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야, 크리스마스야. 일어나.”
우주인은 주인공을 깨웠다.
“어, 뭐지. 내가 아직 살아있는 걸로 봐서 성교육을 통과했나보구나.”
“아직 결말 안냈으니까. 네타 자제 좀요.”
“그럼 결말부터 내던가.”
“미안 크리스마스잖아.”
“왜 깨워 잘거야.”
“크리스마스에 자면 안 되지.”
“어째서?”
“그냥 슬픈 날이니깐 같이 슬퍼하자구.”
“넌 정말 쓰레기인거 같아.”
“아니야.”
“귀찮게 하지 말고 너도 자라.”
“중요한 이야기를 해줄게.”
“뭔 이야기?”
“넌 교회를 안다니지? 그러니깐 너에게 오늘은 휴일이 아니야,”
“어째서 나라에서 지정해줬는데.”
“크리스마스는 교회인과 커플들의 휴일이지. 넌 그 중 하나라도 포함되는 게 있어?”
“아니.”
“그럼 잠자지 말고 둘 중 뭐라도 하려고 해 등쉰아.”
“아, 그 말하려고 깨웠냐.”
“어서 공부를 해.”
“시끄러.”
“내년에 고삼이잖아. 산삼보다 좋다는 고삼.”
“꺼져.”
“휴. 어쨌든 오늘은 정말 슬픈 날이야. 빨리 눈사태가 일어나서 모두들 집에 갇혔으면 좋겠어.”
“그냥 너가 한심해 보인다. 솔로면 어때?”
“어떠냐고? 하긴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보고 혼자 놀다가 혼자 자면 되지.”
“불쌍한 표정 짓지 마.”
“아, 마치 넌 태연한 듯이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내가 뭐? 난 아무렇지 않아.”
“산타클로스는 없어.”
“그래서?”
“예수도 없고.”
“그 말은 좀 위험하다.”
“어째서 산타가 없는 건 인정하면서 예수가 없는 건 인정 못하는 거지? 둘 다 존재하지 않는 건 맞잖아?”
“아니 뭐, 그렇긴 한데. 너의 신변에 위협이 있을까봐.”
“휴 종교 이야기는 내가 나중에 할게. 아무튼 오늘 내 주장은 크리스마스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거야.”
“왜 휴일 하나 있으면 좋잖아.”
“잘 들어봐, 게임을 하는데, 크리스마스랑 신년이랑 얼마 차이가 나질 않아서, 언제 정액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어. 분명히 신년 이벤트가 더 클 텐데,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놓치긴 싫고.”
“겨우 그거냐.”
“남자들한테도 불리한 날이야. 돈 없는 남자들은 여자 친구에게 한 달 사이로 두 번씩이나 선물과 이벤트를 준비해야 돼.”
“또 뭐 없어?”
“어린 아이들은 지 부모 생일도 모르면서 예수 생일은 알고. 산타 없는 걸 알면서 부모들한테 선물을 바라지.”
“또?”
“각종 아르바이트생들도, 오늘 하루를 위해 트리를 들어서 옮기고. 다시 신년 준비를 해야 돼.”
“근데 오늘처럼 쉬는 날이 사라지면 다들 슬퍼할걸?”
“아니야. 그렇지 않아. 지금 시기는 방학이라 학생들한테는 무리가 없고. 일하는 직장인들은 아, 논리력이 딸린다.”
“그냥 싫구나. 여자 친구를 만들어.”
“사실 우리나라에선 이십사일부터 이십육일까지 이유 없이 연애하는 카페가 있어. 그 카페 회원 수는 장난 아니게 많고.”
“그럼 너도 거기 가서 사귀면 되겠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냥 없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도대체 왜 있는 걸까?”
“빼빼로데이가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
“옘병, 하여간 돈이 문제지. 오늘 같은 날 교회는 수입이 짭짤하겠어.”
“니가 아무리 그렇게 말해봤자, 크리스마스는 계속 존재할 거야.”
“그렇겠지. 근데 넌 뭐 여자 친구 많아서 좋겠네. 누구 만날 거야?”
“내가 여자 친구가 어디 있어.”
“엥? 일본인 많잖아.”
“ㅡㅡ”
주인공과 우주인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주인공은 역시나 우주인을 귀찮아했지만, 약간은 동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 이야기 즐거웠어. 인공아.”
“그래 나도. 어? 벌써 열한시 오십구분이네?”
“어머? 정말? 와 기분 좋다. 시간이 참 빠르지?”
어머 벌써 이십육일이네?
“힘내세요. 용사여”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