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괴한 망상의 둥지 - 0015 깊은 곳 (4)

NEOKIDS 작성일 10.02.03 22: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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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깊은 갈증에 잠을 깼다. 시간은 새벽 4시. 물을 마시고 나서 어두운 사위를 더듬거려 소파를 찾아 앉았다. 앉자마자 떠오르는 생각은 역시 김양석 군이었다. 왜 그는 자신의 범죄행각을 나에게 알린 것일까. 왜 그는 그런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곰곰이 생각 끝에, 나는 결정을 내렸다. 그의 범죄행각을 아는 척하지 않기로.

 

사실 그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정도로는 어떠한 결정적 증거도 되지 않는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런 건 얼마든지 부정할 수 있다. 물증도 없다. 그 정도로 주도면밀한 자라면 아예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얼마든지 넘길 수 있었다는 사실도 중요했다. 즉, 김양석 군은 뭔가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로 밝혀져 자신이 위험해지더라도.

 

그리고 두 번째로, 그 정도의 말을 할 만큼 김양석 군은 현재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 신뢰감은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울 수는 없었다.

 

마지막 세 번째로, 이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 모든 것의 결말은 어떻게 이어질까 하는.


출근하고, 김양석 군과 복도에서 마주쳤다. 가슴이 뛰었지만 애써 그렇지 않은 척 했다. 지금의 나라는 인간은 어제 김양석 군이 한 말을 듣지 못한 인간이다. 김양석 군이 스스로 조바심에 못이겨 자신이 준비한 카드를 꺼내 보일 때까지는, 나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을 심산이었다.

 

김양석 군은 목례를 하고 지나치다가 내 옆에서 멈춰섰다. 고개는 내 쪽으로 돌리지 않았다.

 

"알아보셨더군요. 민충식에게."

 

김양석 군의 행동은 효과적이었다. 내가 힘들게 준비한 포커페이스는 또 다음의 한 마디로 무너졌다.

 

"제 얘기를 하지 않으신 걸 보니 이제 선배는 제 질문에 답을 하실 준비가 되신 것 같군요."

 

호기심의 재촉을 견디지 못해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이지?"

"제가 선배님께 그런 일을 이야기한 건, 이걸 위해서였습니다. 질문하기 위해서."

"그런 거라면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할 수 있지 않았나?"

"아닙니다. 그건 필수사항이었죠."

"무슨 질문이길래 사람을 죽이는 일이 필수사항인가?"

"중요한 질문들입니다. 선배가 제가 생각하던 사람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그래서 먼저, 길을 닦는 식이었던 거죠."

 

김양석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자 답지 않게 아주 담담한 말투로 살인을 이야기했다. 누군가의 생명을 이용해 먼저 질문을 할 분위기를 만들 정도로 심각한 질문들이란 말인가.

 

"그리고, 선배의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 위해서 페널티가 들어갑니다. 선배가 저의 조건에 따라 대답하지 못할 시에는 사람이 하나씩 죽어 나갈 겁니다."

"이 사람....지금 뭐라고....."

"첫 질문입니다."

내가 어이없음에 빠져있을 새도 없이 김양석 군의 말이 닥쳐왔다.

"빠른 대답을 요합니다. 시간은 3초. 대답하지 못하시면 한 사람이 죽습니다."

"말해보게."

"선배는 외로운 사람입니까?"

 

느닷없이 간단하고도 난처한 질문에 나는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도대체, 어떤 대답을 원하는 질문인가?"

 

김양석 군은 아무 대답도 없이 시계만 쳐다보더니 말했다.

 

"3초, 지났습니다. 그럼."

 

황당함에 물들은 표정의 날 등 뒤에 남겨두고 김양석 군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그를 붙잡을 수조차 없었다.

 

나는 외로운 인간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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