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알게된 여자가 있다. 교재를 목적으로 만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할 틈도 없이 그렇게 만나게 된...... 어제는 네번째의 만남이었는데 내가 그리 싫지 않은듯 연락도 자주 하고 통화도 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자기가 저녁을 사겠다며 만나자는거였다.
근데 내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면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보다는 그냥 만나고 싶었다. 이게 남자들의 바람둥이 심리이겠지만 호기심이랄까 그런 마음과 여자친구를 오래 만나다보니 권태로움과는 뭔가 다른 그런 설레임이 좋았다. 만나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만나다보니 어느새 문자마저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하고 있었다. 이제는 단 둘이 만나게 된 지경에 온 것이다. -_-;;;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이런저런 고뇌를 하며 금요일 서로 직장에서 가까운 광화문에서 만났다. 한 식당에서 저녁을 대접받고 저녁 대접도 받았으니 내가 한 잔 사겠다고 근처 술집을 갔다. 여자에게 그리 다정다감한 성격도 아니고 사실 4번째밖에 안 만나니 무지 어색했다. 그래서 많은 얘기보단 술만 자꾸 들이키게 됐다. 얘기하다 끊어지면 한 잔, 할 얘기 없으면 한 잔...... 그렇게 술을 마시다보니 술에 취하고 그러면 그럴수록 생각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마주앉은 여자를 한 번 안아보고 싶다는 생각. 사실 무척 미인이었다. 근데 이제 처음 단 둘이 만나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도 *사람이다. 당연하지. 정상적인 여자라면 만난지 얼마 안되는 남자와 그걸 생각한다는건 어불성설이다. 말도 안된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얘기도 하고 술을 많이 마시다보니 정말 술이 술을 먹는 단계가 되었다. 이성은 사라지고 본능만이 꿈틀대는 상황이라 해야할까? 이제는 어색함이나 불편함은 사라진지 오래다. 꼭 안아보고싶다는 집념만이 내 머릿속에 가득찼다. 그래서 한마디했다.
나- "좀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저 jh씨랑 자고싶어요. 저 jh씨 좋아해요. 물론 제가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이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음흉하게 숨기는거보단 낫잖아요."
그랬더니 술취한 정신에도 상대가 무지 당황해하는게 보였다. 그러고는 한마디 돌아왔다.
그녀- "sk씨 아무리 술에 취하셨다지만 실례가 너무 심하시네요. 이제 만난지 얼마됐다고요. 어이가 없네요."
술취한 상태에서도 아차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건 아니었는데...... 술이 확 깬다고 해야하나?
나- "미안해요. 기분나쁘셨다면 사과할께요. 제가 진짜 술에 취해 못할말을 했네요."
그리고 이젠 진짜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차라리 잘 됐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애초에 그런 나쁜 목적으로 접근한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분위기가 완전 어색모드가 되고 이젠 더 할 얘기도 없어 화장실 갔다가 집에 가야겠다 생각했다. 벌써 시간은 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화장실을 갔다와 자리에 앉으니 그 여자 표정이 무지 심각해있다. 아 괴로워~~~ ㅜ.ㅜ
나- "미안합니다. 제가 술이 취한거예요. 제 얘기때문에 안 괴로우셨음 좋겠네요. 그냥 길가다 똥 밟으셨다고 생각하세요."
그녀- "제가 한 번 자고싶은 정도로 그렇게 가볍게 보이나요?"
사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여친도 있는 상황에서 여자를 만나는 목적이란게 어찌보면 뻔하고 결국 목적(?) 달성하고 나면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도 가야할 수순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나- "헉!!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정말 괴로워요. jh씨를 좋아하니까 자고싶은거지요. 여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면 손잡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만지고 싶고 그런거예요. jh씨 너무 예쁘고 좋아서 저도 모르게 그렇게 말한거예요."
진실과 거짓은 한 끝 차이라고 했던가? 진실같은 거짓이 술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서도 진지한 거짓말이 그렇게 계속 흘러나왔다.
그녀- "암튼 전 기분 상했구요. 그말은 못들은걸로 할께요."
쩝...... 한 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내가 그 말을 왜 했을까 괴롭고 부끄러웠다. 더 할말도 없고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빨리 집에 가고싶었다.
나와서 그녀의 택시를 잡아주려고 도로로 나섰다. 광복절이라 그런지 도로엔 택시 잡는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나도 그 틈에 끼어 열심히 택시를 잡고있는데......
그녀- "sk씨!!"
나- " 예?"
그녀- "절 진짜 좋아하세요?"
나- "그럼요. 진짜 좋아합니다."(이럴 때 짓는 진지함이란 남자가 지을 수 있는 최고의 가식 그 자체이다. 이런거에 여자들은 정말 흔들리는 것 같다.)
그녀- "나도 미쳤나봐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순간 캐치했다. 이미 반이상 넘어왔다는 것을...... 사그라들었던 집념이 다시 불붙는 순간이었다. 잡던 택시를 그만두고 다시 보도로 올라왔다.
나- "제가 했던 말때문에 괴로워하는 것 같아 죄송해요. 그렇다고 그게 제 실수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jh씨가 싫다면 전 강요하기 싫어요. 그렇게 하기도 싫고요. 너무 부담갖지 마시고 돌아가세요."
사실 뭔가를 하고싶을 때 끌어당기기보단 살짝 놔두는게 더 효과가 있을때가 많다. 솔직히 강요해서 하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부담갖지 말라는 얘기도 아니었다. 난 부담을 더 팍팍 주고있었다.(나쁜자식...... -_-;; 이 때 이 여자가 정말 착하고 순진한 여자구나 싶었다. 옆에서 충동질하고 있는 나는 지금 생각해도 더없이 파렴치해 보였고......)
그녀- "저도 싫은건 아닌데요. 가자고해서 가면 절 쉽게 보실거 아니예요. 그리고 싫다고 하니까 sk씨 상처받는거 같아 제 마음도 속상하고요."
나- "제가 jh씨를 힘들게 했군요. jh씨 원하실 때 하세요. 전 괜찮아요."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많은 생각들을 하고있었나 싶기도 하고 이 여자도 하고싶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녀는 망설이며 땅만보고 있었다. 결국 내가 칼을 뽑았다.
나- "내일 저도 쉬는데 우리 모텔에서 같이 얘기할래요?"
이 말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모텔에서 무슨 얼어죽을 얘긴가...... 나의 가식이란......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때의 짜릿함이란...... 이 짜릿함을 잊지못하고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불나방처럼 그렇게 달려드는 것이리라.
내가 방을 잡고 그녀는 멀찍이 서있었다. 휴일이라 그런지 방값이 비쌌다. --;
모텔에 들어와 사가지고 온 캔맥주를 함께 마셨다. 무지 취하기도 했지만 그냥 들어오기에는 뻘줌할거 같아서...... 근데 둘다 긴장해서 그런지 말이 별로 없었다. 캔맥주 하나가 금새 동이났다.
나- "먼저 씻으실래요?"
그녀- "먼저 씻으세요."
나- "네." -_-;; 진짜 엄청 어색하더만...... 속으론 무지 좋았지만 표현하기도 그렇고......
다 씻고 그녀도 씻고 한 이불속에 들어왔다.
나- "많이 떨리세요?"
그녀- "네."
나- "진짜 떨리시나보다. 이렇게 해도?" 하며 옆구리를 간지럽혔더만 자지러지며 웃는다. 아직 물기가 살짝 남아있는 피부감촉이 너무 좋았다.
그녀- "저만 사랑해주실 수 있어요?"
나- "그럼요."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만 것이다. 여기서 "아니오."라고 말하면 *사람이라고 하겠지..
그녀- "저도 좋아요."
살짝 이불을 들췄다. 이내 보지말라며 창피하다며 이불을 덮는 그녀... 예뻤다.
나- " 괜찮아요. 저만 있는데 어때요. 헤헤~ 와~ 이쁘다. 가슴이 너무 예뻐요~~"
사실이었다. 대학 졸업하고 대학병원 인턴으로 있는 나로선 가슴 심전도를 찍으며 본의 아니게 17살 소녀부터 할머니까지 수백명의 여자들의 가슴을 보았는데(저는 치료의 목적이자 일로 한 것입니다. 다른 오해는 마시길......) 그녀의 가슴은 드물게 이쁜 편이었다.
아담하고 검지 않고 옅은 핑크빛이 도는 유두가 특히 예뻤다. 그리고 예쁜 곡선을 이루며 내려가는 잘록한 허리선이 나를 미치게 했다.
여기저기 애무를 해주니 그녀가 뜨겁게 한숨지었다. 계속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하면서......
근데 거기까진 좋았는데 이제 이정도면 되겠지싶어서 콘돔을 끼고 거사(?)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아랫쪽 거시기에 느낌이 없는 것이 아닌가? 아... -_-;;
실로 당황스런 순간이었다. 왜이러지?????? 정말 욕나오고 황당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나- " 어 이거 왜이러지? 이상하네요. 이런적이 없었는데...... 거기가 안 서는데요." -_-;;
그녀- "제가 별로 흥분되지 않으신가봐요." 그녀도 적이 당황하는듯 했다.
나- "아니예요. 그럴리가 있나요? 당황했나봐요.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정말 얼굴이 화끈거리고 미칠 것만 같았다. 그저 말을 들어주지 않는 거시기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그녀- "sk씨도 긴장하신거 아녜요? 전 괜찮아요. 이렇게 껴앉고만 있어도 좋아요." 그러며 꼭 안기는 그녀. 그러면 그럴수록 아랫쪽으로 신경이 쓰였다. 여전히 대답없는 그녀석...... -_-;;; 결정적인 순간에 왜 이러는거야!!!
결국 5시쯤 되어 모텔을 나왔다. 술이 아직 덜 깨 머리가 무진장 아팠다. 택시로 그녀집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오니 7시다.
피곤에 지쳐 쓰러져 자고 일어나니 한참 늦은 토요일 오후였다. 어둠이 깔리며 비가 내리고 있다.
금요일 일이 꿈인듯 아득하게 느껴진다. 어느새 그녀는 내게 먼저 문자를 보내고 있다. 답장을 해주고 나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닌듯 싶다.
난 사실 서로 즐기고 각자 갈 길을 가는 쿨한 만남을 원했는데 이건 정말 아닌듯 싶다. 뭐 애초부터 쿨한 만남은 없다고 믿는 나이기도 하지만...... 금욜날 실수를 해도 단단히 한듯 싶다.
근데 진짜 내 열망대로 자고나면 정말 좋았을까? 물론 나야 좋겠지만 그녀는 상처를 받겠지? 그런면에서 어찌됐던 거시기가 안선게 지금보면 다행이지 싶다. 물론 왜 안섰을까 지금 무지 신경쓰이지만......
그런데 솔직히 생각해보면 너무 아쉽다. 만나서 안아보고 싶은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몇 번 자고 놀다가 연락을 콱! 씹어버려? 근데 이것도 아닌듯 싶다. 만나면 만날수록 착한 여자인 것 같은데 상처를 주는게 너무 걸린다.
그리고 지금 있는 내 여자친구는 어떡하라고...... 나밖에 모르는 여자친구 몰래 딴여자 만나고 다닌다는 것도 사실 무지 미안하긴 하다. 내가 이러고 있는줄도 모르고 힘들지 않냐며 안부문자 보내는 여자를......
지금 무지 좋긴한데 앞날을 생각해보면 해피엔딩의 그림이 하나도 없다. 자자니 착한 여자 울려서 뒷수습이 안될거고 여자친구에게 거짓말하는 것도 피곤하고 자지 말자니 자꾸 아쉬움이 남고......
그냥 나 하나 참고 말자는 마음으로 지금이라도 연락 끊고 하면 제일 속편하긴 한데 문자라도 하나 오면 답문을 상냥하게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_-;;
어젠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젠 완전 나를 믿는 눈치다. 20분정도 통화하고 나니 귀가 뜨거웠다. 근데 좋았다.
나도 이젠 내 마음을 모르겠다. 연락 끊을 자신이 없다. 이젠 자는 것 이상의 다른 무언갈 바라는건 아닌지...... 이젠 잠보다는 그녀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날 이불속에서 얼굴만 내민채 수줍게 웃던 그녀의 미소가 자꾸 내 머릿속을 빙빙 돈다.
여러분은 이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글을 쓰다보니 정말 길어졌는데 이젠 ㅅㅅ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저를 누르는 고민으로 다가옵니다.
그냥 제가 이 선에서 연락끊고 잊어버리면 그게 제일 상책이겠죠?
아... 근데 그게 안돼요. 삶의 즐거운 끈을 놓기가 너무 쉽지 않네요.
괴롭습니다. 그러면서도 너무 좋아요.
이제 곧 결정을 해야할텐데 곧 다가올 괴로움이 아마 지금 주는 즐거움에 대한 댓가겠죠. -_-;;;
고민되는 마음에 솔직하고 심취해서 쓰다보니 완전 19금 야설이 돼버렸습니다. 다쓰고 제가 다시 봐도 민망한 듯...... 운영자님께서 안되겠다 싶으시면 글 삭제하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