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나를 깨우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는, 낯선 목소리.
'대체 누구지?'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뜨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교실 안의 책상이나 칠판이 아닌, TV에서나 보던 우거진 나무와 풀들이었다. 예상 밖의 광경에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둘러봤지만, 역시나 보이는 것은 열대우림에나 있을 것 같은 처음 보는 나무들 뿐이었다.
"이제 정신이 드나요?"
여기가 어딘지, 내가 왜, 아니,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를 막 생각해 보려던 차에 다시금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돌아서자, 아직 얼굴에 어린 티가 남아있는 소녀가 서 있었다. 검은 머리는 곱게 빗어 목 뒤로 넘겨서 하나로 질끈 묶었고,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초콜릿 색의 피부는 윤기가 도는 것처럼 보였다.
"깨어나서 다행이예요. 밤까지 잠들어 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어요. 낮에는 괜찮지만, 밤이 되면 호랑이들이 나오거든요, 여기. 아, 이제 밤이 다 되어 가니까 일단 안전한 데로 갈까요?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돼요. 나쁜 사람은 아니예요, 저."
내 얼굴에까지 경계심이 드러났던 모양인지, 소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어딘지도 모르는 장소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선뜻 따라갈 만큼 무모한 성격은 아니었다. 호랑이가 나온다는 것도 단순히 나를 겁주기 위한 거짓말일 지도 모르는 거고.
"내가 왜 누군지도 모르는 널 따라가야 되지? 그리고 여긴 대체 어디야? 그리고 호랑이가 나온다는 건 거짓말이지? 못 믿겠어."
나는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말했고, 소녀는 그런 나를 보며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따라오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호랑이가 나온다는 건 정말이예요. 그리고 여기가 어딘지는 저를 따라오면 알려드릴게요. 꼭 저를 믿을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제가 당신보다 이 곳에 대해서 더 잘 안다는 것 정도는 믿을 수 있겠죠?"
그리고는 몸을 돌려 내가 있는 쪽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정말로 이 곳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망설임 없는 걸음걸이. 결국 나는 속는 셈 치고 소녀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