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두대

엉덩이를씰룩 작성일 12.10.05 17: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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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위에서 칼날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중력에 의해 칼날이 충분한 힘을 가지게 되면, 불쌍하고 어리석은 죄인의 목과 손목은 잘려나가 기계 아래에 있는 바구니에 담기게 되고, 집행인은 시체를 치우기만 하면 됩니다.”

말을 끝마친 젊은 귀족남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한 귀족 여자를 의기양양하게 쳐다보았다.

“정말 끔찍한 기계군요, 베르테르씨. 사실 그런 끔찍한 기계가 만들어졌다고 이렇게 축하파티를 여는 것도 저로서는 이해되지 않네요.”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매서운 눈썹과 예쁘장한 얼굴을 지닌 그 여자가 한 말은 남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 같았다.

“글쎄요 베아트리체 양, 저는 왕께 명을 받아 이 기계를 훌륭히 만들어낸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양께서 이 축하파티를 마음에 안 들어 하신다는 것은 무척 애석한 일이군요.”

“그래도 정말 무서운 기계이긴 한걸요, 베르테르 씨. 실례할게요. 베아트리체 양.”

그들 옆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꽤나 농염한 분위기를 지닌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오 에스텔 부인, 그 기계는 부인과 같이 아름답고 고귀한 여성께선 전혀 무서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저 어리석고 욕심 많은 거지들, 도둑들, 부랑자들만이 무서워할 필요가 있지요. 항상 과욕을 부리는 무리들이 사회의 문제가 됩니다. 그 천한 것들은 늘 가진 것에 만족할 줄을 모르지요.”

베아트리체는 얼굴을 찡그리며 다른 곳으로 가버렸고, 에스텔 부인은 베르테르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짐짓 외로운 듯한, 그러나 유혹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남편이 그런 무리들 때문에 오늘도 밤샘 작업을 하러 갔어요. 판사의 아내로 산다는 게 이렇게 외로울 줄은 몰랐네요.”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속삭였다.

“드디어 오늘밤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파티가 끝나고 기다릴게요.”

남자는 그녀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들을 베아트리체가 날카롭게 보고 있었다.


파티가 끝나고, 에스텔 부인과 베르테르는 몰래 같은 마차를 탔다. 마차가 베르테르의 집에 도착하고, 둘이 집안 침실에 들어가자 둘은 거리낌 없이 진한 키스와 정사를 나누었다. 둘이 한창 달아올라 있을 때,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 그리고 한 판사가 화가 난 얼굴로 들어왔다. 

에스텔의 남편이었다.


“3m위에서 칼날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중력에 의해 칼날이 충분한 힘을 가지게 되면 저 불쌍하고 어리석은 두 죄인의 목과 손목은 여기 바구니에 담기게 될 겁니다.”

집행인이 구경꾼들에게 새 사형기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고, 에스텔과 베르테르는 단두대에 걸려있었다. 그들의 판결을 내린 판사는 비통한 듯 한 표정으로 자신의 부인을 바라보았다.

형이 집행되었다. 두 죄인의 목과 손목은 잘려 바구니에 담겼고, 단두대의 첫 사형집행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사형식이 끝나고 그날 저녁, 형을 집행했던 판사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자신의 방문을 열자, 그곳엔 베아트리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짐짓 슬픈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 오늘 많이 힘들었겠어요. 저 끔찍한 기계의 첫 희생자가 당신의 부인과 기계를 만든 사람이라니..”

남자는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직 과욕을 부리는 어리석은 자들만이 문제가 되지, 베아트리체. 당신같이 아름답고 고귀한 여인은 저런 죄인들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어.”

남자는 베아트리체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둘은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베아트리체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부인을 처벌해야만 했던 비운의 판사님, 이제 우린 결혼할 수 있을까요?”

“그래, 더 이상 밤샘작업을 핑계로 댈 필요도 없지.”


몇 개월 후, 둘은 결혼식을 올렸다. 사람들은 바람난 아내를 직접 처벌해야 했던 비운의 판사가 정숙한 새 여인을 맞아들인 것에 축복의 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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