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3
모두가 죽어나갔다. 원인을 알 수도 없었다. 그냥 픽 쓰러지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사지가 산산조각이 되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된 사람들도 있었다.
멀쩡한 공간에서, 어떠한 것도 보지 못했고, 누가 무기 같은 것을 휘둘러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사람들은 그렇게 죽어나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누가 다음 차례인지, 누가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 이 죽음들에 어떤 논리란 것이 있기는 한지. 사람들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다는 무지함 때문에, 사람들은 추악해졌다. 모기 목숨처럼 떨어진 자기 존엄의 무의미함을 이기지 못하고 미쳐서 폭동을 일으키거나 자살했다. 대책을 요구하는 사람들, 대책을 마련할 수가 없는 사람들, 그 와중에도 정체를 알 수 없이 공중으로 떠올라 내장이 터져 나오거나 바닥으로 짓눌려 목이 부러져 나가 죽는 사람들.
일주일간의 밤낮이 지난 이후, 그 현상이 없어졌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지구상의 국가들은 천천히 원래의 나날들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주일간을 사람들은 ‘지옥의 문이 열린 날’로 불렀다.
그 때로부터 3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일주일은 많은 것을 무너뜨려 버렸다.
오컬트와 마법과 초자연적이라 불리우며, 수많은 미신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것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일으켰고, 마치 진실인 양 받아들여졌다. 누구도 반론할 수 없었다. 그런 현상을 눈 앞에서 실제로 목격한 사람들의 앞에서는.
국가적 시스템이란 이런 알 수 없는 힘 앞에서는 어떤 힘도 쓰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은 각자 대비책들을 찾기 시작했다. 두려움을 자극해 움직인 돈들이 오가고, 갖가지 해괴한 비밀 혹은 대외적 조직이 만들어졌다. 모두 한결같이 그것을 연구한다고 지껄이며 눈먼 돈들을 긁어모았다. 하지만 그런 인간들 또한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헛소리들 또한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그 원인을 이런저런 말들로 떠들어대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현상의 원인 혹은 정체를 제대로 설명한다고 판단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 사이에선 그런 현상들은 마치 종교처럼 번져나갔다. 믿는 자 죽지 않고 믿지 않는 자 죽는다, 이런 논리로 기존의 종교들은 하나님을 거들먹거렸고 불안감에 휩쓸린 수많은 사람들도 거기에 혹했다. 그런 류에는 으레 나타나는 광신적 신도의 무리들 또한 고개를 쳐들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그들은 간간히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중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세상은 완벽한 혼돈 속에 놓여진 것 같았다.
그러나, 적어도 나 하나만은, 이 현상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자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있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 근거를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 근거는 단순히, 내가 본 어떤 파편적인 정보들의 조합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3년전 아침, 내가 짝사랑하던 여자아이. 그리고 그 날이 처음 시작된 그 때, 그 아이가 피를 뒤집어 쓴 채 내 곁을 스쳐 지나가, 정부측 사람들 같이 보이는 사람들과 어딘가로 동행하던 모습, 그리고, 그렇게 그 아이의 모습이 사라진 채,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학교가 정상화된 그 뒤.
그 아이는 완전히 백발이 되어 학교에 나타났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근거의 전부였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