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26 글연습 (1)

NEOKIDS 작성일 13.01.26 08: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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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6 글연습

그는 정글칼을 집어들고 상대의 목을 내리쳤다. 머리는 허공에서 회전하며 저만치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시체가 쓰러짐과 동시에 정글칼을 내던지며 잠시 주저앉았다. 만약 다른 놈들이 지금 습격해 온다면 그는 꼼짝없이 당할 것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손이 이미 자동으로 대비라도 하듯 권총을 꼭 쥐고 있었기에. 
특수임무전 대응 태스크포스 54에 근무하고 있던 그는 기밀 프로젝트의 참가를 명받았다. 록키산맥 깊은 곳의 야전훈련소를 통과하기만 하면 되는 훈련이었다. 그는 코웃음을 쳤다. 태스크포스에 들어가기 위해 그가 받은 6개월 동안의 훈련을 생각하면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어떠한 훈련장이라도 우스워 보였다. 
하지만 그의 상관, 허치슨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떠나는 날 저녁, 그는 허치슨 상사가 사주는 술을 먹었다. 개인적으로 그에게서 그렇게 얻어먹은 경우는 손에 꼽을 지경이었다. 보통 태스크포스팀의 우정들은 남달랐고, 전장에서 자신의 등을 맡겨야 하는 사람들인 만큼 친밀도가 높았고, 팀원간의 교류가 높았다. 하지만 허치슨은 그런 타입이 아니었고, 그럼에도 태스크포스에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던 그런 사람이었다. 
“잘해보게.”각자 독한 술 한 잔씩을 넘기고 무뚝뚝한 말투로 허치슨은 말했다. “별다른 일이라도 있습니까?”“아니. 없어.”“그런데 갑자기 무슨 날벼락입니까? 술을 다 쏘시고.”“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일세.”허치슨 상사는 두 번째 잔을 넘겼다. “미친놈들. 너무하잖아. 이렇게 어린 놈을.....”“그 정도로 훈련 코스가 어렵습니까?”“모든 것은 기밀이라 자세히 말할 수가 없지만, 이것만은 얘기할 수 있지. 난 거기서 생존했던 다섯 명의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라는 것을. 그리고 정말로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조심하게. 조심하라고. 아주 조심해야 돼.......조심해야......”술도 잘 못하는지 이미 주정을 부리는 꼴이 되어서 허치슨은 계속 조심하란 말만 되뇌이며 술잔을 든 손을 떨었다. 그 모습만 떠올리면 그는 뜨악해지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헬기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별 건 없었다. 다른 곳에서 온 병사들과 두 개 팀 구성, 리더는 누가 맡게 되는가에 대한 문제, 그리고 헬기를 이용해 목표지점 근처에 레펠링. 그리고 신중하고 긴장된 걸음으로 목표지점까지 수색하며 도착. 거기까지만 해도 그동안의 훈련이나 실전까지 비교해 다를 것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은 벌어지기 시작했다. “젠킨스, 응답하라. 젠킨스. 응답하라!”“도......도망쳐.......으아아아악!!!!!!!!!!!!! 아욱!!!!! 그헑!!!!!”“어디 있는 거야 이 개새끼들아!!!!!”“도....와.....”“저쪽이다! 사격! 사격!”
난무하는 총성과 비명, 단말마, 살이 썰리는 것 같은 각종 소음. 선행한 팀의 무전을 들으면서 그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응답을 계속 요구하던 팀 리더는 아무래도 선두 팀이 전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개수작인지 본부에 무전이나 때려보자고 했지만, 본부는 무전을 받지 않았다. 그때서야, 그는 허치슨의 말과 행동을 떠올렸다. 
일단 그의 팀은 앞으로 가서 선두 팀이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후발 팀원들을 혼란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사지가 제대로 남아있는 자들이 없었다. 어떻게 끌고 올라간 건지 나무 꼭대기 위에 말뚝으로 꿰뚫린 배와 내장 덩어리들, 도끼 같은 것으로 반토막난 머리, 석궁 화살로 꿰뚫려진 양쪽 눈, 손가락부터 자근자근 썰어 가지런히 널어놓은 신체 조각들. 배를 갈라서 그 내장으로 시체를 돌돌 말아놓은 것까지. 시체의 풍경 하나하나가 아무리 실전을 겪어온 수많은 대원들이라도 토악질의 욕구를 배겨내지 못할 정도로 지저분하고 잔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리더는 그 와중에서도 시체들을 확인하고 결론을 내렸다. 총상은 하나같이 없었다. 자신이 자살하기 위해서 머리에 대고 쏜 총상들 외에는. 적들은 총을 사용하지 않았고, 그렇다면 무성무기를 이용한 갑작스런 기습이었을 것이었다. 그 결론에 이른 팀원들은 총의 개머리판을 어깨에 단단히 밀어댔다. 매복과 위장이라면 여기, 바로 옆에도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지금부터라도 이 작전을 중지하고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큰 임무에 대한 책임감과 적에 대한 호기심이, 그 의견을 묵살시켰다. 
참혹한 현장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자 탁 트인 곳이 나왔다. 그리고 그 앞으로 뭔가 옛날의 벌목소 공장 같은, 다 쓰러져 가는 나무 건물이 나왔다. 벌목소 공장 치고는 꽤나 넓은 곳이어서, 형무소로 사용해도 괜찮을 정도의 넓이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나무 썩는 내음과 함께 뭔가 묘한 냄새들이 뒤섞여 올라왔다. 그것은 피냄새였다. 
작전상으로는 이 지점을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고, 팀의 리더는 말했다. 하지만 끝이 안보이는 것 같은 긴 복도와 여러 개의 방, 그리고 그 이미지들이 풍겨대는 기묘함만으로도 대원들은 공포감에 질식할 것 같았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그들은 한 발자국씩 천천히, 움직였다. 쥐 때문에 사격을 해대는 촌극도 벌어졌고, 누군가가 썩은 바닥에 발이 빠지는 촌극도 있었다. 그렇게 건물의 중간정도 쯤 온 듯 했다.
누군가의 총에 매달아놓은 택티컬 라이트가 뭔가를 비추었고, 그것은 슥 하고 움직였다. “뭔가 움직였어!”그 역시 사방으로 총구를 돌리며 적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잖아, 라고 하려는 순간, 동료의 낌새가 뭔가 이상했다. 동공이 크게 열려 있고, 손은 내린 채로 몸의 힘이 다 빠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표정은 몸 옆으로 기울어지더니, 발치로 떨어져 내렸다. 목이 날아간 자의 등 뒤로, 피가 방울져 떨어지는 철사를 양손으로 움켜쥔 누더기자루의 형체를 본 순간. “으아아아악!!”그는 바로 사격을 개시했고, 다른 동료들이 따라서 사격을 개시했다. 흙먼지와 나무바닥이 박살나면서 튀는 먼지들이 총성을 따라 자욱하게 일었고, 곧 사격을 중지한 팀원들은 시체를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총상을 당한 핏자국 조차도. 
“이제 됐어. 충분하다고. 여기서 나가서 도망가자!”리더는 그럴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우린 이 곳을 통과해야 해. 하는 김에 이놈들도 전부 없애야 하고.”“없애? 미쳤어? 우린 지금 지옥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고! 우린 이 놈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도 몰라. 갖고 있는 탄약도 한계가 있다고. 이 건물의 끝까지 나가면서 우리가 살 수 있을 것 같아!”“시끄러워. 보이드.”리더는 그에게 말했다.“그렇다면 혼자서 되돌아가. 그럴 수 있다면.”팀은 순식간에 내분의 상태가 되었다. 핀잔을 먹은 보이드가 총구를 올려 리더를 조준하기 시작했고, 팀원들은 보이드를 조준했다. 어떻게든 그가 말려보려고 했을 때, 누군가 말했다. “모두들 조심해. 공기가 이상해.”벽들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바닥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펄럭이는 것 같던 것들이 모두 동시에 그것들을 벗어내고 그들에게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상대가 인간이란 것에 잠시 안심했던 팀원들은 곧 그 안심을 접었다. 하나같이 기괴한 꼴들로 달려들고 있었다. 정글칼, 도끼, 창, 하여간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하는 듯 싶었다. 팀원들은 앉아쏴 자세를 취하면서 사격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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