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신발에 눈이 묻었다. 나는 발을 굴렀다. 눈이 바닥에 떨어졌다.
“야, 어디다가 털어.” 어머니가 말했다.
“눈이 계속 오네.” 내가 말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어머니가 물었다.
“늦게 끝났어요.” 내가 대답했다.
“이 시간에 사람 많니?” 어머니가 물었다.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내가 대답했다.
“열한 시 예배가 제일 많지?” 어머니가 물었다.
“그렇죠.” 나는 신발을 벗었다.
“손만 씻고 빨리 와. 밥 먹게.” 어머니가 말했다.
“아침 아직 안 드셨어요?” 내가 물었다.
“응. 아빠가 너한테 할 말 있대.” 어머니가 말했다.
“무슨 할 말이요?” 내가 물었다.
“빨리 와.” 어머니가 걸어갔다. 나는 방으로 향했다.
준수, 아버지, 어머니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당분간은 매일 늦을 거예요.” 준수가 말했다.
“왜?” 어머니가 물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올 거예요.” 준수가 대답했다.
“시험 언제부터야?” 어머니가 물었다.
“면접 준비도 해야 돼요.” 준수가 말했다.
“무슨 면접?” 아버지가 물었다.
“인턴이요.” 준수가 대답했다.
“아. 인턴 하려고?” 아버지가 물었다.
“네.” 준수가 대답했다.
“그래. 잘 생각했어.” 아버지가 말했다.
“면접이 언제인데?” 어머니가 물었다.
“수요일이요.” 준수가 대답했다.
“너도 형 보니까 정신이 버쩍 들지?” 어머니가 웃었다.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 준수가 말했다.
“그럼 저녁은 어떻게 하냐?” 어머니가 물었다.
“학교에서 사 먹으면 돼요.” 준수가 대답했다.
“밖에서 뭐 먹을 때 조심해라. 너도 뉴스 봤지? 특히 고기. 응? 고기는 절대로 먹으면 안 돼.” 어머니가 말했다.
“고기를 먹지 말라고요?” 준수가 물었다.
“응.”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럼 먹을 게 없는데.” 준수가 말했다.
“먹을 게 왜 없어.” 어머니가 말했다.
“뭐가 있는데요?” 준수가 물었다.
“야. 괜찮아. 먹어, 먹어.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말했다.
“매일 늦는다고 하잖아.” 어머니가 말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준수가 말했다.
“나중에 큰일 나려고.” 어머니가 말했다.
“아. 김철수. 너 엄마한테 대학원 가겠다고 했다며?” 아버지가 나를 쳐다보았다.
“네.” 내가 대답했다.
“석사가 이 년인가?” 아버지가 물었다.
“네. 보통 이 년.”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건데? 계속 공부할 거야?” 아버지가 물었다.
“계속 할 수도 있고. 그냥 취업할 수도 있고.” 내가 대답했다.
“아, 그냥 취업할 수도 있어?” 아버지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죠.” 내가 대답했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럴 거면 대학원은 뭐하러 가냐고. 어차피 취업할 건데.” 어머니가 말했다.
“계속 공부할 수도 있다니까요.” 내가 말했다.
“할 수도 있는 건 뭐야. 하면 하는 거고, 안 하면 안 하는 거지.” 어머니가 말했다.
“대학원 가기에는 조금 늦은 거 아니야? 아닌가?” 아버지가 물었다.
“조금 늦은 게 아니라 많이 늦은 거지.” 어머니가 말했다.
“학부 졸업하고 바로 오는 애들보다는 늦었죠.” 내가 대답했다.
“너는 중간에 휴학도 했잖아. 이 년씩이나. 학교도 일 년 늦게 들어가고.” 어머니가 말했다.
“회사 다니다가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불리한 건 맞죠. 근데 교수님은 문제 없다고 했어요.” 내가 말했다.
“근데. 대학원에 들어가는 것도 그렇지만. 나중에, 그. 석사만 하고 취업할 수도 있다고 그랬잖아.” 아버지가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그때 조금 힘들지 않을까? 대학원이야 나이를 크게 안 따진다고 해도. 회사는 다를 텐데.” 아버지가 말했다.
“그렇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생각해 봤어?” 아버지가 물었다.
“그게 문제죠. 석사까지만 하고 취업을 하는 경우가.” 내가 말했다.
“그냥 계속 공부하면 되잖아. 박사까지.” 준수가 말했다.
“한번 생각해 볼게요. 아직 시간 있으니까.” 내가 말했다.
“그래. 잘 생각해 봐.”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궁금한 게 있는데. 대학교 졸업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대학원에 가려는 건데?” 어머니가 물었다.
“그때는 진짜 공부하기 싫었어요.” 내가 대답했다.
“그럼 지금은? 하고 싶어?” 어머니가 물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왜? 왜 지금은 하고 싶은데?” 어머니가 물었다.
“몰라요.” 내가 말했다.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어머니가 말했다.
“그냥 제 마음이 그래요.” 내가 말했다.
“됐어. 이제 그만해. 본인이 생각해 본다고 하잖아. 밥 먹자.” 아버지가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준수가 말했다. 나는 젓가락을 집었다.
“김준수는 오후에 뭐 할 거야?” 아버지가 물었다.
“학교 갈 거예요.” 준수가 했다.
“학교는 왜.” 어머니가 물었다.
“공부하러?” 아버지가 물었다.
“네. 공부하다가 저녁때 친구들 만날 거예요. 오늘 친구 생일이라서.” 준수가 대답했다.
“그래? 그럼 또 한 잔 하시겠네.” 아버지가 말했다.
“술 적당히 마셔라.” 어머니가 말했다.
“요즘에는 많이 안 마셔요.” 준수가 말했다.
“성준이는 요즘 뭐 해? 걔 제대했니?” 어머니가 물었다.
“벌써 제대했죠. 걔 제대한 지가 언제인데. 작년에 했잖아요.” 준수가 대답했다.
“그럼 지금 학교 다녀?” 어머니가 물었다.
“지금은 안 다녀요. 휴학했어요.” 준수가 대답했다.
“왜?” 어머니가 물었다.
“부모님이 편의점 하시잖아요. 지금 거기서 일한대요. 밤에만. 낮에는 학원 다니고.” 준수가 대답했다.
“무슨 학원.” 어머니가 물었다.
“영어요. 그리고 무슨 자격증 공부도 한다고 그러던데.” 준수가 대답했다.
“자식이 기특하네. 봤지? 그렇게 열심히 사는 애도 있어.” 어머니가 말했다.
“누가 뭐라고 그랬어요?” 준수가 말했다.
“그러니까 너도 정신 바짝 차리고 하란 말이야.” 어머니가 말했다.
“철수는? 오후에 약속 없어?” 아버지가 물었다.
“밥 먹고 잠깐 나갔다가 올게요.” 내가 말했다.
“어디 가게?” 어머니가 물었다.
“공원에요. 한 바퀴만 돌고 오게요.” 내가 대답했다.
“얘는, 눈 오는데.” 어머니가 말했다.
“그래. 바람 좀 쐬고 와.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잖아.” 아버지가 말했다.
“뭐 사올 거 없어요?” 내가 물었다.
“없어. 단단히 입고 나가. 장갑도 끼고.” 어머니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