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버터

kanghiro 작성일 13.03.10 03: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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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앞 벤취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흰 원피스를 입은 여자 하나가 멀리 앉아 한숨을 쉬었다

괜한 궁금함에 다가가 묻고 싶었지만

오해살까 후 하며 입술에 담배만 줄곳

좀 지난 시간 후 정적에 어색함을 느꼈는지

날 보고 한 대만 빌려달라는 그녀말에

난 너무 빠르게 다가가고 꺼내고 붙여주는

바보같이 신속함을 보여 뒷통수에 진땀이 흘렀다

날생각을 들킨듯 날 들킨듯

길게 뿜는 연기 뒤에 날 보는 하얀 얼굴은

다정함이 표면에 반들거리고 부드러워

위화감없이 내 어깰 빌려도 될듯 익숙해보였고

호흡이 곤란한 나는 걱정엔 맥주라며

무단횡단으로 차도를 건너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그녀가 떠났을까 걱정하며 잰걸음으로 돌아온 벤취

통화를 하는 그녀를 발견하곤 안심했지만

다시 서는 생각은 누구일까

닦아 열어주는 캔매너는 지랄맞게 위선적이라 생략하고

여기요 라며 드민 차가움을 냉큼 잡아 오픈하는 그녀

그렇게 차갑고 시원하고 불안정한 흰 옷의 여인

뻣뻣하게 굳은 나에게 질문을 하고

자기가 조금 누나라며 작게 쿡쿡거리는 몸짓

잠시 누구를 만나야한다며 30분만 기다려주세요

가볍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뒷모습은 성스러웠다

왜일까는 없었다. 올까?만 있는 어리석은 나

흰 빛을 보듯 눈을 깜빡이니 어느새 검은 밤만 곁에 있고

그녀는 30을 잘게 쪼개고 버리고 잔여를 얹고 잃고 놓고

멀리 보다 잊은 것을 계산하고 붙이고 여미고 떨구는

요래저래한 행위를 강요한채 어딘가에서 나에게 돌아오고 있었다.

 

시간은 푸의 꿀병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꿀 한 방울 같았다

짙고 느리고 늘어지고 달콤함을 기다리는 듯이 두근거리면서,

검은 수트를 입은 중년이 서서히 내 눈 앞에 다가왔다

라이터를 빌립시다 하는 단호함 묻지도 않고

신속하게 다가가고 붙이고 멀어졌다

왜 혼자 맥주를 먹냐는 말에 젊다고 더운 계절이라고 말했다

그래 난 젊지도 덥지도 않지만 하나 마셔야겠네 하며

내가 걸었던 길을 가로질러 맥주 몇 캔을 사들고 돌아왔다

이거 마셔요 네 감사합니다

서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호흡도 인지하며

우린 몇 개의 캔을 나눠마셨고 안주는 없었다

사기를 당했어요 여자한테 네??????

사랑하던 사람이었는데 알고보니 결혼한 사람이었죠

당황하고 다가갈 수 없었어요 나만 그런줄 알았으니까요

그 사람은 나와 있어도 내가 더러운 것이지

그녀는 아닐거라 혼자 생각하고 있었어요

내가 잘못한거죠 시작부터 하지만

사실을 알고나니 난 설 수 없게 됐습니다. 어떤 이유로도

그녀가 돈을 원했어요

그리 크진 않았지만 불쾌했고 같은 사람처럼 보였어요

당당하게 원했으면 난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울었어요 내 앞에서 난 믿었어요

그리고 그저 목소리를 듣고 싶어 했던 전화에

그녀는 차갑게 웃었어요 자기가 이겼다고

그녀의 집이 이 근처에요 다른 건 모르겟지만

왜 그랬는지 묻고 싶어요 처음부터 아님 중간에

솔직함은 때론 이해하게 만들어버린다

꼴짝이는 내게 그는 맥주를 더 먹겠냐고 물었다

아뇨 할 때 그의 주머니가 흔들거렸다

그는 놀라며 전활받곤 멀리 뛰어갔다.

 

거의 한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오지 않았고

내 앞엔 열지 않은 맥주 캔 한 개와 선택만이 남았다

그럼 이 캔을 모래시계 삼지 뭐

꿀꺽이고 때론 아껴 주위를 둘러보고 담배를 하나 피우고

바닥에 흔들어 남은 맥주를 비우고 비닐봉지에 모두 넣고

쓰레기통에 버릴때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열어 시간을 확인하고 가방을 들었을 때

미안해요 하며 내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찌할지 몰라 그리고 왜 내가 여기 그녀가 여기에

닥치고 나니 이유를 몰라 난감해하던 내게 그녀가 말했다

이 옆이 제 집인데 같이 가서 맥주 한 잔 더 해요

불가항력 말 그대로 난 소멸의 결과를 알면서 파고들었다 그 시간을

 

도서관에서 두 블럭 떨어진 아파트 단지 몇 동인지 몇 호인지도

그저 13이라는 숫자 하나만 기억이나고 난 덜컹거리는 문을 넘었다

안의 어둠은 밖의 어둠보다 짙었고

둘러보지도 물어보지도 걸어보지도 못하고 그저 굳어버렸다

잠시만요  냉장고에 뭐가 있나 볼게요 라며 주방등을 켰다

작은 할로겐등이 굵게 내릴때야 비로소 식탁이 있고 주방이 있다는 걸 알았다

여기 앉아요 식탁을 가리키는 그녀

네 하곤 이미 방향을 상실해버린 나

여는 소리 닫는 소리 덜컥거리는 소리 음~하며 생각하는 소리

속에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집에서 불과 두 블럭 가로등 7개에서 8개를 지나면 있는 곳

여기 낮은 그리 쉽게 나눌 기점도 없지만

너무 가깝고 내가 모르던 곳 그리고 그녀

본적이 있었나? 아니

우린 무슨 말을 나눴지? 그저

난 왜 이곳에 있는거야? 그녀

이래저래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있을 때 그녀가 물었다

 

콘버터 좋아해요?

 

당당하게 돈을 요구해도 될 정도로 아름답고 차가운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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