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2

사랑방거지 작성일 16.10.20 01: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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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든 해야 하는거 아냐?" 

아내는 좀 체로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었다. 나는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

"이혼을 하자고 했으면 가타부타 말이 있어야 할 거 아냐. 사람이라면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나를 ....하아. 관두자."

"나는 그냥 당신이 그럴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어. 그렇지만 그러자라고 할수도 없었고. 그냥..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

우리는 그렇게 대화를 시작했다. 아내는 큰 아이가 서울로 간뒤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내가 이십대의 뜨거운 사랑을 기대한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나는 웃었다. 아내도 웃었다. 아내는 좀 더 분명하게 알고 싶어 했다. 자신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나는 당신이 밉지가 않아. 당신이 완벽한 인간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고 돈을 많이 벌어와 주길 바라지도 않았어. 뭐랄까, 그냥 일체감 같은거? 결혼 할 때 부터 그랬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사랑 때문에 내가 결혼한건 아니야."

"결혼을 후회했던 거야, 그동안?"

나는 아내의 말에 조금 놀랐었다. 그건 나도 그랬기 때문이었다. 연애를 하고 섹스를 하고 놀러 다니고 그렇게 결혼을 했다. 남들 처럼. 나는 선택을 한것이 아니었다. 후회는 아니었다. 분명.

"당신은 내가 꼭 필요한것 같지가 않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아내의 말은 머리로 이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묘 하게 동감이 가기도 했다.

간혹 우리가 섹스를 안하게 된 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섹스를 하지 않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알지는 못한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떤 시기에 서로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동시에 그랬는지 내가 아무런 신호가 없었는지 아내가 아무런 신호가 없었는지 기억에 없었다. 나의 욕구는 살아 있었다. 길을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시선을 보내고 자위를 하고 인터넷으로 습관적으로 누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았다. 나이 50에 아직 건강에도 문제가 없었다. 단지 아내에게 욕구가 없었다. 아내에게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 날 물어볼수도 있었지만 서로의 자존심 때문에 물어보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섹스가 원인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는 원인에 포함이 되어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래. 내가 이혼에 동의해 주면 되?"

"그래주면 좋겠어."

"우리끼리 숙려 시간이 필요한건 아닐까? 내가 설득해 주길 바라?"

"아니.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우리 서로 각자 편하게 살자. 이건 좀 갑갑해."

 

우리는 이혼을 했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내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이혼을 결심한 사람에게 뭘 물어본다는게 겸연쩍었다. 나도 물론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혼을 했다고 해서 그녀를 안보게 될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단지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을 때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내 마음이 어떨건지는 상상하기는 힘들었다.

법원에 가서 이혼 서류를 접수하고 점심을 먹고 한 집에서 3개월의 숙려 기간을 보낸 다음 정식으로 구청에서 이혼신고를 하고 원적이 변동된것을 확인 한 후에야 우리가 이혼 했음을 실감했다.

살 던 집은 아내에게 그냥 살게 하고 집을 나온것은 나 혼자 였고 작은 오피스텔을 빌렸다.

기존에 운영하던 사무실을 정리하고 사무실 겸 숙소로 사용하기로 했다.

아이들에게는 이야기를 하기는 했는데 작은 놈은 자신이 누구랑 살게 되는지 궁금해 했다.

"난 누구랑 살아요?"

"왜?"

"그냥, 난 학교 가야 되는데, 점심은 해결이 되지만 아침이랑 저녁은 어떻게 해요."

아내와 나는 그 말에 웃었다. 아이의 말은 내게 안심이 되게 하는 말이었다.

집을 나와 오피스텔에서 처음으로 자게 되었을 때 그 밤이 생각난다.

졸려서 눈을 감았을 때의 그 생경함을 기억한다. 그 이상한 기분에 잠이 오지 않았다. 혼자라서가아니었다. 그냥 단지 항상 들리던 작은 소음이 없어서 라는 걸 알아챈건 한참이 지난 다음이었다.

깊이 잠들었을 때 작게 사사거리는 아내의숨소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침대에서 내려올수 밖에 없었다. 커다란 창으로 하늘을 보았을 때 내가 머무는 그 곳에는 완전한 어둠을 기대하기 어렵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텐이 있기는 했지만 오피스텔이 위치한 번화가의 불 빛들을 완전히 가려주지는 못했다. 

'내일 암막 커텐을 사서 달아야 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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