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11)

김정욱 작성일 15.05.27 11: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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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나는 휴대폰을 닫았다. 안 받는다. 몇 시야. 세 시 사십 분이지. 오십 분까지만 기다려 보고. 그래도 안 오면 학교로 간다.

저기요! 아저씨!” 남자 목소리였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경비원이었다.

?” 나는 경비원 쪽으로 움직였다.

어디 가세요?” 경비원이 물었다.

구 층.” 내가 대답했다.

구 층 몇 호요?” 경비원이 물었다.

구 층. 잠시만요.” 나는 가방을 열었다. 파일이 없었다. 책상에 놓고 왔다.

? 몇 호 가시냐고요.” 경비원이 물었다.

몇 호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이쪽 복도 끝에 있는 집이요.” 나는 팔을 뻗었다. “그러면 몇 호죠?”

끝이면 삼 호인데. 구백삼 호 오셨어요?” 경비원이 물었다.

. 구백삼 호.” 내가 대답했다.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경비원이 물었다.

, 과외 하러 왔는데요.” 내가 웃었다.

과외요? 거기는 노인 두 분만 사시는 집인데.” 경비원이 말했다.

? . 아닌데.” 내가 말했다.

잠깐만 일로 와 보세요.” 경비원이 몸을 돌려 걸어갔다.

  구 층 맞잖아. 그리고 왼쪽 끝에 있는 집. 맞는데. 잠깐만. 구 층이 아닌가?

? 일로 와 보세요.” 경비원이 말했다.

.” 나는 경비원을 따랐다.

경비실이었다. 경비원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문 앞에 섰다.

들어와요.” 경비원이 말했다. 나는 안으로 들어왔다.

혹시 어제도 여기 왔었어요?” 경비원이 물었다.

아니요. 어제는.” 내가 고개를 흔들었다. “안 왔는데요.”

확실해요?” 경비원이 물었다.

. 어제는 십 동하고 십삼 동 갔으니까.” 내가 대답했다.

십 동하고 십삼 동은 왜 갔는데요? 과외 하러요?” 경비원이 물었다.

.”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생이에요?” 경비원이 물었다.

아니요. 대학생은 아닌데. 잠깐만요. 구 층이 아니었나?” 내가 웃었다.

그럼 몇 층인데요?” 경비원이 물었다.

그게 적혀있는 파일을 놓고 와서. 가서 확인하고 다시 올게요.” 나는 문 쪽으로 움직였다.

, 잠깐만요.” 경비원이 내 팔을 잡았다. “잠깐만 있어 봐요.”

왜 그러시는데요?” 내가 물었다.

잠깐만요. 잠깐만 앉아 봐요. 확인할 게 있어서.” 경비원이 말했다.

근데 제가 네 시까지 거기 가야 돼서.” 내가 말했다.

잠깐이면 돼요. 여기 앉아요.” 경비원이 의자를 내려 놓았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어쨌든 여기는 온 적 없다는 거죠.” 경비원이 수화기를 들었다.

. 어제는 안 왔어요. 여기 십이 동 맞죠?” 내가 물었다.

여보세요. , 여기 경비실인데요. 어제 그 사람이요. 일단 내려와서 확인 좀 해 주세요. . 지금요.” 경비원이 말했다.

  어제 그 사람. 어제 여기에 누가 왔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다.

.” 경비원이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여기 십이 동 맞죠?” 내가 물었다.

. 십이 동.” 경비원이 대답했다.

  이 선생님도 안 받네. 나는 휴대폰을 닫았다. 세 시 오십 분. 이제 가야 된다.

저 이제 진짜 가야 되는데요.” 내가 말했다.

왜 안 내려오지.” 경비원이 수화기를 들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있어 봐요.” 경비원이 말했다.

아저씨. 뭐 때문에 그러는지 말씀을 하세요. 아니면 저 갈 거예요.” 내가 말했다.

아니, 그게. 신고가 들어왔어요. 어제 어떤 남자가 와서 여기 사는 꼬마한테 이것 저것 물어봤대요. 몇 살인지. 유치원은 어디 다니는지. 집에 누가 있는지. 요즘 하도 험한 일들이 많으니까. 잠깐만 기다려 봐요. 안 받는 거 보니까 지금 내려오고 있는 거 같은데.” 경비원이 말했다.

  세 시 오십 분. 학교로 바로 가야겠다. 아니지. 엇갈릴 수도 있다. 그냥 학원으로 가서 파일을 가지고 오자. 조금 늦더라도 그게 낫겠다. 학교에 갔는데 없으면 어차피 학원으로 가야 되니까. 그러면 너무 늦는다.

왜 다들 전화를 안 받으실까.” 나는 휴대폰을 열었다. 준영이가 계단을 올라왔다.

.” 나는 문을 열었다. “준영.”

안녕하세요. 거기서 뭐 하세요?” 준영이가 물었다.

너 왜 전화 안 받아.” 내가 웃었다.

전화하셨어요?” 준영이가 휴대폰을 열었다. “? 진짜네. 몰랐어요.”

이 학생이에요?” 경비원이 물었다.

. 준영아, 너네 집 몇 층이었지?” 내가 물었다.

구 층이요. 구백삼 호.” 준영이가 대답했다.

, 구백삼 호 맞아?” 내가 물었다.

.” 준영이가 대답했다.

구백삼 호 살아요?” 경비원이 물었다.

.” 준영이가 대답했다.

? 구백삼 호가 아닌가? 잠깐만.” 경비원이 말했다. 사람들이 걸어왔다.

아저씨.” 여자가 말했다. 여자 아이가 여자 옆에 섰다.

오셨네.” 경비원이 웃었다. “근데.”

이 사람이에요?” 여자가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요. 이제 그걸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경비원이 모자를 벗었다.

어제 이 아저씨가 물어봤어?” 여자가 물었다. 여자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여자가 물었다.

아니야.” 여자 아이가 대답했다.

저는 어제 여기 안 왔어요.” 내가 말했다.

아니라고 하네요.” 여자가 웃었다.

, 이거. 죄송합니다. 키가 크다고 그래서. 정말 죄송합니다.” 경비원이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그럼 이제 가도 되죠?” 내가 물었다.

. 죄송합니다.” 경비원이 대답했다. 나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였다. 준영이가 따라왔다.

뭐예요?” 준영이가 물었다.

누구 찾나 봐. 근데 그런 거 물어보면 안 되나?” 나는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육 층에 있었다.  

뭘 물어보면 안 돼요?” 준영이가 물었다.

오늘 늦었네.” 나는 준영이를 쳐다보았다.

아직 네 시 안 됐는데요.” 준영이가 말했다.

축구 했어?” 내가 물었다.

.” 준영이가 대답했다.

너 공 잘 차더라. 그때 보니까.” 내가 말했다.

근데 밑창이 다 닳아서.” 준영이가 발을 굴렀다. “자꾸 미끄러져요.”

하나 새로 사.” 내가 말했다.

산 지 얼마 안 됐어요. 육 개월 됐나.” 준영이가 말했다.

너 축구 매일 하지.” 내가 물었다.

. , 근데. 이 축구화가 싼 거라서 그래요.” 준영이가 대답했다.

축구가 그렇게 좋아?” 내가 물었다.

재미있잖아요.” 준영이가 대답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럼 아예 축구 선수가 되는 게 어때. ?”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에이. 제가 어떻게 축구 선수가 돼요.” 준영이가 말했다.

. 잘하잖아.” 내가 말했다.

저보다 잘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준영이가 말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근데 왜. , 눌러야지.” 내가 말했다.

.” 준영이가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였다.

그럼. 나중에 뭐 하고 싶은데? 혹시 생각해 본 적 있어?” 내가 물었다.

저요? 의사요.” 준영이가 대답했다.

, 의사 되고 싶어?” 내가 물었다.

.” 준영이가 대답했다.

그렇구나.”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 준영이가 말했다.

왜 의사가 되고 싶은데?” 내가 웃었다.

좋잖아요. 돈도 많이 벌고.” 준영이가 대답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문이 열렸다.

내려.” 내가 말했다. 준영이가 밖으로 걸어나갔다.

축구 선수도 돈 많이 버는데.” 내가 말했다.

축구 선수 되는 건 어렵잖아요.” 준영이가 말했다.

의사 되는 것도 어려울 걸.” 내가 말했다.

그래도 축구 선수 되는 것보다는 쉽죠.” 준영이가 말했다.

  휴대폰 벨이 울렸다.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이 선생의 전화였다.

확실해?” 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까 전화했어요?” 이 선생의 목소리였다.

. 준영이네 집 주소를 몰라서.” 내가 대답했다. 준영이가 현관문 앞에 섰다.

거기 파일에 있잖아요.” 이 선생이 말했다. 현관문이 열렸다.

파일을 책상 위에 놓고 왔어요.” 내가 웃었다.

십이 동 구백삼 호요.” 이 선생이 말했다.

. 준영이 만났어요.” 나는 현관문을 닫았다. 준영이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걔 또 늦게 왔죠?” 이 선생님이 물었다.

아니요. 네 시 전에 왔어요.” 내가 대답했다.

알았어요. 수고해요.” 이 선생이 말했다.

. 수고하세요.” 내가 말했다. 전화가 끊어졌다.

  준영이가 책상에 앉았다. 나는 점퍼를 접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선생님 오늘은 왜 양복 안 입고 오셨어요?” 준영이가 물었다.

불편하잖아.” 내가 대답했다.

그러면 저번에는 왜 입고 오셨는데요?” 준영이가 물었다.

첫 날이었으니까.” 나는 의자에 앉았다.

첫 날에는 양복 입어야 돼요?” 준영이가 물었다.

보통 그렇지 않나? 그건 왜 물어보는데?” 내가 물었다.

그냥이요. 궁금해서.” 준영이가 대답했다.

계속 양복 입고 와?” 내가 물었다.

아니요.” 준영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책 펴. 오늘은 수학 하는 날이네.” 내가 말했다. 준영이가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저번 시간에 뭐 했어?” 내가 물었다.

도형이요.” 준영이가 책장을 넘겼다.

줘 봐. 어디까지 했는데?” 내가 손을 내밀었다.

, 숙제도 있었어요.” 준영이가 공책을 펼쳤다.

그럼 그거 먼저 줘 봐.” 내가 말했다. 준영이가 내게 공책을 건넸다.

. 글씨가.” 내가 웃었다. “잘 좀 써 봐.”

빨리 써서 그래요.” 준영이가 말했다.

일단 그 다음 거 풀고 있어.” 내가 말했다.

.” 준영이가 연필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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