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소록이야기 -5-

화랑야화 작성일 11.11.06 18: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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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일을 행군을 하던 백만석의 머릿속이 갑자기 지징 거리며 울려대었다.뭐지? 이 현기증은 산세가 험한곳을 연달아 행군한탓이라 생각하였지만 계속되는 머릿속 울림은 고지를 올리가면 갈수록 더해갔다.

 

“자....잠시 십장님 여기서 쉬는게 낫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엄살섞인 핑계가 터져나오자 십장은 잠깐 멈춰섰다.그러나 백인대에서 중간에 섞여있는 십인대가 멈춰서면 뒤쪽은 그대로 낙오해버린다. 전방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면 더 힘들어지는것을 알기에 뒤쪽으로 소리치면서 전진을 한다.

 

“힘들 내라고. 이 현기증은 투기다. 그 투기 때문에 전투를 많이 겪어 보지 않은 이들이 처음에 겪는 고통일뿐 조금지나면 사라질것이다.”

 

십장의 말이 사실인지 산등성이쪽으로 올라서저 저 멀리 평원에 직사각형의 검은 무리들이 열무리나 모여있었다.그 열무리의 병사들에서 나오는 기운이 사방팔방 뻗쳐나가는게 보이진 않지만 힘은 느껴졌다.백인장이 뒤쪽에 따라오는 십장들을 모이라고 지시하였다.

 

“저기가 집결지다. 우리 백인대는 청출장군의 1부대에 소속되어진다. 1부대는 천마식 천인장이 지휘하고 있으며 1,2차 전투 모두 승리로 이끈 명장이시다. 십장들은 다시 돌아가서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도록”

 

백인장의 말이 끝나자 십장들은 서둘러 다시 뒤쪽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자신들의 십인대로 돌아가서 백인장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전달해주었다.

 

‘저기가....내가 갈곳이란것이지...정말 장관이군’

 

북쪽을 제외한 나머지 방위는 모두 산세로 둘러쌓여 있는 거대한 평원위에 거대한 집단을 이룬 병력들이 열무리,천인대로 백만석은 생각하였다. 그런천인대가 10무리에 제일 후방에 2백에서 3백명의 호위대로 둘러쌓여 말보다 더 커보이는 거대한 짐승의 등을 타고 있는 이가 청출이었다.청출은 1차대전쟁을 모두 승리로 이끈 무적의 장군이었다.패배를 모르는 그였지만 다른 아군부대의 고전으로 승리를 가장 많이 하고도 대우를 못받는 그였다. 착괴신의 몸으로 태어난 그는 태어나자 마자 괴수의 선택을 받았으며 그 능력으로 5이상의 괴수를 포획하여 나라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전술과 무술에도 능하여 매의 3장군으로 불리는 그였다.백만석이 그의 밑에 들어간 것은 현존하는 최강의 괴수라 불리는 홍염을 얻을수 있었던 지상최대의 행운이었다.

 

아군의 앞쪽으로는 적부대로 보이는 열부대가 모여있었고 십자대로로 불리는 국경선 너머로 같은 대형을 일자로 유지하며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신속히 산등성이 아래로 내려오는 백인대는 거대한 무리에 위엄을 느끼며 뒤쪽으로  뛰어가며 제일 왼쪽 1부대의 비어있는 한쪽 귀퉁이를 메꾸었다.그런식으로 모든 부대가 모이는데 거의 삼일이 소요 되었으며 가죽으로 만들어진 작은숙소안에 삼인 일조로 잠을 잤다.만석이 아침에 기상해보면 삼각형으로 보이는 작은숙소에서 하나둘 나와 배식을 받는다.배식중 밥이 적다고 툴툴대는 병사부터 밥이 맘에 안든다고 소리지르는 병사까지 종류도 다양하였고 성격들도 다 제각각인것이 저런 인간들이 맘을 합쳐 적을 맞을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만석의 십인대는 마을사람들이 합쳐져서 어느정도 맘이 맞을줄 알았지만 다 나이가 어린탓에 자기 잘난척만 해대며 서 우쭐거렸다.그렇지만 십장이 다가오면 언제 그랬냐는듯 조용히 지내며 사람들끼리 탐색전을 벌인다.

 

“지휘명령이 내려왔다. 내일 정오 개전할 생각인 모양이다. 오늘 저녁 푹 쉰후 개전에 대비해라.”

 

십장이 뒤로 돌아서자 한명이 못마땅하다는듯이 목소리를 높이며 말한다.

 

“시..십장님. 목숨을 건 전투가 내일인데 누구를 잡고 어디로 가고 이런건 말 안해줍니까?”

십장이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잠깐 웃는다.

 

“하하! 너희들이 처음이라 잘 모르는구나. 정규군은 뒤쪽에 배치돼어있고 우리 같은 첫 출전병들이 제일 선두야. 특별한것도 특별할것도 없이 개전하면 창들고 죽어라 뛰면돼. 조언해 줄것이 있다 하면 우리 십인대는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이상 모여있으라는 것 한마디 뿐이다. 무슨말인지는 내일 알게 될꺼야. 하하하”

 

“그럼 우리는 화살받이라는 겁니까?”

 

“우리는...음....그냥 푹쉬어라.... 생존요령은 내일 알려줄테니”

 

십장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자신의 숙소로 돌아간다.워낙 대규모로 출진한탓에 군량이 부족해 아침한끼가 그들이 먹는 전부였다.이곳에 병력이 모이기 시작한지 삼일 밖에 안되었지만 주변의 먹을수 있는 식물들,동물들은 전멸했을것이다.쉴때 일찍자는것이 허기를 달래주는 요령이기도 하였지만 십장은 머릿속이 복잡하여 일찍 드러누워 깜깜한 숙소안에서 탄식을 한다.

 

“살아야해! 죽으면 안돼!”

 

자신이 잘못된 판단을 하면 열명 모두 순식간에 죽어버린다. 백인대 역시 백인장의 잘못된 판단에 백명 모두 순식간에 죽어버린다. 병력은 그렇게 소모품으로 인식되어졌다.특히 급히 모집된 농민으로 이뤄진 부대는 한두번의 전투로 거의 전멸되어진다. 하지만 십장인 명철은 살아남았다. 자신이 남아있던 십인대에서 두명밖에 안되지만 살아남았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끌어내어 저 여리디 여린 병사들을 살려야 자신도 살수있다는 것을 알수있다.

 

“다행히 백인장은 모르겠지만 천마식 천인장은 전의 전투에서도 자신의 부대를 목숨같이 여기는 장수라고 소문이 났으니.”

 

밖은 여전히 시끌벅적하였다.처음 출진하는 병사들이 살아남는 법을 알아내려고 고분분투하는 것이리라 명철은 생각한다.

 

 

-매의 지휘관숙소

 

청출장군 을 필두로 열명의 천인장들이 모두 모여있다. 탁자위에는 지도가 있었고 지도위에는 열한개의 흑돌과 열한개의 백돌이 있었다.그리고 그 지도위에 한자로 매라고 쓰여져 잇는 평원위에 흑돌 세 개를 두었다.그리고 상대진형에 백돌 열 개와 뒤쪽에 백돌 한 개를 두어 진형을 이루었다.

 

“내일 출진은 세부대로 해보려고 합니다. 1,5,10번대가 좋다고 판단되어지며 이유는 기동성때문입니다.첫공격은 이쪽으로 1번대가 진출을 할것입니다.”

 

열 개가 나열되어있는 백돌의 중앙에 제일 왼쪽의 흑돌 한 개를 던져두었다. 모여있는 열명의 천인장들은 탄식을 하였다.

 

“천마식 말씀 올리겠습니다. 장군께서 하라시면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무모한것 같다고..”

 

천마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청출이 입을 열었다.

 

“첫 개전이니 우리 배짱을 보여줘야합니다.천인대가 몰살한다해도 중심을 돌파할것입니다. 나머지 5번 10번은 제 신호를 기다려 이곳으로 돌진할것입니다.”

 

천마식의 입이 잠시 움찔거렷지만 청출은 개의치 않는다.천마식의 부하사랑은 매에서도 유명하였다.그런 천마식이었지만 장군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죽음을 명령하여도 복종하는게 맞는것이었다.

 

지도위를 쳐다보며 한참을 의논 하던 청출은 1,5,10번대장을 한번씩 쳐다본후 천인대를 모아두고 작전명령을 지시하라고 나가보라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7명의 대장들은 저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청출은 세명이 나가자 아까보다 낮아진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한편 천막에서 나온 천마식은 한숨을 길게 내어쉰다.

 

“내일이 마지막이려나?”

 

자신보고 죽으러 들어가라는 명령을 장군이 내렸지만 말한마디 제대로 나눠보지도 못하고 나와버렸다. 그런 자신이 한심했지만 병력 자체 구성은 모두 농민들이었다. 다른 천인대에 비해 전력이 약한것은 사실이었지만 첫전투에 몰살당할지도 모르는 작전을 작전이라 할수있겠는가 라고 생각한 그였다. 천마식은 그대로 숙소로 돌아와 백인장들을 모은다.

 

“작전명령이 하달되었다. 내일 우리 1번대가 첫 출진을 한다. 이것은 나라와 가문의 영광이다. 모든 병사들에게 약간의 술과 고기를 내어주라 명하라.”

 

전장에서 고기를 나눠주라는것은 아주 위험한 임무 전이라는것을 천마식을 계속 보필하고 있던 백인장들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천마식을 믿기에 아무소리도 없이 막사를 나가서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나눠주면서 독려했다.

 

“내일 수훈을 세워 반드시 백인장이 되고 말테다.”

 

백만석이 큰소리 친다. 이에 뒤쪽에서 명철이 만석의 꿀밤을 살짝 쥐어박으며

 

“살아남기나 해라 이녀석아. 우린 내일 전투에서 제일 선봉이야.”

 

“그럼 제일 먼저 적장의 목을 따올수 있다는것 아닙니까?”

 

만석의 너스레에 명철은 기분이 풀어진다.어차피 죽을꺼 이놈과 함께라면 어쩌면 화끈하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이었다.백만석이 모여있는 모닥불에 모여있는 열명은 다른곳처럼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잠시 잊혀지고 있었다.만석의 너스레 떠는 모습에 어쩌면 중독되었는지도.

 

다음날 정오

 

청출이 명한대로 1,5,10번대가 십자대로의 제일 전방에 나섰다. 나머지 일곱 번대는 청출을 호위하는 본진 뒤쪽으로 배치되어졌다.본진의 기는 호법견의 모습을 본딴 사자몸통에 개의 얼굴을 지닌 거대한 깃발이 장정 넷이서 들고 버티고 서있었고 거대한 호법견위에서 앞쪽의 상황을 관망하기 위해 청출은 의기양양하게 서있었다. 이에 맞서는 국의 진형은 다섯 개의 천인대를 앞쪽 세부대 뒤쪽 부부대로 배치한뒤 본진을 그 중앙에 배치하였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단순한 삼이 방어라. 나 청출이 공격할줄알고 방어형으로 나섰구만. 흐흐흐 좋아 가자.”

 

청출옆의 나팔수 세명이 동시에 입에 기운을 불어넣자 중저음의 나팔소리가 길게 전장에 퍼져나갔다.이윽고 북소리가 둥둥둥 쳐지며 분위기를 고져 시키고 있다.

 

명철의 십인대는 천인대에서 앞에서부터 1/3 정도위치하였다. 많은전투를 하였지만 중간이 제일 덜 죽는곳임을 알기에 조금은 안심이 돼었지만 그래도 너무 앞쪽이었다. 나팔소리가 울려왔다.북소리도 동시에 울리자 전방의 국에서도 와와와 거리는 소리와 북소리가 같이 울려퍼져 정신이 산만하였다.만석도 마찬가지였다. 혼자서 하는 싸움은 다섯명쯤은 극복할수 있었다.그러나 사람이 많아지니 앞사람만 보고 쫓아가야하는 입장이었다. 명령이고 뭐고 들리지도 않았고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와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때 명철의 목소리가 웅성거리는 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모두 잘들어. 다른곳은 보지말고 바로 옆이 같은조의 사람인것만 확인해. 움직이면서도 옆사람과 거리가 멀어지려고 하면 따라잡고 흩어지려고 하면 뭉치려하고 창이 들어온다고 화살이 떨어진다고 흩어지면 그순간 죽는다. 알겠지?”

 

“네”

 

아홉명의 사내들이 간만에 의기투합해 대답을 선보였다. 그때 발자국 소리가 무수히 나며 앞쪽부터 먼지구름이 올라오는것이 만석의 눈에 보였다.그리고 조금뒤 자신의 앞사람이 창을 앞으로 들고 뛰는것을 보고 얼떨결에 만석도 뛰었다.자신이 뛰었다기 보다는 주변이 같이 뛰길래 그냥 뛰는것이었다.

 

“함성”

 

백인장이 큰소리 치자 백인대 전체가 와와와 거리며 소리를 질러가며 전진하였고 한참을 달리고 달리자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화살이다!”

 

큰소리가 나자 앞도 안보이는 상황에서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위에 시커먼 긴 화살의 떼가 수백,아니 수천개가 동시에 날아오자 순식간에 어둠이 하늘을 덮는듯 하였다.

 

“달려! 달리란 말이야. 멈추면 죽어!”

 

백인장이 소리치자 십장들도 같이 소리지른다.

 

“모두 달려라! 멈추면 화살에 맞아죽는다. 달려!”

 

만석도 *듯이 앞으로 내달렸다. 주변에 사람들이 피슝피슝 거리는 소리에 한명,두명씩 쓰러져갔지만 자신의 십인대원들은 아직 보이는걸 보고 안심하였다.그래도 벌써 자신의 주변이 빽빽했었는데 많이 헐거워진 것을 보며 백만석은 죽음의 공포에 맞닥뜨렸다. 그때 앞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교착! 모두 힘껏 달려라.”

 

퍼퍼퍽 추추축 창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만석의 앞쪽에서 들려오고 비명소리가 여기저기 났다.하지만 만석의 주변은 여전히 아군들뿐 상황을 알수가 없고 간간히 백인장의 목소리를 들은 십장들이 지시를 전달하였다.

 

“모두 차례가 되면 창을 앞으로 찌르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우리 임무는 여기를 돌파하는거다.”

 

“십장 뭔소리야? 차례라니?”

 

“앞쪽이 다죽으면 다음이 우리차례다. 순서가 없어 앞이 없어지면 우리니까 준비들해. 살고싶으면 열명씩 뭉쳐 흩어지지 말고.”

 

십장의 말에 만석과 나머지 대원들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빽빽하게 모여들었다. 점점 비명소리가 가까워 지고 검과 창 소리가 만석의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죽음이,손이 떨려오고 온몸이 아려왔다.

 

 

청출은 1번대가 보기 좋게 상대의 중심팍에 꽂혀서 반이상 뚫은것을 보고 흐뭇해 하였다. 나팔수에게 신호하자 아까와는 약간 틀린음을 내어 뱉자 5번대가 1번대의 왼쪽으로 , 10번대가 1번대의 오른쪽으로 약간 45도의 각도로 진격을 하였다. 적의 앞쪽도 3행 2열, 청출로써는 약간의 도박이었다. 만약 앞의 삼열중 양쪽이 1번대를 포위했으면 순식간에 1천명은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그러나 남은 두부대를 견제 하기 위해 대열을 그대로 유지하는것을 청출은 기다렸던것이다. 어젯밤 그린 계획이 그대로 실현되어지자 기분이 좋아지는 청출이었다. 중앙의 반을 타격해 들어간 1번대의 양쪽에 비스듬한 각도로 5,10번대가 같이 들어와 마치 원뿔형의 모양새로 국의 천인대 한부대는 뚤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 모양새라면 양쪽에서 달려들어도 이미 중앙에 길게 방어벽이 모여진 상태여서 섣불리 달려들으면 꼬치구이 신세가 되기에 국 쪽에서도 작전을 바꾸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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