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과 망상 - 1. 인생드립

나이스맨. 작성일 10.10.11 23: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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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군은 책상 앞에 앉아 턱을 괸 채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한 표정으로 무언가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때 침대 밑에서 누군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그는 조심히 주인공 옆에 다가가 섰다.

 

 “안녕? 무슨 고민이니?”

 “어?”

 

 다짜고짜 들이대는 모습에 주인공은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누구야.”

 “난 우주인이라고 해.”

 “뭐? 우주인?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나.”

 “난 레알이야.”

 “그래? 우주인이라며.”

 “??”

 “아.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당장 나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너 되게 특이하다.”

 “뭐가?”

 “엄청 침착해보이네. 대부분은 날 보면 깜짝 놀라고들 하던데.”

 “어. 그래? 난 지금 놀랄 기분이 아니야.”

 “기분이 어떤데?”

 “구려.”

 “어떻게?”

 “그냥 구려.”

 “너 오늘 마치 학교에서 선생님이 인공아 넌 꿈이 무엇이니? 라고 물어봤는데, 전 CEO가 꿈이에요라고 말해서 선생님이 어떤 CEO? 계획은 어떻게 잡았니? 라고 다시 물어보았고 넌 대답을 못했지와 같은 상황 속 인물 같아.”

 “어!?”

 “그래 구체적으로 계획이 필요한 거야?”

 “아니아니. 뭐랄까 답답해. 미래가 없는 것 같아. 내가 CEO가 왜 되려는지, 어떻게 될 건지. 뭐 아무것도 없어. 미래에 관해서.”

 “인생 퇴갤했니?”

 “뭐?”

 “알았어. 너를 위해 특별히 한 분 모셔줄게. 성함은 신네비. 나이는 비밀이야. 물론 몸무게도. 그는 남자야.”

 “됐고, 나가.”

 

 우주인은 뾰로롱쿠앙삐앙이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얼굴이 변했다. 마치 변검을 하는 것처럼.

 

 “안녕하세요. 신네비입니다.”

 “아, 네.”

 

 속으로는 뭐 이런 개 같은 상황이 다 있나. 꿈인가 생시인가. 트랩카드가 발동되었나. X같은데 말로 표현할 순 없고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이었다.

 “제 직업은 사람들을 바른 길로 안내하는 것입니다. 제가 당신의 미래를 제시해 드리지요. 물론 가격은 공짜입니다. 서비스로 계획까지 자세히 말씀드리지요.”

 “저기 근데 그런 직업도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는 별별 직업이 다 있습니다. 아직 놀라긴 이르지요.”

 “어디 사시는데요.”

 “그건 아직 말씀 드릴수가 없습니다.”

 “왜 그런 직업을 가지셨는데요.”

 “아 질문이 많은 분이시네요. 물론 공짜지만. 이것이 마지막 질문입니다. 흠, 말하자면 깁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적이죠. 저는 외동아들로 부유하지 못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저의 집은 소위 말하는 달동네 끝자락에 있었고요. 어때요. 벌써부터 눈망울이 떨리죠? 그런 집에서 태어난 전 항상 저에겐 아무 능력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을 유산도 없다고 생각했고요. 전 쓰레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항상 술을 드시던 아버지가 어김없이 진탕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셨죠.”

 “네네.”

 “어머니는 아버지께 나가 죽어라고 소리쳤습니다. 아버지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문을 나서다 계단에 미끄러져 돌아가셨죠. 그날부터 전 어머니를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께 그런 능력이 있는 줄 정말 전 몰랐어요.”

 “마지막 말은 뭐였는데요?”

 “이 놈에 여편네가.”

 “아, 네.”

 “슬프지 않나요? 어머니는 여성인데, 이 년에가 아니라 이 놈에라고 하셨어요.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야!”

 

 신네비는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캔디의 눈을 한 채 마치 테리우스를 바라보듯. 양손을 꼭 움켜진 채로. 주인공은 코에서 방귀가 나올 지경이었다.

 

 “더 드릴 말씀은 많지만 그러면 너무 슬플까봐. 내용을 좀 각색했습니다. 이해하시죠?”

 “네.”

 “그럼 당신의 미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냥 나가시면 안 돼요? 제가 생각할게요.”

 “이미 계약서에 서명하신 관계로 어쩔 수가 없습니다. 가격은 공짜입니다.”

 “아 공짜고 나발이고. 제가 언제 서명을 했는데요.”

 

 신네비는 사십 오 도로 고개를 돌린 채 웃으며 서명한 증거를 수십 장 보여주었다.

 

 “보셨죠? 주인공씨의 서명과 정말 똑같은 글씨체로 서명이 돼있네요. 의심스러우시다면 대조도 가능합니다.”

 ‘아 이런 지미. 진짜 꿈 한번 개 같네.’

 “그럼 당신의 미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정적.

 

 “언제 알려줘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로딩중입니다.”

 “아. 시ㅂ”

 “나왔습니다. 당신은 지금부터 이십대 말까지 의학공부를 하세요. 병에 대한 모든 지식을 최대한 다 섭렵하시고 모든 병을 고칠 능력을 기르시는 겁니다. 삼십대부터는 직접 병원을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으십시오. 그리고 나머지 인생은 자신의 몸을 가지고 수많은 병들을 고칠 방법에 대해 실험 그리고 기타 의학공부를 하십시오. 그럼 당신은 훗날.”

 “훗날? 위대한 의사가 될 수 있나요? 아니면 모든 이가 본받고 싶어 하는 멋진 의학 교본이 되나요? 그것도 아니라면….”

 “온 몸에 병이 경험이 되고 피와 살이 되어 병 신이 되십니다. 병의 신이요.”

 “이 시발. 꿈이라도 너무하네.”

 “허허, 그걸 마다하시다니 그럼 타짜 테크트리는 어떠십니까. 푸른 눈의 백룡을 사서….”

 “좋은 말로 할 때 꺼져.”

 “세계정복자 테크트리도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를 얻고….”

 “꺼지라고!”

 “간디 조심하세요~ 힝”

 “아!!”

 

 우주인이 돌아왔다.

 

 “어때, 신네비씨는 위대하지?”

 “너도 꺼져.”

 “그의 연봉은 칠억이야. 껌을 두 개 살수 있지. 물가가 폭등했기 때문에.”

 “나가라 제발.”

 “배추는 팔조정도?”

 “쫌!”

 “양배추는 칠조 구천 구백 구십 구억 구천 구백 구십 구만….”

 “나!가!라!고! 개!새!끼!야!”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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