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랑- 남겨진 사람들1

무심한하늘 작성일 10.06.15 21: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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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온통 흙투성이인 아이 하나가 부르튼 입술로 어머니를 부른다.

"엄...마... 목말라."

아이 곁에 앉은 군복 차림의 여자는 힘없는 얼굴로 땅바닥을 나무 조각으로 긁고 있다.

곧 아이는 고개를 떨구고 옆으로 눕는다.

 

주변에서 둘을 지켜보던 몇몇 사람들이 슬금슬금 다가온다.

"저리가라."

여자는 갑자기 눈을 빛내며 사람들을 쳐다본다. 손에 들린 나무조각은 어디가고 날카롭게 갈린 군용 대검이 까드득 소리를 낸다.

 

멀리서 다가오는 점 하나가 사람들의 눈에 박혀 들어온다. 인간이다. 몇년만에 마을에 들어서는 새로운 인간.

사람들의 눈빛에 난폭한 기색이 떠오른다. 무언가 기대하는 사람도 있고 입맛을 다시는 사람도 있다. 주머니에서 작은 가죽 덩어리를 꺼내어 돌리는 사람, 동전을 짤깍거리며 무언가 거래를 하길 원하는 사람.

 

녹슬어 글씨가 없어진 마을 표지판이 땅바닥에 널부러진채 새로운 여행자를 반겨준다.

얼굴에 쓰고 있는 발라클라바 너머로 지친 숨소리가 조금씩 새어나온다. 숨을 고른 여행자는 마을 사람들을 돌아본다.

"여기 쓸만한것 좀 바꾸고 싶은데 거래상은 없나?"

"여기야. 이리와봐."

얼굴 반쪽에 화상을 입은 남자가 낡은 배낭을 열어 보이며 여행자를 부른다.

 

여행자가 가진 작은 등산용 배낭이 땅에 내려지고 거래상의 앞에 서는 순간 군복 차림의 여자가 여행자를 불렀다.

"이봐. 물좀 있나?"

여행자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 마을엔 우물이 없습니까?"

"얼마전에 말랐어. 다시 파기엔 너무 오래걸리고 인력은 그렇다 치고 장비가 부족해."

 

여행자는 내려놓았던 배낭을 다시 매고 거래상에게 질문했다.

"그럼 여긴 물이 없는거군요?"

"물은 없지만 다른 물건은 아직 남았어. 거래 안할텐가?"

화상입은 남자는 짜증 난다는 얼굴표정으로 대답했다.

 

여행자는 아무런 미련 없다는듯 배낭을 챙겨 마을을 다시 떠나려 했다.

 

어느새 뒤로 다가온 가죽뭉치를 가진 남자의 손이 휘꺽 움직이는 순간 여행자의 머리에서 둔탁하게 떠억하는 소리가 났다.

여행자는 잠시 비척거리는 기색도 없이 풀썩 쓰러졌다.

 

사람들이 다가와 여행자를 마을 구석에 있는 작은 양철 오두막으로 데려갔다.

 

아이가 낡은 군복 차림의 여자에게 말했다. "엄마 나 목말라."

"조금만 기다려 뭐라도 마시게 해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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