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와 그녀는 마주 앉았다.
서로 어색할 사이도 없이 아메리카노 두잔을 주문하고 마주 앉았다.
침묵은 오래가 가지 않았다.
석주의 성격이 남들과 놀면서 친해지는 것보다 일하면서 친해지는게 더 빠르고,
그보다 뛰어난건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때면 자기도 모르게 대화거리나 주제로 금방 친해지는 성격이었다.
석주: "이름이 뭐에요?"
그녀: "미래입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야기를 몇마디 주고 받다보니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의 말투가 조금 딱딱하고 표준말을 쓰고 있지만,
그녀 말투의 억양은 석주가 아는 사투리특유의 억양은 아니란걸 느꼈다.
석주는 속으로 의아해 했지만 그 궁금증도 오래가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화기애애 이야기 하면서 그녀가 이야기 해준 내용을 정리해보면,
1. 그녀는 중국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려고 서울에 유학을 와있는 상태. (유학온지 5개월째)
2. 그녀의 한국어 실력은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을정도의 실력.
3. 그녀가 석주보다 한살 어리다는것.
4. 그녀가 생활하는 집이 이 근처라는것.
5. 집에는 그녀말고 룸메이트 동생2명과 같이 산다는것.
사실 석주는 그녀가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란 말에 놀랐다.
뭐라고 이야기 할까? 딱 잘라 말하기 힘들지만 국가마다 사람들의 생김새라는게 있지 않은가
석주가 처음본 그녀의 모습, 앞으로도 만날 그녀의 모습에는 석주가 생각하던 중국사람의 특징?이 없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석주와 이야기 하면서 줄 곧 존댓말을 써왔다.
물론 석주도 그녀와의 첫만남이였기에 존댓말을 사용했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친해지면서
그녀에게 편하게 말해도 된다고 했지만,
그녀는 학교친구들 말고 다른곳에서 반말을 해본적이 없고, 그럴 상대가 없었기때문에 말을 놓기는 쉽지 않았다.
카페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다.
그 중 기억나는 대화내용은
석주는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서 평소 가지도 않던 서점에 서적을 보러갔었고,
그녀는 평소라면 지하철에 있을시간에 이미 집에 도착해서 쉬고 있을 시간이였지만,
비자를 연장하려 대사관을 들렀다 가느라 평소보다 늦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석주는 속으로 억지로나마 '이게 인연인가?'라고 생각했다.
두시간 정도가 흐르고 저녁5시쯤,
그녀와 석주는 카페에서의 분위기를 마무리 하고 카페를 나와서 걷기시작했다.
그녀의 집은 회기역에서 걸어서 10분? 조금 안되는 거리에 있다고 했다.
석주는 그녀와 같이 걷기를 원했고, 그녀도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그때 석주의 흑심이 발동했고, 그녀에게 일본어로 퀴즈를 내었다.
"君はとてもきれい"
이제 막 공부한 석주가 뭘 알겠는가 그나마 배운것중에 하나를 이렇기회에 사용한것이다.
그리고 석주의 오른쪽에서 서서 같이 걷던 그녀의 손을 잡고
"이 문제 맞추면 손 놔줄께요." 라고 말했다.
이런 퀴즈를 낸것은 그녀의 학교친구중에 친하게 지내는 미국오빠랑 일본언니가 있다며,
일본언니가 종종 그녀에게 간단한 일본어를 가르쳐 줬다고 했기 때문에 혹시 맞출수 있을까 했기때문이다.
물론 석주 입장에서는 못맞추는게 좋긴하겠지만 말이다.
보통의 경우, 뜬금없이 마주친 남자가 여자에게 친하게 지내고 싶다며, 연락처를 주고받고, 갑자기 여자의 손을 잡게된다면
여자쪽에서 '남자가 나를 좋아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게 보통이고
덥석 손까지 잡았다면 손을 빼는 제스쳐라도 취하게 되지 않는가?
그런데 그녀에게는 그런모습이 없었다. 마냥 석주가 내준 퀴즈의 빠져 정답을 알꺼같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었으니...
석주는 그런 그녀의 순수한 어린애같은 모습에 더 빠져들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그녀는 집근처까지 다왔다는 말을 했고,
석주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고 아쉬워서 그녀와 잠시 서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석주는 환하게 웃으면서 돌아서서 집으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말없이 웃으며 지켜보다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기역으로 돌아가자니 거리가 멀지도, 또 가까운 거리는 아니였고, 회기역까지 가는 버스가 없었기때문에
가장 가까운 버스역에서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조금후 집으로 향하는 버스가 왔다.
한번 갈아타야 하지만, 그 귀차니즘이 대수인가?
입이 찢어져라 행복한 석주였다. 그리고 버스를 갈아타고 집으로 가면서 그녀에게 잘들어갔냐는 내용의 카톡을 보냈고,
조금후 그녀의 답장을 알리는
"까똑!"
이라는 즐거운 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보낸 메세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그녀가 보내온 메세지에는 글이 아닌 아이콘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
안녕하세요^^
앵그리 브래드입니다.
이번 일요일엔 저희 누나가 8년연애를 한 매형과 결혼을 하는 날입니다.
그런 누나를 보면서 축하도 해주고 기뻐도 해주는데,
한편으론 그녀가 보고싶네요.
그녀도 이제...몇일뒤면...
드레스를 입고 부모님이 소개시켜주신 그남자와 결혼을 하고
그남자의 여자가 된다는 생각이.... 안들래야 안들수가 없네요.
청승도 이런청승, 꼴불견, 못난놈이 없네요
어제는 그녀와 자주걷던, 많은 추억이 있는 거리를 혼자걷고,
그녀와 자주가던 카페에가서 사모님과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누다 왔어요.
한동안 왜이리 뜸했는지, 지금의 상태.... 그녀와 만나면서 그녀와 저를 아는 분이 카페사모님밖에 안계세요.
제 친구들은 한번도 못소개 시켜줬고, 그녀의 친한 일본언니랑 밥한번 먹어봤네요.(그언니는 일본에...)
카페 사모랑 많이 이야기 하고, 창피하지만 눈물도 보이고 좋은이야기도 들으면서
제 속에서 그녀를 많이 놓아준거 같아요.
(글에서 그녀의 이름을 '미래'라고 썼어요. 그녀의 한국이름이에요.)
이제 한주만 지나면 12월이네요.
짱공식구분들에게 2013년은 어떠셨나요?
즐거운 추억만 한가득했던 2013년이였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