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흔한 이야기 -1-

앵그리브래드 작성일 13.11.17 02: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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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란다로 따스한 햇볕이 들어오고

핸드폰에서는 낮12시를 알리는 알람이 시끄럽게 울려댄다.

석주는 그제서야 핸드폰 알람을 끄면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다.

 

남들은 열심히 일하고 반나절을 넘겼다는 생각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시간.

석주는 그시간이 기상시간이다.

남들이 보면 한심한 백수로 보이겠지만 그래도 밤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시대 평범한 28살 청년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하루 이틀 밤샌다고 당장 힘들진 않다.

석주는 야간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이제 2달째고, 이일이 격일이라 하루쉬고 하루밤새는 스케쥴이라

아직 몸이 적응을 못한것 같다.

 

"아이고, 머리야.... 아...낮엔 정말 못자겠다.

햇볕은 따사롭고 만날사람은 없고"

 

퇴근후 두시간 잠을 자는게 졸려서가 아니고 피곤함만 없애는 정도의 설잠수준이다.

눈뜨자마자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전원을 켜고 의자에 몸을 빙그르르 기대며

어서 부팅이 되기를 기다린다.

 

딱히 컴퓨터를 시작해도 석주는 할게 별로 없다.

매일 출석하는 커뮤니티가서 새글이 올라왔나 쓱 들러보고,

댓글놀이도 하면서 혼자 낄낄거리는게 석주에겐 소소한 재미인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야간 일을 하는 석주에겐 남들이 일하는 이시간이 자유시간인것이다.

가족은 어머니와 누나,석주 이렇게 셋이 살고있지만 석주가 퇴근하고 집에오면

아침 9시반...어머니와 누나, 모두 출근하고 집에오면 혼자있는 시간인것이다.

친구들에게 전화해도 일하느라 바쁜친구들이랑 수다를 떨기도 힘들뿐더러,

이놈의 성격이 인맥 관리가 뛰어난것도 아니여서 어느새 핸드폰 주소록에

저장되어 있는 번호라곤 20명이 겨우 될까다.

 

볕은 따스하고 날씨는 데이트 하기 딱좋은 날씨인데

방금일어나서 잠도 덜깬모습에 츄리닝 바람으로 모니터 앞에서 낄낄대는 모습은 누가봐도 좋은모습은 아닐것이다.

 

석주가 야간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계획하게 되면서 낮에는 어학공부,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시작한것이다.

 

커뮤니티의 새로올라온 글들을 다 훑어보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글을 다읽은 건지 의자에서 빙그르르 돌더니 뭔가 결심한듯 주섬주섬 나갈채비를 하는 석주였다.

 

'날씨는 좋은데 할것도 없고 만날사람도 없고 서점이나 놀러가자!'

 

평소 책이랑은 담을 쌓고 지내는 석주였지만

이 좋은 날씨에 집에서 모니터만 보고있는것도 싫었거니와,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지 이제 막 두달째여서 아직까지는 공부에대한 열의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4월... 예전이라면 낮에는 덥지는 않더라도 따뜻해야할 날씨지만

2013년의 4월은 어느덧 절반이나 흘러갔지만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아직도 바람이 차기 때문이다.

 

석주는 청바지에 티셔츠, 후드집업을 걸치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영풍문고로 향했다.

누구한테 잘보일 사람도 없고, 퇴근후 샤워했으니 모자만 눌러쓰고 나가도 만사ok인 셈이다.

 

서점에 도착해서 이책저책 뒤적거려도 이제 막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놈이 뭘알겠는가,

히라가나만 막히지 않고 수월하게 읽는게 전부인놈에게.

 

석주는 일본어 서적 코너에서 그나마 쉬울것 같다고 생각한 만화책을 뒤적이고 있다.

일본어 만화책에 쓰여있는 대사들은 한자도 쓰여있지만, 한자위에 후리가나 라는 히라가나도 적혀있기때문에

사전으로 단어찾기도 수월할것 같아서 였다

 

원피스, 명탐정 코난.... 일본어 서적 두권을 결제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아직 3시가 채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1호선은 언제나 사람으로 북적댔고

역시나 석주가 타고 있던 지하철안에도 적지도, 많지도 않은 사람들이 같은 열차안에 몸을 싣고 있었다.

종각를 출발한 열차가 종로3가에 도착했을때

석주가 서있던 반대편 문이 열리고, 석주는 서있던 문의 창문으로 사람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우르르 들어오는 사람들틈에서 한 여자가 석주의 시선에 들어왔다.

그 여자는 앞모습은 너무 빨리지나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석주는 얼릉 고개를 돌려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머리는 먹물처럼 새카맣고 그 긴생머리는 그 여자의 허리절반까지 내려올정도로 길었다.

원피스에 까만 레깅스의 차림, 까만색 발목까지 올라온 구두(여자들 구두 종류가 많아서 잘 모르겠어요;),

아이보리색의 가벼운 외투를 걸치고

학생인것 같아보이는 백팩을 메고 이어폰을 꼽고 있었다.

 

그것이 석주가 본 여자의 첫인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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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앵그리브래드 입니다.

오늘밤은 달이 둥그런게 구름도 제법 있고...비도 내리고...잠깐 나가서 멍하니 서서 달구경좀 하다가 왔습니다.

저는 어제 6개월동안 사귀던 여자친구와 이별을 했습니다.

싸우고 얼굴을 붉히고 헤어졌다면....6개월동안 누가한번이라도 잘못했거나 크게 싸웠다면 덜했을까요?

여자친구와 저는 어린애들 불장난 처럼 만나지도 않았는데...

여자친구 부모님이 보는 모습은 그게 아니였나 봅니다.

그렇게... 여자친구 부모님 반대로 헤어졌습니다.

글속에 석주는... 제 본명이구요.

새벽에 일하면서 시간이 제법 있어서 6개월동안에 여자친구와의 이야기를 일기처럼 써볼까 합니다.

무플이여도 괜찮습니다.

이 게시판을 지나가는 분, 심심하신분들에게 잠시나마 제글이 읽혀진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꺼에요.

글재주는 없습니다. 미화하지도 않고 제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쓸꺼에요

재미없다고 그만쓰라고 하신다면...ㅎㅎ

쓴소리 나올때 그만 둘께요. 그때까지만 몇편이 될지 모르겟지만 조금 끄적여 볼께요.^^

예쁘게 봐주세요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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