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과 망상 - 4. 이차 성교육

나이스맨. 작성일 10.12.22 03: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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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행돌파다.”

 “뭐?”

 “콘돔을 뚫자고, 이미 시작된 레이스야. 뚫어야해.”

 

 주인공과 우주인은 눈빛을 교환했다. 둘은 매우 진지한 자세로 콘돔을 바라봤다.

 

 “모두 도와줘!”

 

 우주인은 수많은 정자들에게 말했다. 정자들은 모두 하나 되어 콘돔으로 돌진했다. 찌이익. 작은 틈새가 열렸다. 그들은 그 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좋아 진입이다.”

 “뭐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어.”

 “어리버리까지말고 집중해.”

 ‘내가 왜 이딴 놈한테 욕을 먹어야하지.’

 

 수억마리였던 정자는 콘돔과의 싸움 끝에 수천만의 정자로 바뀌었다. 우리는 그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질로 진입한다.”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저것들은 뭐지?”

 “질간균이야. 녀석들은 세균과 정자를 구분하곤 하지. 우린 세균이 아님을 저들로부터 인정받아야해.”

 “아 그렇군.”

 “당신은 세균이 아니군요. 통과하셔도 좋습니다.”

 “절차가 꽤 단순하네.”

 “그럼, 기계의 발전은 위대한 법이야. 절차를 간단하게 해주곤 하지.”

 “이 상태로 달리면 되나?”

 “아니, 진짜 적이 앞에 있어.”

 “진짜 적?”

 “자궁으로 가기 전, 내막을 지키는 보스, 질라무트다.”

 “응?”

 

 수천마리의 정자는 자궁으로 향했다. 이내 그들 앞에는 무시무시한 적이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질라무트, 자궁을 지키는 문지기였다. 기다란 창을 든 그는 벌거숭이 인 채로 당당하게 서 있었다. 긴 꼬리는 좌우로 흔들거렸으며 진하고 굵은 눈썹은 위아래로 움직였다.

 

 “이 앞은 너희들 같은 쓰레기 종자가 지나갈 수 없다.”

 “뭔가 병.신 같지만 멋있네.”

 “그럼 당연하지. 저 자는 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태어났는걸.”

 “어떻게 저 자를 뛰어넘을 수 있지?”

 “힘, 오로지 힘 많이 그를 무찌를 수 있어.”

 “아 그래. 다른 정자들이 어떻게 하겠지?”

 “넌 그래서 안 돼. 나하나 쯤이야 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둬. 투표할 때나 써라. 그리고 후회나 해.”

 

 우주인은 갑자기 화를 내듯이 말했다. 주인공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미안 뭔가 미안해지네. 힘낼게 나도, 싸우면 되잖아.”

 “질라무트는 쉬운 상대가 아니야.”

 “나보고 어쩌라고.”

 “그냥, 그렇다고.”

 

 수천만의 정자와 질라무트의 싸움이 시작됐다. 처절하고 오랜 싸움, 그 끝에는.

 

 “자기야, 나 아파.”

 “처녀막이 터져서 그래. 좀만 참아.”

 “내 이름은 처녀막 따위가 아니다. 질라무트다.”

 “뭐래 병.신.”

 “예전까지만 해도 녀석이 죽으면 영영 다시 살아나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만렙이 풀렸지. 그 덕에 질 라무트는 부활이라는 스킬을 배웠어.”

 

 “아, 그래.”

 

 소설이니깐, 개소리를 쓰고 논리에 조금 어긋나도 이해해주세요.

 

 “갑자기 뭐지 저건?”

 “편집자적 논평이랄까?”

 “ㅡㅡ;”

 “아무튼 빨리 달리자. 우리의 시간제한은 오른쪽 위에 나타나있어.”

 “카트라이더?!”

 “가자!”

 “더 이상 싸울 상대는 없는 거지?”

 “궁극의 보스 난자테스가 남아있지.”

 “걘 또 뭐야.”

 “이래서 조기 성교육이 필요한 거야.”

 “아 뭐 어쨌든, 빨리 가자.”

 “그래 좋아. 너도 익숙해졌구나.”

 “아니 짜증이 난다.”

 

 해일이 일어나는 소리가 우주인과 주인공 뒤에서 들려왔다. 적신호가 다가왔다.

 

 “또다시 위기봉착인가?”

 “뭔소리야 또.”

 “경쟁자가 더 늘어나겠어.”

 “뭐?”

 “이차 사정이다. 빨리 가지 않으면 휩쓸리겠어.”

 “인공씨, 빨리 가요. 제가 도와줄게요. 당신만이 난자테스를 무찌를 수 있어요.”

  

 

 

 ‘정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것도 초롱초롱한 눈빛을 지닌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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