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기 (3) -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NEOKIDS 작성일 13.03.23 03: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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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어떠한 '문제의식'으로 보아야 하는가의 문제는 사실 이미 결론이 난 문제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배후를 '부정직한 패권주의'로 본다면 역사적 실상부터 현재의 모습까지 여지없이 맞아 떨어지니까. 그리고 사실 이 책에서 통합된 미시적인 정보들의 예로 본다면, 왜 필자는 아직까지 이런 시각으로 미국을 판단하지 않다가 탄식을 하고 있는지 오히려 새삼스럽기까지 한 면들이 있다. 필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미국 땅도 안밟은' 미천한 내가 보기에도 이미 미국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제발 이러고 있는 걸 단순한 반미로 지껄이지 말아달라. 정말 제대로 된 반미를 읽고 싶다면 노엄 촘스키의 저서들을 읽어보라. 내가 풀고 있는 생각은 그가 하고 있는 생각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함량미달이니까.)


역사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판단했을 때, 미국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1차대전때부터 였다. 미국에는 특히 정신건강에 관한 임상심리학이 권위를 가지고 일상에 침투해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연유를 거슬러 올라가 찾아보면 1차대전에 투입된 병사들의 전쟁 후유증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병사들이 그런 후유증과 외상을 가지게 된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타인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이해하고 전체적인 환경의 조망을 하는데서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익숙해져 있는 동양과 달리, 그들은 이것을 불가해한 일로 판단하고 이해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성과 지성을 도입했다. 어깃장은 이미 이 때부터 생겨난 것이다. 서부시대나 남북전쟁 시대 때도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다. 


이성과 지성의 영역에서는 타인은 결과적으로 타인이고 자신은 누가 죽어도 자신이다. 선을 긋는데는 명확하고 편리하지만 선을 그을 수 없는 영역으로 들어오면 무용지물이다. 철학이 왜 그렇게 수많은 말들을 했어도 많은 삶들을 구제하지 못했는지를 떠올려 보라. 마이클 센델의 도덕론에 새삼 논란이 되는 모습들도 곁들여 살펴보자. 


이 때부터 모든 것이 그렇게 돌아갔다. 물론 더욱 미시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통치라는 윗물은 크게 보면 그렇게 흘러갔다. 거기에는 노예를 해방했던 미국도, 자유와 독립의 가치를 말하던 미국도 없었다. 남은 남이고 자신은 자신이다. 그것이 통치이념화되면 얼마나 무서워지는지를 사람들은 몰랐다. 그리고, 이 책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런 지점의 풍경들이다. 


때문에 911이 일어났을 때도 개인적으로 판단했던 부분은, 이런 지점이 더욱 가속화되고 그 결과 '부정적인 미국'으로 바뀔 것이라는 부분이었다. '부정적인 미국'이라. 어떤 이는 부정적이지 않은 미국이 있었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한 극단적 의미가 아니다. 


그 이전에는 패권주의의 똘끼는 윗선만 행하면 될 일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911을 계기로 밑에까지 그것이 전이될 것이라는 것은 굳이 추리하지 않아도 눈에 선한 일이었다. 실패한 진보, 실패한 노동운동, 실패한 모든 진실들의 무덤인 미국의 현재 상황은 결국 이 책에서 시사하는 바나 내 개인적 예측과 맞아 떨어졌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개인의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일반 직장 종사자들을 테러신고 조직원으로 사용하는 TIPS 같은 제도까지 가리라곤 꿈도 못꿨지만 말이다. 


책을 보면서 느낀 또다른 것은 이 정도까지의 디테일을 우리 언론으로부터는 전혀 전달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데 대한 새삼스러움이었다. 사실 이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조차도 전하기 바쁜 상황의 언론들은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정도의 문제들은 언론이 전해주지 않아도 될 정도를 넘어서서,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에게 가져올 영향력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글로벌이라는 이름 아래 연결되고 상호작용받는 오늘날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알고 영어기사를 읽으며 세계를 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라도 찾고 찾아서 봐야 하는 뉴스니만치, (심지어 미국의 일을 BBC나 타국 언론이 먼저 터뜨리는 일도 있었다) 이 책의 정보들은 충격적인 부분들이 많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한계점 역시 눈에 밟히기는 한다. 필자가 서적에서 종합한 정보로 과연 미국이 그렇게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가의 문제를 확정하려 할 때는 망설여 진다는 것이다. 필자는 특히 자료에서 뉴스 기사를 활용하는 빈도도 높은데, 이런 기사의 이용은 프레임의 문제라는 큰 부분이 있다. 어떤 기사든 그 기사를 접하는 우리들이 프레임을 새삼스레 자극받는 위험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고, 필자 역시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어떤 범죄뉴스를 들으면서 우리는 그러한 범죄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우리가 일생에서 그런 흉한 일을 겪게 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던 거리가 그 범죄뉴스로 인해 공포스러워지고 무섭게 된다. 필자가 뉴스를 보며 그것을 종합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작용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이른바, 과장의 함정이다. 


그런 점들과 함께, 필자의 신파적인 탄식을 제하고 냉정하게 책을 마주한다면, 이 책은 미국이 가진 여러 가지 이면의 지점과 정보들을 접하는 데 있어 좋은 서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의 당면과제인 FTA 같은 부분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과거에는 미국이라는 강대국과 맞붙는 상황에서의 FTA에 관한 문제들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부실하기가 짝이 없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미국은 변하고 있다는 단초가 보이는 것이다. 


최근 기사에는 미국에 대한 대미수출의 착시를 제한 결과 오히려 대미수출이 줄었다는 분석이 있다. 그 분석에 이 서적이 알려주는 점들을 대비해보면, 현재 미국의 상황은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할 것이다. 하나는 지불능력이 없는 미국의 민간인들로부터 파산성 채권을 떠안게 되는 것과, 미국 월가의 사기꾼들같은 금융권이 한국으로 침투를 심각하게 해오는 부분들 같은. 


물론 서적은 2년 전의 이야기를 기준으로 하고 있고, 지금도 필자는 계속 자료를 모으고 다음 책을 낼 계획을 진행중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책에서 너무 자주 말하는 '다음에 얘기해보도록 하겠다'의 결과들을 기대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냉정함을 가지고 봐야만 하는 서적이라는 점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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