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괴한 망상의 둥지 - 지구 vol. 1 (3)

NEOKIDS 작성일 12.06.24 09: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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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먼저 메레디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받지 않는다. 계좌번호를 알아야 돈을 돌려줄 것인데, 이래서는 더 늦어지기만 한다. 늦는다는 것은 좋지 않다. 내 디바이스의 추적이 벌써 이뤄졌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더욱 불안한 상황.

문득 전화가 걸려온다. 메레디스인줄 알고 급히 받았더니 빅터 요한슨이다.

"급히 받는 걸 보니 메레디스 건이군."

넘겨짚는 데는 비상한 능력이 있는 빅터에겐 숨길 수가 없다. 이미 내 쪽으로 온 것도 다 알고 있을테고.

그렇다고 말하자 그가 수화기 너머에서 씩 웃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일과 관련해서 정보가 좀 있는데 들어볼텐가? 10만 크레딧에. 어때?"

그건 좀 곤란했다. 착수금으로 받은 10만 크레딧과 의뢰비 100만 크레딧이 전부인데 의뢰비 돌려주고 착수금만으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긴데.

"알았어. 자네 사정 고려해서 5만 크레딧에 주지. 이거, 너무 싸게 주는데. 입금은 일단 요약 보고 결정하게. 내 계좌번호는 알지?"

짐짓 툴툴거리는 척을 하며 디바이스에 텍스트 일부가 전송되어 온다. 그 텍스트를 여니 그 건과 관련, 걸려온 전화가 있다는 내용.
눈 딱 감고 바로 입금을 시키고 난 몇 분 뒤. 음성파일이 전송되어 온다.

"금속건물 녀석들에게 검색감시에 걸리지 않게 해놓느라 꽤 신경썼다고. 전화 추적 내용도 있으니 참고해. 그리고, 자네도 엔간하면 손을 떼라고. 동업자끼리라서하는 말인데, 이번 건은 너무 냄새가 진동한다고. 좋지 않아."

눈물나게 고맙군. 그런 녀석이 내 사정 뻔히 알면서 돈 긁어먹으려고 전화했냐. 목구멍으로 치밀어오르는 말을 겨우 삼키며 그냥 예의 상의 말들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디바이스의 화면이 바뀌고, 녹음된 내용이 드러난다.

걸려온 전화: 6: 37

빅터 요한슨입니다.
다 알고 있습니다. 이 건에서 손을 떼시오.
무슨 말씀입니까 갑자기.
메레디스 셰퍼드. 그 여자가 크레이그 윌킨슨에 대해 의뢰했던 내용 말이오.
그거라면 아직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만, 당신 누구야?
경고했소. 금속건물 녀석들이 어떤 지는 당신도 소문을 들어서 알겠지. 얽혀서 좋을 일 없소. 그럼 이만.
이보시오, 잠깐!

전화 끊김.

그 다음은 첨부된 지도 파일. 그 내용 상으로는 위치 표시. 위치는 어중간한 공장지역, 디바이스로 통화한 것이었다. 디바이스의 소유자는 살바도르 달리. 텍스트의 내용 상으로는 소유자 기록이 날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적혀있었다.

일단 전화가 걸려온 디바이스를 추적해볼까 하는 사이, 또 전화가 걸려온다.

이번엔 메레디스다.

"무슨 일이시죠? 뭔가 알아냈나요?"
"알아낸 게 있긴 하죠. 당신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거."
"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되묻는 메레디스에게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금속건물 측 사람과 만나셨더군요. 금속건물 측 사람과 이번 일을 해결하려 하신다면 전 빠져야 겠습니다."
"절 미행하신 건가요?"
"그게 내 일이니까요. 의심하는 것."

메레디스의 감정이 격앙되는 것에 말려들면 손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단단히 다짐하며 목소리 톤도 조절한다.

"금속건물 측과 관계된 실종극이라면 전 빠지겠습니다. 착수금을 제외한 의뢰비는 돌려드리죠. 제 사정이야 뻔히 아시겠지만 한 가지는 모르신 듯 한데, 저는 돈에 목숨을 거는 놈은 아니란 겁니다. 그럼 계좌번호를 알려주시죠."
"싫어요. 알려주지 않겠어요."

예상은 했던 대답이다.

"이 통화는 녹음되고 있고 법적 진술에 증거로 채택될 수 있습니다. 의뢰비 반환에 관해 반환받는 것을 포기한 의사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잠깐만. 좋아요, 진실을 말씀드리죠."

메레디스의 심호흡 소리가 들리고, 이어지는 말.

"실은 저도 위협받고 있어요."
"뭐라구요?"

나는 되묻는다.

"그가 말도 없이 사라진 것에 난 상관없어요. 그가 사라지고 난 후 금속건물 측에서 사람을 보내왔었죠. 그를 비밀리에 찾는데 아내인 내가 협조해줘야 한다고요. 끽해봐야 공무원 출신에게 어디서 1백만 크레딧이라는 거금이 나오겠어요. 그것도 다 금속건물 측에서 지원해 주는 거에요.....정말이지.....이런 얘기 하면 안되는데......."

펜트하우 출신에게 1백만은 거금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여자는 거금이라고 말하고 자신을 계속 위장하고 있다. 대체 왜.

"믿어주세요. 나도 그를 찾아야 되는 입장이에요. 조금 있으면 또 금속건물 측에 보고를 해야 한다구요."

나는 일단 전화를 끊었다. 갑작스레 끊긴 전화를 다시 연결하려 메레디스가 보내오는 벨소리가 사무실을 울린다. 그걸 반주 삼아 천천히 생각해 본다.

발을 빼야 한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모로 흥미를 끌고 있다. 사라진 남자, 이용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여자,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배경, 금속건물. 이렇게 된 이상, 이젠 발을 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누가 거짓인지, 끝을 보기 전까지는, 이 사건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게 되겠지. 뭐 물론 돈도 무시할 순 없고.



나는 다시 빅터가 보낸 자료 속의 디바이스 고유번호를 탐색한다. 시작은 거기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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