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레디스는 1백만 크레딧이라는 쉽지 않은 돈을 쉽게 입금시키고는 말을 남긴 채 돌아섰다.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겠어요, 미스터 알테우스."
메레디스가 나가는 걸 확인한 후 나는 조용히 가방을 챙기고 일어섰다. 창문 밖으로 메레디스가 차를 타는 모습이 보인다. 차 번호를 디바이스에 메모리 시키자 디바이스의 프로그램이 차 내부의 컴퓨터를 원격으로 해킹하고는 지도 상에 위치 좌표를 보내기 시작한다. 이 프로그램은, 물론 불법이다.
주차장으로 내려가 먼지가 덮인 덮개를 제친다. 스쿠터의 상태는 좋다. 수소전지 수명을 아끼려고 별로 타고 다니지 않았으니 그거야 당연하고. 디바이스를 보니 그녀의 차 위치는 세 블럭 떨어진 곳으로 접어들고 있다. 스쿠터를 타고 나는 그녀의 뒤를 쫒는다.
내가 이러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이런 류의 사건은 항상 먼저 배우자를 의심해봐야 하는 법이다. 치정에 의한 납치살인. 부유한 사람들일수록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에피소드니까.
그거보다 더 큰 이유는 도무지 말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2년 전에 벌어졌던 로버트 케이든 사건을 모르는 바보는 없다. 작당한 3명의 범죄자들이 금속건물 소속의 남자 로버트 케이든을 납치, 몸값을 요구했다. 그 때 금속건물 측은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로버트 케이든을 추적, 3시간 만에 그의 위치를 찾아내고 그를 구출해냈다.
그 때 경찰은 행정부, 즉 금속건물 측으로부터 범인들의 완전사살 명령을 받았다. 그들은 완전 걸레짝이 됐고, 이 모든 것은 언론에 공개되었으며, 다음부터 우리를 건드릴 땐 각오하라는 으름장이 섞인 성명까지 발표된 떠들석한 사건이었다. 그 뒤로 금속건물 소속 사람들을 어떻게 해보려는 시도는 전혀 없었고.
금속건물 소속의 크레이그 윌킨슨이 실종된 지 1주일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조짐이 없다? 말이 안맞는다. 말이 되려면, 둘 중의 하나여야 한다. 금속건물 측에 제공해야 할 정보를 메레디스가 차단하고 있거나, 금속건물 측이 아예 모른척 하고 있거나.
일단은 전자부터 확인한다. 만약 후자라면, 그 땐 진짜 손떼야 한다. 뭔가 이유가 있을테고, 거기에 얽혀들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 2년 전의 그 으름장 이후로 그들의 권한은 터무니없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모르게 잡아갈 수도 있을 만큼. 이런 건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일일 뿐이다.
그녀의 차가 주차된 곳은 유리관 안에서도 외진 곳, 섹터 13지구 내의 공사장이었다. 아직 이 곳은 개발이 진행 중인 곳으로 유리관이 확장된 지 얼마 되지 않는 곳이다. 아직은 허허벌판인 그 곳에서 그녀는 차를 세우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쿠터를 멀찌감치 세우고, 나는 허름한 건물 모퉁이에서 디바이스의 카메라를 사용해서 확대모드로 감시한다. 곧 차가 한 대 더 오고, 그 안에서 남자 하나가 내려서 탄다.
역시나. 전자가 맞았군.
둘의 대화가 꽤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그렇다고 차가 흔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정사를 나누기엔 참 좋은 입지지만, 그런 기미는 없다. 다음엔 확대모드 프로그램을 더 좋은 걸로 써야 겠다.
이윽고 남자가 내리고, 자신의 차에 옮겨 탄 후, 두 차는 찢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차의 번호도 일단 저장해 둔다.
두 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후, 나는 디바이스의 프로그램에 남자의 차 번호를 입력해놓고 근처 구멍가게로 가서 물을 하나 산다. 물을 마시며 디바이스가 추적하는 루트들을 확인한다. 남자의 차는 어디 들르는 것 같지도 않고 계속 한 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걸 여유롭게 쳐다보다가
갑작스런 위험신호에 나는 물을 뿜어내고 황급하게 디바이스를 껐다.
해킹방지용 무선시스템이란 게 있다. 어떠한 해킹의 상황이라도 전파상으로 감지해내는 역해킹 기술. 보통 민간의 기술이란 건 다 뚫리게 마련인데, 죽어도 안뚫리는 데가 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 사람도 프로그램이 그 영역에 들어서면 프로그램이 위험신호를 낼테니 빨리 디바이스를 꺼버리라는 충고를 해줬었다.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써, 빨리 손을 떼어야 한다는 확신이 섰다.
남자의 차는 금속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