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 1. 로키
“운터 브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 낡아빠진 입간판에 쓰여진 글자를 읊조리는 그녀를 지켜보면서, 이 여자가 어떤 생각을 할지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나도 간단하여, 입술에서 나오는 목소리의 높낮이, 억양을 주의 깊게 들어볼 것도 없었으며, 얼굴의 근육이 어떤 모양으로 수축 · 이완하는지를 살펴볼 필요도 없었다.
“꽤 낡아빠졌지?”
“아, 아니에요. 뭔가 예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예스럽긴........”
이곳 운터 브룩은, 왕도에 몇 남지 않은 빈민촌 중에 하나이니까........ 그녀는 아마 신기하면서도, 딱하다고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다. 덧붙여, ‘이런 쓰레기 같은 곳에 살고 있구나.’라고도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봐도....... 이곳은 하나의 거대한 쓰레기 산과 같다. 올라가는 사람의 편의라고는 눈꼽만큼도 고려하지 않은 것 같은 투박하고 다 으깨진 계단이 덮여있는 고바위 길에 곰팡이라도 피어있을 것 같은 낡아빠진 집들이 살비듬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 거대한 산동네....... 사람보다는 쥐가 산다고 하는게 더 설득력 있을 것 같다.
“굳이 이 동네를 두고 미사여구를 붙일 필요는 없어. 그냥 여긴 거대한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으니까.”
“아니에요. 미사여구 같은건.......”
나는 그녀의 대답에 일일이 대답해주고 싶지 않아, 앞장서서 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놔두다간 이곳에 대해서 찬송가라도 부를 기세였으니까....... 그녀는 나를 놓칠세라 종종걸음으로 내 뒤를 따랐다.
언제나 올라온 길이었건만, 오늘따라 이 고바위 길이 유난히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계단은 왜 이리 높고, 군데군데 깨어져 있는 건지....... 그리고 이 길을 따라 난 살비듬 같은 집들은 오늘따라 유난히 궁상맞게 보이는 건지........ 그중에서도 계단의 경우는 너무 가팔라서인지 나도 채 몇 발자국 떼지 않았을 뿐인데 다리가 후들거리려고 할 지경이었다. 나는 문득 답답이가 생각나 뒤를 돌아보았다.
“헉......헉....... 조금만 천천히 가요.”
아이고 저런,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녀는 계단 중앙에 있는 난간에 매달리듯이 제 몸을 기대고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마에 앞머리가 물미역 마냥 땀을 머금고 있었고, 얼굴에는 홍조가 피어오른 것을 넘어서 얼굴이 터지기 일보직전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허파에 공기가 불규칙적으로 드나들어, 몸에서 경련이 나려고 했었다.
“그래, 내가 있는 곳 까지만 올라오고 조금만 쉬도록 하지.”
“알았어요. 금방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그녀는 이를 악물고 계단을 아득바득 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왠지 모르게 장난끼가 들어, 그녀가 한 발자국 올라갈 때마다 나도 그녀 몰래 한 발자국씩 올라갔다. 처음엔 그녀는 계단에 고개를 쳐 박고 올라가느라 내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이 악물고 오르다가, 아무리 봐도 내가 보이지 않자,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어께를 으쓱했다.
“아 진짜, 장난 좀 치지 마요. 힘들어 죽겠다니까요.”
“알았어. 알았어. 이젠 가만히 있을 테니까 마저 올라와.”
“진짜 이번에도 움직이면.......”
그녀는 결국 수 많은 인고의 시간을 넘어 내 옆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녀는 완전히 다리가 풀려버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래도, 덕분에 이렇게 많이 올라왔잖아?”
“아...... 진짜 안 그렇게 생겨가지고 장난을 치면, 더 화가 나는 거 모르죠?”
“내가 알 턱이 있나.”
“하아....... 당신, 친구 별로 없을 것 같은 타입인거 알아요?”
“그건 나도 알아.”
그녀는 원망스러운 눈길로 나를 째려보다가, 고개를 돌려, 고바윗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처음에 운터 브룩에 왔을 때 보았던 입간판은 어느새 작은 점으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올라왔다. 나도 무심결에 그녀를 따라 고바윗길 아래를 내려다보긴 했는데, 막상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경탄이 나올 정도로
“풍경 참 예쁘네요.”
“그런 것 같군.”
“당신 목소리나 태도를 보면, 이 동네에 대해서 좀......뭐랄까....... 부끄러워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류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동네가 가난하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매력 있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아랫동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이런 장관을, 매일같이 볼 수 있잖아요?”
“........그런 장관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한 명도 살지 않아서 문제지.”
“그건 그렇네요.”
Channel 2. 아이리스
“운터 브룩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워낙에 세월의 때가 묻고, 관리를 하지 않아서 알아보긴 정말 힘이 들었지만, 어쨌거나 입간판은 그렇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저는 입간판에서 눈을 떼고,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와아.......”
저만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운터 브룩을 보면서 든 생각은, ‘이 동네는 하나의 거대한......... 쓰레기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말을 고쳐서, 쓰레기장이라기 보단 쓰레기 산이라고 해야 할까요? 솜씨없는 조각가가 대충 깎아놓은 것 같은 울퉁불퉁한 산에, 이끼처럼 꾀죄죄해 보이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그 집들 사이로 개울가 같은 고바위 길들이 꼬불꼬불하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얼핏 보아도 눈살이 찌푸려질 것 같은 궁기가, 산 전체에 안개처럼 서려있었습니다.
은발머리의 사내는 제 옆에 나란히 서서 운터 브룩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꽤나 낡아빠졌지?”
“아니.....에요. 꽤나 예스러운 동네라고 생각했는걸요.”
“.........”
그는 운터 브룩에서 눈을 떼고 제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비록 입술을 달싹거리며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눈동자로 제게 할 말을 대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의 눈동자는 제게.......
‘거짓말’
그는 입술을 꼭 다물고, 휘적휘적 고바위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를 놓칠세라 그를 바싹 쫓았습니다. 고바위길은 멀리서 보던 것 보다 훨씬 더 가팔라서, 얼마 오르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 이마에 끈적거리는 땀을 방울방울 쏟아지게 만들었습니다. 분명 11월의 차가운 겨울바람이 제 몸을 베어버리듯이 훑어내려감에도 불구하고, 제 몸은 더위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하악......하악.......하악.......”
“.........”
“하악...... 아이고.......”
제가 뒤에서 아무리 앓는 소리를 해대도, 그는 얄미울 정도로 앞만 보고 휘적휘적 걸어갑니다. 세상에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저토록 치가 떨리도록 없을 수 있다니, 길을 오르고 또 오를수록 제 마음속에는 그에 대한 적개심이 샘물처럼 솟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발 좀 쉬었다 갔으면 좋겠는데.......
“아이고오.......”
“얼른 오는 게 좋을거야. 난 속도를 줄일 생각이 전혀 없거든.”
“하아...... 진짜 너무하네.”
그의 얄미운 대답을 들으며 새록새록 그에대한 적개심이 적립되는 동안, 저는 도저히 걸음 자체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결론을 머릿속에서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고바위길 옆의 집들을 찬찬이 살펴보면서 걷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
몇몇 가구를 살펴본 결과, 이곳 운터브룩의 집들의 궁기는 가까이에서 보니, 멀리서 보았을 때 보다 훨씬 더 심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집의 벽들은 바람이 건 듯 불면 파스스 부서져 내릴 것 같은 황토벽이었고, 지붕은 불나기 딱 좋은 지푸라기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나마 사는 집들은 돌담이라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돌과 돌 사이에 황토로 메워놓은 방식으로 만들었기에, 바람이 한 번 불면 위태위태한 상황으로 놓이는건 벽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집들이 이런 가파른 비탈에 놓여있는 바람에, 집들의 한쪽 측면이 다른 측면에 비해 훨씬 더 높게 지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길에만 계단이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집들의 모습 역시 큰 관점에서 보면 또다른 계단의 연속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멀리서 보았을 때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집의 대문-이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한 문짝-마다 원형의 마크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마크 안에는 두 가지 색상이 채워져 있었는데요. 집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하얀색과 검정색 조합, 그리고 다른집들은 붉은색과 푸른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두 개의 서로 대비되는 색들은, 서로가 서로를 집어 삼키기 직전의 모습으로 뒤엉켜 있었습니다.
“문짝 모습이 신기한가보군.”
“아.......네. 뭐, 신기하네요.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려놓아서......”
“이곳은 라스알하게 출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건축 양식도 라스알하게의 것을 따랐다고 하더군. 특히 저 모양은...... 서로 다른 존재가 하나로 섞인다는 의미를 가진 뭔가........철학적인 의미의 문양이라고 한다는데. 구체적인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구먼.”
“생각나면 편지 하세요.”
“........ 설마 그걸 농담이라고 한 건가?”
Channel 1. 로키
길고 다사다난했던 나의 가출은
“다녀왔습니다.”
“아, 다녀오셨어요?”
싱겁다는 말이 꼭 어울리도록 평범하게 끝이 났다. 관리인 아주머니는 꽃꽂이 화분을 옮기는 중이었는지 화분을 든 채로 나를 반색하며 맞이해 주었다.
“안녕하세요?”
“으응? 로키씨 저분은.......?”
답답이의 인사에 그녀는 당황이 어린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하기사, 이곳에 ‘의뢰인’으로 보이지 않는 ‘외부인’이 이곳에 오는 것이 드문 일이니 충분히 그럴 법 했다.
“이 사람은 아이리스라고, 이스트 민스터 수녀원의 부속고아원에서 애들을 돌보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이고, 좋은 일 하시는 분이로군요.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로.......”
아주머니의 얼굴에서 ‘이런 더럽고 추잡스러운 곳은 왜.......?’라는 표정이 떠올라서 나는 조금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그 생각이 사실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제가 요번에 있던 일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은혜를 갚아야 할 것 같아서 어떤 식으로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이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제가 말했어요. 물론 로키군은 난색을 표했지만........ 제가 멋대로 결정한 것이니까 너무 책망하지 말아주세요.”
“아니 뭐 저야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일 뿐인걸요. 제가 무슨 이익을 보려고 아가씨를 탓하겠어요?”
그녀는 내말에 보태어 답답이는 마저 부가적인 설명을 했고, 말을 하면서 보인 그녀의 공손한 어투와 몸가짐에 관리인 아주머니는 자신까지 허리를 숙여가며 인사를 했다. 참으로 기이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억세고 드센 인상의 중년의 여자와 세상물정이라곤 하나도 모르는 것 같은 소녀 같은 이가 서로 고개를 숙여가며 인사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제법 이채롭게 보였다.
“어....... 그런데 손님방은 지금.”
“괜찮습니다. 일단은 내 방에서 묵는 걸로 할게요. 방이 나오면 말씀해 주시고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도 괜찮아요. 굳이 저 때문에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는걸요.”
“그.......그렇게 하신다면야.”
“아, 로키군, 방은 어디에 있어요?”
“3층 맨 끝 방이다.”
“먼저 한번 올라가 볼게요. 천천히 이야기 나누다가 올라오세요.”
그녀는 총총걸음으로 층계참으로 사라지고, 어느새 응접실에는 나와 관리인 아주머니만 남았다.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주머니는 아까부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그렇게 쳐다보십니까?”
“암살자들이 우리 여관을 봐주셔서 우리가 이렇게 든든하게 영업을 한다지만......... 로키씨 당신은 암살자 중에서도 착실하고, 침착하고, 예의도 발라서...........그나마 신사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했었다라....... 지금은요?”
“사람을 벤 다음에는 여자라.........생각 외로 남자냄새 풀풀 나는 사내였구나 싶네요.”
Channel 2. 아이리스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꼼꼼히 손질을 해놓아서인지 반들반들하게 윤이나는 층계참을 오르니, 어느덧 3층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잠시 복도에서 멈춰 눈을 감고 이곳에 감도는 냄새를 맡아보았습니다. 복도에는 편백나무의 향이 감돌았고, 그 바닥을 물걸레로 정성스럽게 닦았는지, 물과 만나 그 향은 더욱 감칠맛 나게 제 코를 간질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찬물로 세수를 하는 것처럼 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냄새를 맡고 난 뒤에는 눈을 떠서 복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복도 끝에는 창문이 나 있었고, 그것을 따라 햇살이 노랗게 복도를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창문아래에는 창포꽃이 가지런하게 꽃꽂이 되어있었습니다. 편백나무의 향에 취하느라 창포향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에 새삼 창포꽃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답니다.
복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방문이 열을 지어있고, 문과 문 사이에는 액자가 걸려있었습니다. 액자에는......... 라스알게티의 풍경을 그려놓은 풍경화며, 쟁반위에 사과가 소담스레 놓여있고, 그 옆엔 초록색과 청남색, 흰색 자기가 놓여있는 정물화, 그리고 우유를 따르는 여인이 그려진 인물화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
아무리 기를 쓰고 생각을 해 보아도, 이곳에는 죽음을 먹고사는 사람들이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하다못해 희미하게나마 피비린내조차 나지 않았지요. 과연 저는....... 허깨비를 본 것일까요?
아니, 어쩌면 이런 전체적인 분위기가 ‘암살자’와는 어긋나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로키군의 방이라면........ 제가 생각하던 ‘암살자다운’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늘로 수없이 찔러도 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흘릴 것 같지 않은 그라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여기라면’이라는 생각으로 그의 방문 앞에 섰습니다. 3층 복도 맨 끝 방, 다른 방들에 비해 매우 문이 낡아보이는 이 방문 안에는....... 어떤 살풍경이 펼쳐져 있을까요?
“실례........하겠습니다.”
저는 심호흡을 하고, 조심스럽게 그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생각해보니 참 멍청했던 게, 방의 주인이 응접실에 있는데 ‘실례하겠습니다.’라니........ 정말 그의 말대로 전 조금은 답답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
“........”
그의 방은......... 뭐랄까, 최대한 자세하게 묘사를 해보자면, 정면에는 커튼없이 통유리 테라스가 배치되어 있었고, 잡다한 물건을 놓을 탁자 하나와 딱딱해 보이는 목조의자 두 개, 그리고 오랫동안 사용한 적이 없는 것 같은 침대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포현을 하자면......... 정말로 생활에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놓여있지 않은, 그야말로 수도승의 방과 같았습니다.
저는 이런 소박한 방에서 무언가 그에 대해서 알만한 단서가 있지 않을까 하여, 실례를 무릎쓰고 방을 뒤져 보았지만, 그의 방에는 그 흔한 책 한 권, 로션하나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잠만 자기 위한’ 공간인 것 같은데........ 그나마 놓여져 있는 침대도 살펴보면 매트리스에 구김살 하나 없는 것이.........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이 남자는 여기서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생활을 하는 걸까요? 아니, 그 모든 질문을 둘째치더라도, 잠은 도대체 어디에서 자는 걸까요? 혹시 바닥에서 드러누워 잠이라도 자는 걸까요?
저는 그에 대한 호기심을 도저히 풀길이 없어, 그저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나서......... 저는 그가 앉았을 것 같은 의자에 앉아. 가만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과연 로키군은....... 이 의자에 앉아서, 어떤 것을 생각했었을까요?
“아까 옆 방에서 소리가 나던데. 혹시 오빠, 돌아온거야?”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문 너머로 인기척이 들려오더니, 노크하나 없이 문이 끽소리를 내며 열렸습니다. 저는 그가 돌아왔나 싶어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았는데.........
“.........으응? 당신 누구야?”
“아.......저는.”
웬 이쁘장해 보이는 여자 하나가 눈이 똥그래져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