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가디언 - 2화 왜들 이러세요 정말 (3)

NEOKIDS 작성일 10.06.15 23: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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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영국신사식 정장 차림에 모자와 지팡이까지 제대로 갖춰입고 카리스마를 뽐내고 계신 아버님. 안내를 해주던 동료직원조차도 바짝 얼릴 정도의 카리스마. 하지만 안 어울리는 분위기 속에서 멀뚱히 서 계시니 참 나조차도 난감할 지경이더군.

난 무슨 몸개그 하듯 헐레벌떡 버둥버둥 일어나서 대강 옷매무새를 매만진 후 사무실 바깥의 휴게공간으로 잽싸게 아버님을 안내했어.


“회사 분위기가 참 좋군.”

“아, 네. 그렇죠.”


무슨 용건이시냐는 말이 굴뚝의 연기처럼 뭉게뭉게 가슴 속에 피어올랐지만 일단은 아버님이 알아서 꺼내실 것 같아 관뒀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토굴방에서 날 고문하시려던 그 공포스런 모습의 트라우마가 겹치기도 했고.


“거두절미하고 말하겠네.”


내가 준비해드린 캔 음료수를 한 모금 하시더니 아버님은 말을 꺼내셨어. 뭔가 분위기가 상당히 아버님도 긴장하고 계신 것 같아서 나도 따라서 완전 군대 있을 때 각잡고 앉아있는 모양새가 되었지.


“내 딸과 결혼해주게.”


피곤함과 놀라움이 겹치면서 고개가 진짜 기절할 것처럼 뒤로 휘리릭 넘어가려는 걸 버텼어. 아니 갑자기 왠!


“아......저......갑작스럽습니다만.....”

“뭐,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네만, 나로서도 어쩔수가 없는 부분이 있다네.”

“그렇다고 해도, 저......결혼이란 건......뭔가 절차라든가 단계라든가 그런 것들이 있어야......”

“우리 딸이 싫은가?”

“네?”

“내 딸이 싫은가 말이야!”


갑자기 버럭 소리를 치시면서 일어나시는데 워워워, 살벌함이 확 와 닿아서 나도 모르게 그만 팔로 가슴께를 가리듯 했지 뭐야.


“애지중지 곱게 키워온 딸이야. 그 정도면 인간들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는 아니고. 아무리 그 애가.....”


아버님은 격하게 말씀하시다가 갑자기 뭔가를 숨기시려는 듯 말을 끊고는 다시 또 소리치셨어.


“하여간, 그렇게 못된 애는 아닐세!”


피곤한데 갑자기 찾아와서 이러니 이젠 나도 트라우마고 뭐고 겁대가리를 상실한 채로 목소리 깔고 한 마디 했지.


“못된 애던데요.”

“뭐라고?”

“저한테 아침에 어떻게 한 지 아십니까?”

 

나는 아침에 있었던 자초지종을 낱낱이 고해 바쳤지. 차 탈 때부터, 내 면상 보기 싫다고 말한 것까지 전부.

아버님 얼굴이 감정은 격해지는데 꺼낼 말씀이 없으신지 울그락불그락 하시더라고. 그 꼴을 보면 뭔가 고소하고 통쾌할 줄 알았는데, 기분만 더 잡쳤어. 특히 어머님이 나에게 잘해주신 것을 생각해볼 때도 그랬고.

그래서 또 하소연 하듯 계속 주절주절 댔네?


“아버님이나 수영씨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절차와 과정을 거쳐서 결혼한 사람들도 나중에 같이 살기 힘들어하는 마당에, 처음부터 그런 말 들으면 저도 좋아질 리가 없고, 서로 싫어하는 상황이라면 힘들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갑자기 이렇게 찾아오셔서 결혼하시라고 하는 것도 제가 받아들이기 힘들구요. 나중에 자리라도 마련해 주신다면 모를까......”


아뿔사. 마지막은 말하지 말았어야 되는 건데!


“자리를 마련해주면, 가능성은 있다는 이야긴가?”


아버님은 눈빛을 번뜩이시며 내가 말한 마지막 말을 캐치해내셨어.

별 수 있나. 나도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지.


“네, 과정을 그렇게 마련하고 싶으시다면 별 수 없죠.”


하지만 그 자리는 제가 원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란 걸 명확하게 하고 싶군요,

라고 말할 새도 없이 아버님은 벌떡 일어나시더니


“알았네. 고맙네!”


하면서 막 내 손을 잡고 세차게 악수를 한 후 모자챙을 한 번 쓰윽 훑으시고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면서 경쾌하게 걸어가시는 거야.

 

난 잠시 거기 앉아서 몸을 뒤로 눕혔지. 피곤함이 순식간에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데. 차라리 다 잊고 뻗어서 잠이라도 자고 싶었지만 업무시간이라서 그럴 수도 없었고.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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