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소록이야기 -3-

화랑야화 작성일 11.11.04 22: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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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의 나라 묘의 마을

 


어두운 달밤에 쇳소리와 같은 마찰음이 사방으로 뻗쳐나간다.묘의 마을 뒤쪽 산자락에 소나무가 삐죽삐죽 뻗쳐나와있다.그 솔잎사이사이로 달빛이 묘하게 비춰지는 가운데 시커먼 그림자가 나뭇가지 위에 발을 가만히 올려둔채 마치 떠있는듯 자세를 잡아 가며 손에든 검을 여러형태로 휘둘러댄다. 가로로 세로로 대각선으로 흘러가는 검이 공기를 가르면 쇳소리의 마찰음이 찌징 찌징 거리며 산세를 울려댄다. 한참을 그렇게 휘둘러대던 검을 아래로 향하더니 그대로 나무위에서 뛰어내려 땅에 검을 박아넣고는 그대로 앉아 양반다리 자세로 앉는다.

 

“휴~ 홍염 해제”

 

사내의 목소리가 굵게 나오자 사내의 가슴팍위 쇄골의 중심에서 작은 구슬이 뭉글뭉글 기어나오더니 이내 살을 완전히 뚫고는 땅으로 떨어진다.그리고 약간의 안개와 같은 흩어짐이 생기더니 그 자리에 사내몸의 세배나 돼는 여우가 한 마리 앉아있다.

 

“홍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다시 수련하자고. 오늘은 기방에 가서 좀 놀다 갈테니 넌 먼저 집에가서 쉬도록 해.”

 

사내의 말이 끝나자 여우는 커다랗고 긴 주둥이를 사내의 얼굴에 한번 부비적 대더니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다.그 공중을 한동안 주시하던 사내는 엉덩이를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산기슭을 따라 내려간다.

 

“룰루루 수행은 고되지만 역시 기방으로 가서 힘든몸을 달래는 것이 최고지 하하하”

 

기방에 갈생각에 사내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는듯 했다.마을의 입구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산과 마을을 잇는 다리위에 도착했을때 사내는 발걸음을 멈추고 허리춤에 찬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린다.

 

“살기! 지독한 살기군. 나와라 아까부터 불쾌했지만 기방갈 생각으로 용서해 주려고 했건만 마을까지 따라왔으니 인사는 해야겠지.”

 

사내는 발 아래에 굴러다니는 돌을 발등으로 톡 치자 공중으로 떠오르자 몸을 한바퀴돌려 긴 다리를 공중으로 떠오른 돌맹이를 행해 날린다. 피슝 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 아래쪽 수풀로 날아가자 무언가가 뛰어오른다.사내는 기세를 늦추지 않고 떠오른쪽으로 몸을 날린후 공중으로 뛰어오른 그림자를 향해 순간적으로 검을 휘두른다.

 

‘맞았다.’

 

슈겅하는 소리가 났다.무언가는 절단되었을것이라고 생각한 사내는 개울위에 불안정한 자세로 착지를 한후 뒤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뭐......뭐냐?”

 

달빛을 정면으로 보고 있는지라 모습은 보이지 않고 형태만 까맣게 그림자로 보였지만 사내의 검에 정확히 맞았는지 팔의 어깨죽지쪽이 거의 떨어질 정도로 보여졌지만 살점에 간신히 붙어있는지 축쳐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러나 그런 팔이 귀찮다는듯 왼손으로 덜렁덜렁 거려 살점에 겨우 매달려 있는 팔을 츄욱 소리가 나게 잡아당겨 찢은후 개천쪽으로 버리는것이었다.그리고 순간적으로 사내의 눈앞에 얼굴을 들이 밀더니 사내의 검을순식간에 뺏은후 목을 향해 검을 쳐올렸다. 너무 순식간이라 사내도 당황하였는지 뒤로 몸을 날렸지만 턱쪽에 살짝 검이 스치는 느낌이 들었고 덤블링하며 피한곳이 미끄러운 바위지대인지라 손이 약간 미끌거리며 우스운 모습으로 개울로 온몸을 빠뜨렸다.

 

‘젠장 이게 뭐야’

 

생각할시간도 없이 2차공격이 날아왔고 옆으로 굴러가며 손에 닥치는데로 잡히는 돌을 하나 집어들어 적을 향해 내어던지며 자세를 바르게 잡았다.그리고 다리위로 순식간에 뛰어올라가 공격자세를 취하였다.사내가 내던진 돌맹이를 고개만 까딱하며 피한 적도 사내를 따라 다리위로 뛰어올랐다.이번엔 달빛을 등진지라 괴상한 적의 모습을 정확히 볼수있었다.

 

“너는 후후후 뭔지 알겠군.추살꾼이군.”

 

머리와 손목에 태극무늬 띠를 투르고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가죽갑옷에 새까만 바지와 가죽신발, 얼굴은 살점이 썩어가다 못해 벌레가 기어나오는 괴이한 모습,살아있는자의 모습은 아니었다.그러나 사내는 적이 누군지 정확히 파악하고있었다.

 

“이거 영광이군. 천인의 추격을 받다니. 괴수주인의 탈주는 천인의 공격을 받는다더니 사실인가 보군. 검도 뺏었겠다. 자 죽여라 죽여. 계속 쫒기느니 추살꾼에게 죽는것이 나을수도 있겠군.”

 

적을 향해 두팔을 들어올리며 목을 들이밀며 다가서자 추살꾼은 한팔밖에 없는 검을 위로 높이 들고 삐그덕삐그덕거리며 사내에게 다가온다.사내는 정말 아무생각이 없는지 눈을 감는다.그리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자 슬쩍 목을 댕겨내며 한걸음 물러서고는 순식간에 새끼손가락을 입으로 깨물며 땅바닥에 한자를 휘갈겨쓴다음 뭐라 중얼거리더니 큰소리로 외친다.

 

“소환술!”

 

사내의 말이 끝나자 마자 옅은안개가 흩어지더니 덩치가 큰 여우가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앞에 있는 추살꾼의 머리를 크고 긴입으로 잡아챈후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도록 씹어먹고있다.머리가 사라진 가죽갑옷은 힘없이 땅으로 축늘어지더니 이내 흐물흐물해지며 마치 물처럼 다리위에서 사라져버린다.

 

“홍염, 너 아니었으면 큰일날뻔했다.검도 빼앗겼지,죽지도 않지 저런괴물은 정말 처음이라구. 하하하.간만에 운동은 세게 한것같지만 왠지 춥네. 에췻! 감기 온모양이라구.”

 

홍염이 사내의 기침소리에 걱정이 되는지 긴혀를 사내의 얼굴을 연신 핧아댄다.

 

“간지럽다구. 그나저나 추살꾼이 존재 하다니 정말 놀랍긴하군.홍염 당분간은 너는 나랑 같이 지내야겠다. 떨어져 있다가는 목숨이 10개라도 부족할꺼 같아.일단 눈에 안띄게 내 몸에 들어가 있어야겠다.”

 

사내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여우는 온데간데 없고 작은 구슬로 바뀌자 사내는 손으로 들어 자신의 쇄골의 중심에 구슬을 대고는 가볍게 문질러댄다.그러자 구슬이 서서히 사내의 몸에 녹아들어가듯 하더니 이윽고 사라졌다.

 

“흥! 석주와 주희가 쫓아올줄 알았더니 엉뚱한 하늘이 쫓아오는군.하긴 녀석들이 왔더라면 도망만 쳤을테지만”

 

사내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이내 기분을 돋궈가며

 

“에라잇 하늘님 보고 계슈? 나 잡으려면 그런 추살꾼들 100명은 보내야 할꺼외다. 추잡한 왕들의 전쟁이나 그리는 하늘님 그런거에 나 백만석은 동조 자체를 못하겠고. 방해를 해볼테니 추살꾼을 보내든 하늘님이 내려오든 알아서 해야할꺼요.”

 

하늘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던 사내는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듯 마을쪽을 향해 부리나케 뛰어간다.멀리서도 사내의 소리가 들려온다.

 

“기방.....기방.....색시들......색시들....”

 

 

 

-난의나라  호란관내부


 

“하하하 많이들 와주셨구려.”

 

수십명의 기녀들이 풍채가 당당한 사내들 사이사이에 앉아서 술시중을 들고 있다. 각 사내들은 모두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계백이 저녁이나 들자는 말에 모여들었고 난의 나라 10괴 라 불리는 호걸들이었다. 모두 난의 각 지역의 관리였고 난의 핵심맴버였다.그런 장수들이 한명의 장군이 모여달라 전갈을 넣자 모든일을 젖혀두고 이곳에 모여있는 것이다.

 

“장군! 10년만인거 같습니다. 정정한거 같아 보기가 좋아보이십니다."

 

계백의 왼쪽에 앉아 있는 이자는 오무유이다.난의 나라 곡마을을 다스리고 있고 괴수는 매를 다루었다.커다란 날개를 펼치면 어지간한 집채만한것이 난의 나라중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있는 괴수이다.

 

“하하!오장군도 좋아보이는 구려.우리 10괴가 10년만에 모였는데 한잔들 드시고 이야기 나누시지요.”

 

계백의 건배제의에 모두 흥쾌히 잔을 비웠고 잔을 상위에 살짝 내려놓은 계백은 슬쩍 눈치를 주자 주위의 기녀들이 모두 자리를 일어나서 나가버렸다.심각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분위기가 들자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나 계백이 올해 80살입니다.10년전 모였을때도 우리는 매를 쳐야한다고 했고 헤어질때도 해야한다고 하였는데 아직도 우물쭈물 하고있습니다.”

 

오른쪽에 자리잡은 덩치가 다른이의 두배는 넘는 유달식이 대꾸를 한다.

 

“전하께서 차일피일 미루셨기 때문 아닙니까? 장군.”

“전하 연세가 올해 90을 넘기셨습니다.그리고 진언하셨습니다. 난을 발전시켜보자고. 나 계백에게 군사지휘권을 전부 넘겨주셨습니다.”

 

주변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모두 기다렸던 말이기도 하였다.그와중에 상의 제일 끝에 있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석도일은 약간 반대하는 투로 말을 자른다.

 

“매는 너무강합니다. 현존하는 최강 괴수인 흑뇌와 홍염이 있습니다.그리고 현재 매의 괴수숫자는 15이고 더 불어날수도 있다고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석도일의 이야기에 다시 시끌벅적 한 분위기로 바뀌었지만 계백의 말에 다시 조용해진다.

 

“모든 전술을 괴수로 움직이던 시대는 벌써 1000년전에 종식 됐습니다. 지금은 괴수와 병사들을 얼마나 조화롭게 싸우는가에 달려있습니다. 괴수끼리 싸우는 무식한 방법은 예전에나 통했지 지금은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솔직히 말해 석도일이 말한 흑뇌와 홍염을 빼고는 나머지 괴수들이야 병사 사오백명만 있으면 충분히 잡을수 있지 않습니까? 지금 시대는 그런시대입니다.그리고 정보에 의하면 홍염을 거느린 백만석은 매를 이탈했다고 하고 흑뇌를 거느린자는 이충서인데 왕의 호위무사입니다. 전술에 절대 걸리적거리지 않습니다. 우리 3만 병사면 충분히 매를 치고도 남습니다.”

 

석도일이 다시 이야기한다.참고로 그는 계백의 책사이기도 하다.

 

“장군. 그러나 매는 2번의 전투경험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전하를 위해 일으키는 전쟁이시라면 매 보다는 좀 약한 국의 진흥왕이 어떠하십니까?”

“후후후! 이호를 몰라서 하는 말이군요. 이호장군이 이끄는 1천병사가 청출장군이 이끄는 3천병사를 몰살시킨적도 있죠. 그는 공격형이 아니라 방어형이라 가능한것이긴 해도 그는 예전부터 전술의 대가 입니다.그런 그가 전쟁후 군사책임자로 앉아 있습니다.아마 매를 향한 분노를 모두 토해낼 기세로 말이죠.이미 수십년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죽역시 매를 공격하려고 수십년째 전쟁준비를 하고있습니다.그러나 매의 나라는 2번의 승리로 약간의 자아도취상태입니다.세작의 정보에 의하면 군사훈련은 매일매일하는 것이 아니라 한달에 한번정도 형식적인것이고 안전보장태세를 갖추는데도 기본이 두시각인데 보통 세네시각은 기본이며 10괴들역시 자기수행을 하는데 게을리 지낸다는 소리입니다.풍요로운 생활이 이어지면서 나태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전력이 예전의 반도 안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 계백은 전하의 수명연장과 난의 번영을 위해 1000년만에 전장에 뛰어들 각오를 하였습니다. 여러분, 이런 누구냐?“

 

계백이 갑자기 상위의 젓가락을 창호지가 발라져있는 문쪽으로 날리자 창호지를 순식간에 뚫으며 날아간 젓가락이 푹하는 소리를 내며 창호지 위에 꽂혀져있었다.젓가락이 흔들흔들하며 바깥으로 쑤욱 나가 버리자 문앞에 앉아있던 한 장군이 문을 팍 소리가 나게 열어버리자 물에 완전히 빠져 거지꼴을 하고 있는 사내가 계백이 던진젓가락을 손가락으로 잡은것을 기뻐하는것이다.

 

“하하하! 내가 이걸잡다니 정말 놀라운걸.”

 

자랑이라도 하듯 문 안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자신을 잡아먹을듯한 얼굴로 쳐다보는 10명의 무서운 아저씨들이 보였다.

 

“왠놈이냐? 누구길래 이야기를 엿듯는것이야?”

 

덩치가 큰 유달식이 일어나서 정체 모를 사내의 어깨를 부여잡는다.멀리서 보면 어른과 아이의 체급차가 날정도로 유달식의 덩치는 유난히 컸다.

 

“기방에 놀러온자인데. 물에 빠지고 돈도 다 떨어져 버려 사람많은데 가서 술이나 한잔 얻어먹어볼까 하고 들어오는중에 뭔가가 날아오길래 잡은 것뿐인데. 대체 누구요? 당신들은?”

 

계백이 유달식에게 고개를 흔들며 보내라는 시늉을 하자 움켜쥔 어깨를 놔주고 손등을 휘저으며 나가라고 신호를 한다.

 

“아~~ 암튼 술자리를 깨서 미안하외다. 그럼”

 

사내가 어색해 해며 뒤로 돌아서 나가려고 하자 계백이 갑자기 소리친다.

 

“혹시 성함이?”

 

사내는 계백의 걸걸한 목소리에 깜짝놀라면서 뒷걸음치며

 

“뭐 지나가는 사람인데 이름까지 물으시려고. 그럼 가겠습니다.”

 

사내가 무서워 하는 얼굴을 하며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치듯 나가자 계백은 혼잣말로

 

‘사람을 잘못봤나?’

 

라고 생각한다.그리고 다시 정색을 하며 앞에 모인 장군들을 향해 소리친다.

 

“개전할 생각입니다. 매와, 일시는 따로 공지할터이니 각 장군들은 병사들의 훈련들을 마무리해주십시오. 늦어도 한달안에 공격할 생각이며 이시간이후 몸과 마음을 더욱더 단련하여 한달후 있을 전쟁에 대비하자는 마음으로 자! 전하와 이 나라를 위하여 건배!”

 

“수로왕과 난을 위하여!”

 

건배가 이어지자 나갔던 기녀들이 하나둘씩 아무일없다는듯 다시 자리를 채워 앉아갔다.

 

 

 

 


“햐! 이거 술한잔 먹으러 갔다가 놀라운걸 알아냈는걸. 매를 공격한다...후후후 계백장군 정말 못된수를 생각해냈군. 개인적으론 국과 죽이 매를 공격하면 난이 국이나 죽을 먹을줄 알았는데 예상밖이군. 홍염 오늘 술은 못먹겄다. 너무 마음이 뜨거워서 밖에서 달을 벗삼아 자야겠어.”

 

가슴이 쿵덕쿵덕 뛰는 백만석이었다. 1차전쟁은 어려서 참전을 못했지만 2차전쟁은 젊은 백만석에게는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지상최고의 괴수라 칭하는 홍염을 앞세운 백만석은 나이가 어린탓에 천인장으로 시작을 했지만 일천대 이천 ,일천대 삼천의 확연한 전력차를 홍염의 주술로 막아가면서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그때 나이 25살 그리고 전쟁터에서의 2년으로 백만석은 삶의 의미를 찾았었다.이곳이야 말로 자신이 있을 곳이라고, 그러나 한번의 패전은 정말 눈물겨웠고 자신이 아끼던 부대의 병사들을 모두 날려버렸다.청출장군의 잘못된 공략법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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