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가디언 - 2화 왜들 이러세요 정말 (5)

NEOKIDS 작성일 10.06.18 22: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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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핏줄까지 제대로 선 그녀의 눈이 단단히 화가 났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어.

그녀는 성큼성큼 파티션을 돌아 오더니

 

“너 이 자식!”

그러면서 날 그냥 바닥으로 패대기를 치더라고. 입안의 내용물들 때문에 난

 

“우우우우움!!!!!!!!”

하면서 그대로 쓰러졌고.

 

바닥에 널부러져서 입에는 라면 면발과 볶음김치를 한 가득 물어제낀 채 버둥거리는 추한 내게 그녀는 나에게 재차 따져 묻더군.

 

“너 아빠한테 뭐라고 한 거야. 뭐라고 지껄인 거냐고! 왜 아빠가 나한테 화를 내는 거야? 빨리 대답 안 해?”


저기요......나 씹던 거 좀 삼키고 흑.......


아마 그 때의 내 얼굴은 좀비도 친구먹자 할 정도로 새파랬을 거다. 음식 씹던 거도 못 넘기는 상황에서 멱살 잡혀 괴로운 한 마리 짐승 꼴이 뭐 더 있겠어.

 

전에 얻어터질 때도 그렇고 바닥에 쓰러질 때도 그렇고, 유심히 생각해보면 이 쪼그만 낭자가 도대체 어디서 무슨 스테미너 보양식을 잡수시길래 힘이 그냥 씨름대회 천하장사 정도도 날려버릴 힘이실까 했겠지만, 알잖아. 그런 일 당하면 그런 생각이고 나발이고 들 시간이 없는 거.

 

“넌 대체 누구야! 왜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서 날 괴롭히는 거야!”


가까스로 입속의 것들을 삼킬 때 그녀가 뱉은 그 말. 그 말을 듣는 순간 핏대가 팍 솟았어.

이제까지 황당한 일을 겪은 건 나지 그녀가 아니잖아. 거기다 지금 이렇게 개무시를 당하고도 모잘라 라면 먹다가 사무실 바닥에 패대기쳐진 건 나잖아. 밤새도록 잠 한 숨 못자고 아침 회의까지 말아먹게 만든 민폐는 누가 끼친 거야. 이게 다 내 잘못이야? 그녀가 날 기절시켜서 자기 집으로 끌고 오지만 않았어도 난 이렇게까지 피곤하진 않았을 거라고.


이 모든 것을 그녀에게 확 쏘아붙이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난 그렇게 하지 못했어.

 

갑자기 그녀 눈에 고인 눈물이 방울져서 내 얼굴로 떨어졌거든.


“왜.....왜.....이제까지 조용히 잘 지내왔는데.....어째서 날 이렇게 가만 놔두지 않는 거야......왜!”


그녀의 슬픈 표정과 눈물, 내 가슴을 도닥이듯 치면서 내뱉는 말들, 점점 수그러드는 그녀의 상체. 그런 것들이 어우러져서 만드는 분위기에다 대고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내가 막 되먹진 않았지. 되려 나까지 따지고 자시고 할 힘도 빠진 채 측은함에 젖어서 그냥 가만히 있어주었어.

뭐, 손이라도 뻗어서 껴안아주기라도 하면 그림이 그럴싸했겠지만, 너도 라면 먹는 도중 행패 당해봐. 그런 무드 챙길 주변머리가 돌아가나.

어쨌든, 왠지 그 때는 그렇게 가만히 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지금에야 생각이지만,

그렇게 하고 있으면 안 되는 거였어.


“크흠.”


누군가가 헛기침과 함께 우릴 내려다보고 있더구만. 음. 내려다보고 있구나. 누굴까. 흠.

히이이이이이익!!!!!!! 노처녀 부장님!!!!!!!


내가 아까 설명을 빼먹었는데, 수영씨의 옷차림은 쉬폰 소재의 하늘하늘한 블라우스에 타이트한 미니스커트였어.

 

그게 지금 나를 패대기치는 과도한 액션으로 앞단추는 풀어지다시피 되어 있고 스커트 끝자락은 허벅지와 하앍스런 영역 사이에서 머무르고 있었지. 그런 환타스틱한 모양새로 날 깔고 앉아 있는 거였어. 내 멱살이야 당연히 그녀의 완력 때문에 단추 다 뜯겨 나갔고. 덤으로 그녀가 거의 내 품에 엎드리다시피 해서 오해 정도쯤 0.001g의 오차도 없이 살만한 포즈.


크리스탈 얼음이 안 부러울 정도로 완전히 얼어버린 나를 내버려두고 그녀는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매만지고 눈두덩이를 부비더니 부장님이 보건 말건 태연하게 내게 이렇게 쏘아붙이고 나가버리는 거야.

 

“난 네가 싫어! 다신 안볼 꺼야! 아빠한테도 네가 싫어한다고 말해 둘 거야. 헛소리 하면 정말 죽을 줄 알아!”

 

그녀가 당당하게 걸어 나가고 난 후, 사무실 안은 적막했어. 난 여전히 바닥에 누워있었고, 부장님은 극도로 흥분했는지 안경에 김이 다 서리고 있는 상태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고.

 

흑.....


그 날 하루종일, 내가 마무리 해야 할 일을 부장에게 보고하기 전까지는 난 어느 누구와도, 부장님에게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부장님께는 아침에 죄송하다 모드로 일관했는데, 내가 더 뭐 할 말이 있겠어.

 

윤미선은 또 내 옷섶이 옷핀으로 여며진 것을 보면서 수근덕질을 해댔지만, 난 이제 뭐 케세라 세라 에헤라디야 에헤여 에헤여 젊어서 죽지 놀아서 사냐 난 미미미미미미미치고 싶어 라는 심정으로 일에만 집중했어.

(한마디로, 그냥 제정신이 아니었단 소리야)

 

그렇게 일을 끝내고, 부장님 앞으로 나가서 일 마무리 한 것을 내밀고, 화끈거리는 얼굴로 막 돌아서려고 하는데 부장님이 부르시는 거야.

 

“나랑 저녁이나 하죠.”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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