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흠.”
주인공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원래 고민이 많은 그는 항시 머리를 굴린다. 단 일 초도 쉬지 않고 항상 생각한다. 그게 그의 단점이다. 그는 누군가와 이야기 할 때도 누군가와 놀 때도 집중을 잘 하지 못한다.
“오늘은 또 무슨 고민이니?”
우주인은 반쯤 열린 창문 틈새로 프린터의 에이포 용지처럼 프린트되었다.
“아 또 너냐.”
“오늘 너의 모습은 담배 피는 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 같아.”
“알면 됐어.”
“흡연 하고 싶니?”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궁금하네. 어떤 느낌인지.”
“그게 하고 싶은 거야. 합리화하려고 하지마.”
“아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비흡연자가 거의 없지. 구십오 퍼센트 정도가 흡연을 해. 흡연하지 않는 오 퍼센트를 우린 경멸하지.”
“도대체 어디에 위치한 나라야 거긴.”
“아직 구상이 덜돼서 말은 못하겠다.”
“??”
“뭐, 그건 그렇다치고. 내가 오늘도 한 명 소개시켜줄게. 흡연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지.”
“됐어. 피곤하게 하지마.”
이미 변신 중이었다. 뾰로롱쿠앙삐앙.
“안녕하세요?”
“아. 네, 여성분이시네요.”
“왜요. 여자가 담배피면 기분 나쁘신가요?”
“아니 뭐 그렇다기보다는 남자라 생각했으니깐.”
“보수적이시군요.”
“아”
그녀의 이름은 붕어. 성은 김이었다. 눈은 동그랗고 큰 것이 붕어 같은 눈이었고, 코는 오똑한 게 붕어 같았다. 에스라인의 몸매는 붕어 같았고, 목소리도 맑은 게 붕어 같았다. 그녀의 향기도 붕어 같았고, 붕어 같았으며 붕어였다.
“호기심 때문에 담배를 피시고 싶으신 거죠?”
“네, 친구가 피니까 저도 궁금해지네요.”
“우리나라에서 담배 피는 이유 중 가장 하찮은 이유네요.”
“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알면 됐어요.”
‘잡년.’
“네?”
“아니에요.”
“그럼 제가 담배를 가르쳐드리죠.”
“아. 전 아직 피고 싶지 않아요. 그냥 궁금할 뿐이에요.”
“그러다가 언젠가 피게 되요.”
“그럼 그 때 필게요.”
“안돼요. 흡연을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감옥가요.”
“아 뭐, 담배에 대해 배울게 뭐가 있어요. 몸에 해로운 건데.”
“당신, 말실수했어.”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마치 붕어 같았다.
“자 따라 해보세요.”
“네?”
“내 폐만 썩게끔 담배 핀다.”
“내 폐만 썩게끔.”
“담배핀다.”
“담배핀다.”
“크게.”
‘아, 엿같네.’
“이건 아주 중요해요. 담배를 피더라도 내 폐만 썩어야 되죠. 다른 사람의 장기까지 다치게 하면 안 돼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범죄행위는 사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좋은 나라네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길거리에서는 당연히 피면 안 되고, 일정한 구역에서만 펴야하죠.”
“아 어렵군요. 근데 굳이 그럴 필요 있나요. 담배 다들 핀다면서요.”
“네 그게 문제에요. 우리나라 대통령의 경우 흡연자라 담배 피는 것을 권유하죠. 하지만 대통령의 부인이 비흡연자에요. 그 영부인은 담배 피는 것은 싫어하지만, 담배가 은근히 수입이 짭짤해서 놓질 못하죠. 그 영부인은 그래서, 담배를 피는 대신에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안 가게 했죠. 그게 바로 담배법이에요.”
“아 그래요?”
“게다가 그 영부인은 좀 독한 편이라. 흡연자가 비흡연자가 되고 싶을 경우 일정량의 돈을 나라에 내고 신청서를 내게 했죠. 그 신청서를 낸 사람이 담배 피다 걸리면, 바로 감옥에 들어가죠. 국민을 속인 죄로요. 그래서 흡연자가 많은 거예요.”
“아 그것도 신청해야 되는 군요.”
“반대로 비흡연자 경우에는 상당한 이익이 있죠. 돈도 더 받고, 취직도 잘 되고요. 뭐 기타 등등 많은 사항이 있죠.”
‘내가 근데 왜 이딴 이야기를 듣고 있지.’
“전 하루에 열 갑씩 펴요.”
“대단하시네요.”
“기네스북에 오르려고 열심히 핀 성과죠.”
“자랑이십니다.”
“그러니 당신도 피실 거면 제대로 배우고 피세요. 전 여태껏 남에게 피해 한번 주지 않았어요.”
“안 필래요.”
“그럴 순 없어요. 당신을 담배 연기 추적자로 만들 수 없어요. 당신은 인류를 구할 마지막 인물이에요.”
“아. 피곤해지네요.”
“당신은 담배를 펴서 비흡연자와 결혼을 해야 되요. 지구를 지켜야 합니다.”
“흡연이랑 지구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없습니다.”
“ㅡㅡ”
“제가 우리나라에 오 퍼센트만이 남았다고 했죠. 비흡연자가.”
“네.”
“그들은 항상 연기를 추적해서 흡연자를 처단하죠. 그걸로 먹고 살아요.”
“흡연이 합법이라면서요.”
“하지만, 걸리면 안돼요. 일정한 구역이 아닌 곳에서 필 시 걸리면 절대 안 됩니다.”
“그럼 그곳에서만 피면되잖아요.”
“일정한 구역은 일 키로미터당 한 개씩 위치해 있습니다.”
“아 그럼 끊어요.”
“펴보세요.”
“시발.”
“욕 한거죠?”
“어.”
“반말도 하셨죠?”
“그래 아 좀 나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 들으려니까 미치겠네.”
붕어양은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한국이 싫어!”
“아, 미치겠네.”
다시 우주인이 돌아왔고.
“어때, 교육 잘 받았니?”
“어. 흡연 안 하려고”
“너도 결국 추적자냐. 전쟁이다.”
“아 좀 꺼져.”
“언제든지 흡연하고 싶으면 말해. 그녀를 다시 불러줄게.”
“됐다.”
“돈은 공짜니깐 부담 가지지마.”
“나가.”
“비흡연자는 불사의 존재가 아닙니다. 그래도 금연을 원하십니까?”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