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기 (1) - 소설구조의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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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구조의 이론, 김천혜, 한국학술정보(주), 2010
개인적인 분류 : 소설작법용 필수서적
당분간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 읽어야 할 이론서나 정보서 등을 중심으로 먼저 리뷰를 진행해볼까 합니다. 그 다음에는 접한 책들 중에서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간간이 소개해 올리는 시간을 갖도록 하죠.
보통 소설작법에 관한 책들은 많이 있습니다.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어느 것을 주로 해야 할 지 고민되는 경우들도 많은데요. 하지만 그 모든 작법서들이 보통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소설의 구조와 형식적 틀에 대한 것입니다.
대체로 가르쳐준다 하더라도 정리되지 않은 채 중구난방 두서없이 다른 이야기들과 섞여서 딱히 정리가 되지 않는 경우들이 다반사지요. 게다가 대체로 스토리텔링에 치중하는 등으로 인해서 훨씬 더 비중이 작아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작법서들의 작가들은 자신들이 작가일 뿐 소설구조 자체를 연구하고 분류해본 적이 없어서, 라는 점도 상당하게 작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를 다루고 스토리의 완급을 다루는데는 능숙하지만, 어떤 것에 어떤 이름이 붙고 어떤 도구라고 정의한다는 점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정말 몰라서 그런 건지 언급을 축소하거나 아예 쓰지 않죠.
또 어떻게 보면, 그들 속에서는 이미 체화되어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려면 힘든 경우랄까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재발간은 아주 다행스런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은 1990년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한 번 발간된 책입니다. ISDN 번호나 바코드라는 개념도 없던 때 발간되었던 책이죠. 그것을 좀 더 보강해서 2010년에 재발간한 책입니다.보강한 만큼 빛이 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목차를 보시면 아시게 되겠지만, 소설의 외형문제들, 시간, 화자, 시점, 문장, 서사구조 등등 어찌보면 딱딱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교과서적인 내용이 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읽기가 더 힘들 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김천혜라는 작자 분도 부산대 문학교수로 재직하셨던 분이구요. 그렇다고 해서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같은 경우처럼 철학같이 다가가는 경우가 아니라, 정말 그동안 나온 소설들을 바탕으로 스킬의 분류와 정리로 다가가는 책이고잘 정돈된 분류법으로 이러한 형식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는 면에서 값어치가 대단한 책입니다. 작자 스스로도 흩어져 있는 구조에 관한 이론들을 그저 보기좋게 정리만 했을 뿐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또한 이 책의 강점 중 하나는, 형식을 알고 있다고 해도 거기에 크게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나오는 예시 중 이광수의 면을 봐도 그렇습니다. 보통 시제는 통일된 면으로 과거의 시제들을 사용하여, 무엇무엇을 했다, 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통일성을 주는 것이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입니다만, 이광수의 경우는 현재시제와 과거시제를 혼용사용해서 글을 쓰고 있는 경우라서, 작가들 사이나 학술적인 면에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고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요는 그겁니다. 작품속에서 무엇이 효과적이고 무엇이 괜찮을까를 생각하고 판단하는 건 책에 나온 형식들의 정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효율적 선택이라는 거죠. 그리고 그런 점이 뒤의 2부 실험소설론 등에서 짤막하게나마 펼쳐지기도 합니다. 다만 실험소설론에는 좀 더 아방가르드 쪽의 느낌이 나긴 하지만 말이죠.
스티븐 킹이 자신의 저서 유혹하는 글쓰기(김영사,2002)에서 표현한 '연장통 속의 공구들' 같은 개념이고,공구들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공구의 한 축이지요. 나머지 한 축은 스토리텔링에 관한 것들이고, 이것들에 관한 작법서들은 꽤 많이 나와있는 편입니다.
시나리오나 다른 미디어들에 대한 작법들의 형식은 잘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도 불구, 소설은 왜 그런 것이 없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이 책은 그 질문에 적절한 대답으로서의 서적 1순위라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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