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

온리원럽 작성일 13.03.30 21: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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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가을 사춘기 딸 때문에 힘들어서 추석에도 친정에 내려갈 생각을 못했다. 결국 추석이 지나고서야 아들, 남편과 친정에 갔다. 팔순이 넘은 엄마는 늘 그렇듯 나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하룻밤 보내고 집으로 오는 길, 밤을 따기 위해 가족들과 산에 올랐다. 엄마는 다리가 아픈데도 밤을 조금이라도 더 주워 주려고 따라나섰다. 도토리처럼 작은 산밤이 지천에 깔려 손이 바빠질 무렵이었다. 몇 미터 앞에서 엄마의 비명이 들렸다.

“야야, 벌이다. 가까이 오지 마라!”

벌 떼가 엄마를 향해 달려들었고, 나도 다리와 머리에 쏘이고 말았다. 어쩔줄 몰라 하며 벌을 쫓는데 엄마는 더 많은 벌의 공격을 받았다. 내가 엄마에게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무서워서 차마 다가가지 못했다.

대신 근처에 있는 남편에게 엄마를 도우라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다행히 남편이 달려가서 벌을 쫓아냈다. 나는 두군데 물렸지만 엄마는 머리와 목, 배 등 여러곳이 부어올랐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마음이 복잡했다. 만약 내 자식들이 벌 떼의 공격을 받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달려가 온몸으로 막아 냈을 텐데.

늦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고속 도로를 달리는데 자꾸 엄마가 떠올랐다. 평생 온몸으로 나를 아껴 주는 유일한 사람, 엄마와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메었다.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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