우지 뭐.”
시운과 진수는 다시 한 번 얼이 빠졌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